블루픽션상

bir_awards_logo_d 제1회 수상작 김혜정 장편소설『하이킹 걸즈』부터 제12회 수상작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까지, 매 회 수상작들이 출간될 때마다 평단과 청소년 독자 및 성인 독자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블루픽션상이 국내 청소년 문학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등단의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김경연(청소년문학평론가), 이옥수(청소년소설가), 김선희(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심사 경위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블루픽션상의 13회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6월 28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13회 블루픽션상에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담은 청소년 단편, 장편소설 총 60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김경연, 이옥수, 김선희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그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아쉽게도 이번에는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심작

  • 『유어 마이 선 샤인!』
  • 「리플리」 외 5편
  •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 「벌레학개론」 외 4편

심사평

 

혹, 우리는 청소년소설은 이런 것, 이라고 스스로 개념 짓고 그들의 주위를 맴도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의 일상이나 주변부는 그리 다양하지 않을뿐더러, 일어나는 사건들도 비슷해서 소재의 차별성이 별로 없다. 오랜 시간, 정말 공들여 쓴 작품이 소재의 차별성을 잃고,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작품이라면 선택받기가 쉽지 않다. 기왕의 작품을 뛰어넘지 못할 바에야 참신하고 기발한 이야깃거리를 찾아나서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번 응모 작품 대부분도 작가들의 땀방울이 가슴 아리게 느껴지지만 고만고만한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에 드리는 말씀이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네 편이었다.

『유어 마이 선 샤인!』
마치, 천사표 주인공이 써 나가는 다큐 같은 작품이었다. 이런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착한 캐릭터가 등장하면 특별한 반전이나 장치 없이 이야기를 술술 잘 이끌 수는 있지만 소설에서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착한 아이는 가만히 있어도 착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또 하나의 흠은 작가가 작품과의 거리두기와 실패한 것이다. 많은 부분을 작가가 나서서 설명하고 있는데 작가의 개입은 독자의 상상력을 차단하고 작품을 지루하게 만든다. 좀 더, 간결하고 팽팽한 정제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러나 누구나 두려워하는 죽음을 담담하고 밝게 보여준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 칭찬을 보내고 싶다.

「리플리」 외 5편
정제된 여섯 편의 단편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각각의 단편마다 세계가 두 개로 오묘하게 관통하고 그 두 세계가 모범답안이 아닌, 반전과 전복의 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재미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주제나 메시지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다. 또한, 여러 편의 단편을 보낼 때는 어느 정도 저마다의 완결성을 요구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각 편마다 소재가 신선했지만 완성도가 고르지 못해 선택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또한 청소년소설이라기보다는 동화적인 요소가 다분하여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일탈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캐릭터가 앞부분에 등장해서 기대가 많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억지스런 서사에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었다. 청소년기의 복합적이고 반항적인 심리를 직시했다면 매력적으로 시작한 첫 부분처럼 결말 또한 전복시켜야 했다. 처음엔 자의식 강하게 톡톡 튀던 인물이 갈수록 권선징악, 선악의 대비에 매몰되면서 익숙한 결말로 내달았다. 아이의 성격과 환경이 다 다른데 무조건 착하고 선한아이로 변해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내는 몇몇 사건들이 리얼리티에 금을 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장점은 스토리를 이어가는 차분함이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친절하게 이끄는 솜씨가 훌륭했다.

「벌레학개론」 외 4편
자칫, 은유적이고 관념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서사들이 묘하게 리얼리티를 확보하며 공감을 끌어내었다. 유머러스하고 질펀한 언어들이 사건을 드러내놓고 속이면서도 의뭉스럽게 감추다가 결말에 이르면 예측하지 못하게 치고 빠지는 능숙한 솜씨를 발휘했다. 「벌레 이야기」도 요즘 학생들이 해 봄직한 상상이었고 「검은 꼬리」도, 단순한 소재를 낯설게 비트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작중 인물들의 냉소적인 태도와 「안녕, 엄마」에서 정제되지 못한 언어들이 무리수여서 버겁게 다가왔다.

소중한 작품을 응모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김경연(청소년문학평론가), 이옥수(청소년소설가), 김선희(아동청소년문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