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문학상

 bir_awards_logo_g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당선작

우수상 : 황선애 「오리 부리 이야기」
우수상 : 안유선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

심사위원: 강정연(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본상: 상패

부상: 우수상 각 500만 원(선인세)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2년 3월 25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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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2년 7월 8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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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새앵님, 안녕하세요오?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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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11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11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SF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127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심작

  • 「나만 아는 내 동생」
  • 「숨은 입 찾기」
  • 「한밤의 놀이터」 외 2편
  • 「초록 언덕 점빵」
  •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
  • 「도토리 한 알」
  • 「오리 부리 이야기」
  • 「도토리 도둑」 외 2편

심사위원으로는 강정연, 김리리, 김지은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예심 결과 총 8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지난 8월 23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황선애의 「오리 부리 이야기」, 안유선의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를 우수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사평

올해 응모작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수준이었던 반면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신통물건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자주 보였는데 대부분 전형적이고 익숙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아무리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이미 널리 읽히고 있는 작품과 차별성이 없다면 당선작이 되기엔 어렵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끊임없이 변주되었고 변주될 소재인 신통물건을 다루는 방식을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 여덟편으로 「나만 아는 내동생」, 「숨은 입 찾기」, 「한밤의 놀이터 외 2편」, 「초록 언덕 점빵」,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 「도토리 한 알」, 「도토리 도둑 외 2편」, 「오리 부리 이야기」 이다. 그 가운데 특히 흥미로웠던 작품은 아래와 같다.

「도토리 한 알」은 가족을 잃은 어린 다람쥐와 마을에 홀로 사는 인간 할머니의 우정을 그린 따뜻한 이야기다. 자칫 흔해 보이는 동물 마을 이야기를 인간 세계와 연결하고, 비밀스러운 숲속 마법 파티를 주된 사건으로 삼아 흥미로운 차별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좀 더 유쾌하게 섞일 수 있었음에도 할머니의 아들 사연으로 인해 오히려 이야기가 흩어지고 낡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초록언덕 점빵」은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진 작품이다. 캐릭터들도 사랑스럽고 ‘초록언덕 위 작은 빵집’이라는 배경도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그려진다. 특히나 해질녘 가게 앞에 앉아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노을 시럽을 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독자들에겐 ‘가게를 예쁘게 꾸미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파는’ 과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놀이로 다가가갈 것이다. 하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은 넘치나 그 안을 채우는 이야기가 빈약하여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로 잘 꾸며진 편집샵에서 작품이 멈춘 것 같아 아쉬웠다.

「숨은 입 찾기」는 과장된 설정의 풍자적인 이야기다. 자신의 진짜 욕망을 부끄러워하고 억누르는 주인공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한다. 부모님의 실망이 두려워 부모님이 원하는 대답만 하다가 결국 온 몸으로 억누른 욕망을 터트리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히 말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전달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다만 이 글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입이 사라진다’, ‘성형수술로 입을 만든다’ 는 설정은 피부가 파란색으로 변한다거나, 몸이 풍선처럼 동그랗게 변한다는 설정과는 달리, 현실적인 문제로 연상될 가능성이 있어 읽는 이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오리 부리 이야기」 는 작가의 입담과 재치가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이다. 여기저기 말 옮기기 좋아하는 수다쟁이 오리가 사냥꾼에 쫒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억울한 누명을 쓴 들쥐, 주걱으로 오해받은 오리 부리, 해괴한 소문으로 피해를 입은 요리사, 겁쟁이라고 낙인찍힌 사냥꾼, 마지막으로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족제비 털의 이야기까지 쉼 없이 달린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결국 한덩어리가 된다. 여기저기 내달리는 오리부리를 따라가다보면 숨이 찰 만큼 흥분되고 신이난다. 게다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다. 비대면 시대가 장기화 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이때에 가짜뉴스의 폐해를 풍자한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가 서로 맞물리고 얽혀 있다 보니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 다소 복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 는 응모작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작품이다. 기분이 나쁠 때마다 쇠를 오독오독 씹어 먹는 신경진 선생님은 이름처럼 신경질적이고 차가운 인물이다. 그러니 ‘느려터진 창수’, ‘도둑 누명을 쓴 은호’, ‘거짓말을 밥먹 듯이 하는 채윤’과 같은 학생들의 특별한 사정 따위에 관심을 둘리 없고, 그저 그들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고분고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아이들을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선다. 그러나 그 해명이라는 것이 신경진 선생님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엉뚱하기 그지없는 데다가 불쑥 나타난 ‘버릇없는 낯선 방문자들’로 인해 신경진 선생님은 거의 폭발 직전에 까지 이른다.
신경진 선생님을 변화시키는 20년 전 첫 제자들이 찾아오기 까지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은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연극 무대를 떠오르게 한다. 작품을 읽고 나면 무대 바로 앞자리에서 유쾌한 소동극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분명히 낯선 자극을 주는 매우 신선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입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어린이들은 관객석에 앉아만 있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으로서의 즐거움도 만족할 만큼 커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와 같이 본심에 오른 작품 모두 독자에게 각기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좋은 작품들이었지만 단점이 너무 뚜렷하여 올해도 대상작을 선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리 부리 이야기」와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는 단점을 덮을 만큼 매력이 큰 작품이라는 의견이 모아져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두 편이 어서 출간 되어 어린 독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 주었으면 좋겠다.

강정연(동화작가)

지금의 힘든 시기를 극복할 방법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이번 응모작에는 유달리 마법 가게와 삼신할머니, 다람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익숙한 소재와 주제를 익숙한 서사구조로 풀어나간 작품은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 독특하고 참신한 작품과 매력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본심으로 올렸다. 그러나 익숙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도 그 작품만의 장점이 느껴지는 작품은 포함 시켜서 모두 여덟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올해도 뛰어난 작품이 많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본심에 오른 모든 작품이 이미 책으로 나와서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나만 아는 내 동생
다해는 방귀만 뀌는 동생이 미워서 친구 고요한한테 동생을 줘버린다. 동생 나누리는 다음 날부터 고요한의 동생 고누리가 되어 버린다. 이상하게도 엄마 아빠 주위 사람들도 나누리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 다해는 동생이 막상 고요한 동생이 되고 나니, 동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다해는 동생을 되찾기 위해 노력 하지만 동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동생이 미워서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과 동생을 사랑하는 누나의 마음을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다해의 소원을 들어주는 천지 소별의 등장도 신선하다. 그러나 천지 소별이 작품에 잘 스며들지 못해 아쉬웠다. 누나, 동생, 고요한의 캐릭터가 잘살아있고, 통통 튀는 문장의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해의 동생이 원래부터 고요한의 동생이었다는 반전도 재미있다. 그러나 소재와 주제가 이미 너무 익숙하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지만 수상작으로 하기에는 소재와 주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아쉬웠다.

숨은 입 찾기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바른 음악을 듣고, 바른 음식을 먹고, 바른말만 하는 바른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던 착한 바른이는 어느 날 입이 사라져 버린다. 어른들에 의해서 억압된 아이의 욕망을 작가는 입이 사라지는 설정을 통해서 아이의 답답한 심리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을 해서 바른이의 입을 만들어주지만 바른이의 입은 다시 사라진다. 바른이는 우주 바이러스 연구소에 끌려가기도 하고, 외계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바른이는 친구들과 함께 놀며 다시 입을 되찾게 되는데, 다시 입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입이 사라지는 설정이 독특하고,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롭다. 그러나 성형외가 의사가 수술을 통해서 바른이의 입을 다시 만들어주는 장면이 괴기스럽고, 주인공의 고민에 비해 설정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작품이기는 한데,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다. 독자의 연령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한밤의 놀이터
「한밤의 놀이터」, 「암호 거북이」, 「청포도 수영장」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한밤의 놀이터」에서는 일기장이 놀이터에 모여 주인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암호 거북이」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암호를 풀고 자신이 거북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청포도 수영장」에서는 ‘부러운 언니’와 ‘이상한 언니’가 이 층에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이상한 언니’가 사실은 마음씨 착한 인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청포도 수영장에서 인어 언니와 함께 청포도를 나누어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각각의 단편에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게 되고, 다른 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편견 없이 세상을 보는 마음씨 착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동화이다. 특히 이상한 언니 이야기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작품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작가의 고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부러운 언니’와 ‘이상한 언니’로 불리는 이름은 편견이 없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다. 작가의 고민이 더 필요한 작품이다.

초록 언덕 점빵
초록 언덕 위에 새로 생긴 점빵. 토끼 자매의 얼굴에 있는 검은 점과 빵집의 ‘빵’을 따서 만든 ‘점빵’이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여우네 집 일 층에 새로 생긴 토끼 자매의 점빵. 여우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가게에 토끼 자매가 세를 들어 빵집을 차리자 처음에는 반기다가 빵집이 잘 되니 점점 욕심이 생긴다. 여우는 토끼 자매를 내쫓고 빵집을 빼앗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여우의 계획과는 달리, 토끼 자매의 칭찬을 듣게 되면서 여우의 마음도 서서히 바뀐다. 늘 혼자 있던 여우가 마음씨 착한 토끼 자매 덕분에 이웃과 더불어 살며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따뜻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문장이 술술 잘 읽히고, 작가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선명하다. 작품을 읽으며 저절로 맛있는 빵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즐겁다. 미각과 시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수상작품으로 선정하기에는 소재나 주제가 평이하고, 어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이 있었다.

도토리 한 알
다람쥐는 자신을 구해 준 마음씨 착한 할머니를 꼴깍꼴깍 파티에 초대한다. 보름달이 뜬 밤 숲속 동물들은 샘물을 마시고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한다. 동물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설정이 신선하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외로운 할머니가 가족을 잃은 다람쥐와 친구가 되어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따뜻하고 아름답다. 읽는 내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작품이다. 샘물을 마시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고 오줌을 싸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설정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화이지만 익숙한 캐릭터와 너무 안정적인 서사가 조금 아쉬운 작품이다. 비록 수상작에는 들지는 못했지만, 꼭 책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갇혀 있는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는 샘물과 꼴깍꼴깍 파티 등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작품을 읽으면 꼴깍꼴깍 파티에 꼭 초대받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오리 부리 이야기
오리 부리, 밥주걱, 족제비 꼬리털을 의인화한 작품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오리 부리는 사냥꾼에게 쫓기다가 오리 몸에서 부리만 따로 분리되고 만다. 몸이 없이 부리로만 떠도는 게 더 편하다는 걸 알게 된 오리 부리는 세상을 떠돌며 남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헛소문을 퍼뜨리다 결국 벌을 받는다. 오리 부리가 퍼뜨린 소문 때문에 놀림거리가 된 사냥꾼, 족제비한테 누명을 쓰고 그림을 찢은 범인으로 몰린 들쥐, 몸에 나쁜 마법 가루를 써서 음식 맛을 냈다는 소문 때문에 식당 문을 닫게 된 요리사 할머니 사연을 통해 함부로 말을 옮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우화적으로 다루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쉽게 퍼지면서 피해가 커지는 현실 속에서 남의 말을 함부로 전하면 안 된다는 교훈은 시의적절하다. 뛰어난 문장력으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오리 부리 이야기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된 작품이었다. 오리의 몸에서 분리된 오리 부리가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설정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설정이 이미 만화나 기존 작품에 쓰여서 독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민 끝에 우수상으로 작가의 행보를 격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기대에 부응해 주길 바란다.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
기분이 나쁠 때마다 쇳조각을 씹어 먹는 신경진 선생님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 상담을 하게 된다. 달팽이처럼 느린 창수의 엄마는 상담에 늦게 오고, 기름 장수 할머니는 물건을 훔쳤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은호를 변호한다. 선생님을 찾아온 고양이와 토끼는 왜 정우랑 친구들을 운동장에서 못 놀게 하냐고 따지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채윤이의 아빠는 선생님을 찾아와서 딸이 정말 티니 섬의 공주라고 말한다. 김빵점은 선생님 칭찬을 듣고, 정말 빵집 주인이 되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오고, 닭대가리라고 놀림 받던 진희는 정말 닭이 되어 찾아온다. 선생님은 그제야 아이들을 괴물 딱지 취급하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쇠붙이를 모두 토해 낸다.
느린 아이, 물건을 훔치는 아이, 거짓말하는 아이, 늘 빵점만 맞는 아이, 머리가 나쁜 아이. 모두 문제가 있는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해당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선생님이 그 아이들의 사연을 다 들어주고 이해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는 가능하다. 아이들을 변호하러 온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저절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그 아이들의 편이 된다. 선생님과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는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희곡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빵집 주인이 된 김빵점의 이야기, 닭대가리라고 놀림 받다가 정말 닭대가리가 되어 찾아온 진희의 사연을 들을 때에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해학과 유머가 잘 녹아있다.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이들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운다는 작가의 마지막 메시지가 오랫동안 깊은 울림을 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 아이들을 비교하고 평가하며 스스로 피어나는 걸 기다려 주지 못했던 신경진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신경진 선생님이 쇠를 뱉어내고 예전의 따뜻한 선생님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많은 어른이 이 작품을 읽고 따뜻한 눈으로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어른들에게는 반성과 교훈을 전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선생님과 학부모의 대립 구도가 불편하다는 점 또한 고민이 되어 최종적으로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억압이 커질수록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욕망은 더 커진다. 지금의 힘든 시기를 극복할 방법은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어린이들이 좋은 작품을 읽고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 본심에 오른 모든 작품이 아이들을 억압에서 해방해줄 훌륭한 작품이다. 수상작에는 축하를 보내며, 비룡소 문학상에 응모해준 모든 작가분께 감사드린다.

김리리(동화작가)

본심에 오른 작품의 수준이 고르게 좋았다. 유년동화의 결을 이해하고 작업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어린이의 실제 생활에 대한 작품보다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화나 환상적 설정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어린이들의 바깥 놀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학교를 비롯해 주된 활동 공간에서 여러 제약이 많아지면서 이야기의 동선은 짧아지고 역동성은 줄어들었다. 다정하고 포근한 이야기들이 투고되었고 현실의 불안을 잠재우는 내용이나 작은 모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생활의 구체성을 문학 안에서라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활력이라도 독자에게 전해져서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이 시기를 통과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만 아는 내 동생」, 「숨은 입 찾기」, 「한밤의 놀이터 외」, 「초록 언덕 점빵」,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 「도토리 한 알」, 「오리 부리 이야기」, 「도토리 도둑 외」 등 모두 8편을 본심에서 살펴보았다. 「나만 아는 내 동생」은 동생을 귀찮아하면서도 동생이 자꾸만 신경 쓰이는 누나 나다해의 이야기다. 어린이들이 가깝게 느낄만한 이야기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갈등이 전형적이고 끝까지 독자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점이 아쉬웠다. 뒷부분은 서사의 집중력도 많이 흔들린다. 「숨은 입 찾기」는 ‘입’의 문학적 의미와 신체 기관으로서 ‘입’의 존재를 오가면서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고자 노력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린이의 신체에 대해서 수술, 검사하는 장면이 자상한 고려 없이 그려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질병에 대한 언급, 신체 기관 중 일부가 없을 때의 반응 등에서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한밤의 놀이터 외」는 문장이 안정적이고 이야기의 설정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상한 언니, 부러운 언니를 딱 잘라 나누어 말하는 부분에서 고정관념이 엷어지기보다는 강화될 위험이 있어 아쉬웠다. 대화와 전개는 부드러웠지만 각 편이 갈등 구조가 선명하지 않아 소품에 그치는 점도 안타까웠다. 「초록 언덕 점빵」은 맛있는 것이 나오는 이야기는 늘 호감을 얻는다는 원칙들을 생각하게 하는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서사가 뒷받침되어야만 한 편의 이야기로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동화 독자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든 청년 창업자들의 일상 이야기처럼 읽히는 아쉬움이 있다. 꾸미는 말들도 조금 절제하면 더 정제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도토리 한 알」은 유년동화의 미덕을 잘 아는 작품이었고 할머니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서사의 박자가 너무 느긋해서 안타까웠다. 「도토리 도둑 외」는 단편들이 고르게 안정적이다.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쓰는 유년동화 작가들이 있는데 그에 뒤지지 않는 작품으로 보인다. 지금 어린이 독자들에게 건네주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다만 세 편 모두 존재감이 약한 소품이고 특별히 새롭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과 「오리 부리 이야기」를 올려두고 심사를 계속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묘사도 생생하다.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이야기 몰입도를 높였고 선생님과 면담하기 위해서 찾아온 양육자들의 캐릭터가 재미있다. 다만 어린이가 서사의 중심에 등장하지 않고 어른들의 대화 속에만 존재하고 있어서 주고받는 대화의 재치에 그치는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교사는 고집스럽고 통념에 좌우되는 존재인데 양육자는 슬기롭고 유연하다는 구도가 좀 이분법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슬기롭고 밝은 조력자 어른들이 이야기를 살려낸다. 구성적으로도 잘 짜여진 작품이다. 「오리 부리 이야기」는 미디어가 잘못된 말을 옮길 때의 문제점을 담은 난센스 동화다. 이야기의 앞뒤가 차곡차곡 잘 맞물리고 문장도 문학적이며 짤막한 이야기에서도 캐릭터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무리 없이 읽히는 편안한 유년동화다. ‘입만 동동 뜬다’거나 ‘입만 살았다’ 같은 구전 속담의 의미망을 새롭게 풀어나간 이야기다. 읽다보면 도널드 덕 같이 고전적인 오리 캐릭터가 떠오르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그런 강력한 캐릭터들을 물리치게 하는 이야기의 구성은 매력적이었다.

논의 끝에 「선새앵님, 안녀엉하셔요오?」과 「오리 부리 이야기」 두 편을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각 편이 약간의 아쉬운 점을 지니고 있어 대상으로 추천하지 못했지만 어린이 독자들이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두 배의 즐거움으로 개성이 강한 이 작품들을 즐겨주기를 바란다. 두 분 수상자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유년동화라는 어려운 길을 향해 부단한 정성을 기울이고 공들인 작품을 보내 주신 모든 응모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한다.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