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역사동화상

당선작

우수상 : 모세영 『막손이 두부』
우수상 : 박상기 『백제 최후의 날』

본상: 상패

부상: 우수상 각 500만 원(선인세)


심사위원

예·본심: 최나미(동화작가), 이현(동화작가)


심사 경위

비룡소가 새로이 제정한 제1회 역사동화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역사동화상에는 총 74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예·본심에 동화작가 최나미, 이현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8월 20일 본사에서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두 작품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심작

  • 「댕기」
  • 「제주 하도리에 사는 고해인」
  • 「막손이 두부」
  • 「백제 최후의 날」

심사평

역사동화는 과거의 역사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역사라는 소재의 발현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쉬운 면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변별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경우, 등장인물이나 사건의 진행과 결과가 전형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나 일제 강점기 혹은 한국전쟁의 한가운데서 어린이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상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비록 사건의 주체는 되지 못한다 해도 분명 그 시절에 있었을 어린이가 이야기의 주체로서 보여줄 수 있는 지분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 심사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관점과 분석으로 작품의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역사동화는 역사에 대한 작가적 해석에 그칠 게 아니라 이야기가 살아 있어야 한다. 평면적인 인물이 관찰자의 위치에서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살피는 데 머문다면, 이야기를 즐겨야 할 어린이 독자가 먼저 등을 보이게 될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과거 어느 시기에 분명 존재하고 그 상황을 겪어냈을 인물을 그려냄으로써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
서사의 무게감을 주는 작품은 기대 이상으로 많았으나, 실제로 있었을 법하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본심에 논의한 작품은, 『댕기』, 『제주 하도리에 사는 고해인』, 『막손이 두부』와 『백제 최후의 날』이었다.

『댕기』
잘 알려지지 않은 기생들의 실제 만세운동을 담은 이야기다. 철도 일꾼으로 간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마저 일을 못 하게 되자, 스스로 기생이 되겠다고 권번에 들어간 언네가 기생 홍주를 통해 독립의 의미를 알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의 단단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우연히 듣게 된 아버지 죽음의 진실이나 개연성 없는 인물의 등장이 서사의 긴장감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또한 역사동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욕망과 역사적 사명을 동일시함으로써 개성보다는 소명화된 캐릭터로 그려지는 게 아닌가 살펴봐야 할 문제다. 특히 어린 언네의 시선만으로 만세운동 전반을 아우르기는 무리가 있어 보이며, 인물의 직업적 특성이 지나치게 부각되다 보니, 그 인물이 이루고자 하는 만세운동의 의미가 작가의 의도만큼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제주 하도리에 사는 고해인』
일제와 결탁한 조합이 경매가격을 깎아 버리자 제주 해녀들이 공동 투쟁에 나서며 항일운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물질을 잘하지 못하는 해인이 바다에 버려진 해녀 우도댁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해인의 친구가 된 히로또나 히로또의 엄마처럼 일제 강점기 전형적인 구도에서 벗어난 인물의 등장은 반가웠으나, 특히 히로또 같은 인물은 일반적이지 않은 표집으로 전형성을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역사적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에 주인공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리기 때문에 곁에서 관찰하고 느낀 것을 서술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건을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가 관건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기록에 의존한 서술에서 놓여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다.

『막손이 두부』
임진왜란 때 도공인 아버지와 함께 잡혀서 일본으로 끌려가던 중 배에서 아버지가 죽고 홀로 남게 된 막손이의 이야기다. 배경이, 끌려간 도공들이 정착하게 된 일본이라는 점이 이색적이었으며, 하급 무사 집에서 노비 생활을 하는 막손이가 료코와 아키라의 친구가 되어 가신의 횡포에 맞서는 과정도 신선했다.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 역사적 사건에서 관찰자 및 조력자에 머물고 만 것에 비해 어린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방식이란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에도시대에 대해 정보가 부족해서 이야기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고, 료코나 아키라가 무엇 때문에 조선에서 온 노비 막손이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도 모호하다. 특히 막손이가 납치된 뒤부터 이야기 흐름이 급해지면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몇몇 장면들이 마지막까지 아쉬웠으며,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정착하기로 한 막손이의 결심이 독자에게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는지는 작가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백제 최후의 날』
전쟁의 처참함을 감상적으로 그리지 않은 점에서 작가의 내공이 돋보였다. 정해진 역사적 결말 앞에서 석솔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명확하게 그린 점이나 전쟁을 대하는 웅진성의 성주나 군인들의 태도와 백성들의 태도에서 오는 온도차 등 세밀하고 안정감 있는 서술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역사동화에서 보기 드문 입체적인 주인공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는 점 또한 눈이 간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주인공 석솔뿐만 아니라 부모도 없이 홀로 살아남아 친구를 의지하며 함께 하려는 도해의 성격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전반부에 확고하던 석솔이의 성격이 연이 왕자와의 만남 이후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과정은 인물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서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 과정의 완급 조절이 필요한 이유는 앞부분에 배치된 소년의 죽음이 석솔이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서둘러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연이 왕자의 왕조에 대한 견해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고 지나치게 설명적이어서 서사의 입체적인 전개를 막아서고 있는 점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 여겨진다.

심사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본심에 오른 네 편의 투고작 중 『막손이 두부』와 『백제 최후의 날』을 우수상으로 뽑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두 작품 다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의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쉬운 점 또한 무시할 수는 없었다. 분명한 건, 새로운 시선과 완결성을 갖췄다는 면에서는 두 작품을 뽑는 데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쪼록 좋은 글을 써 주신 당선자 두 분께 기대와 축하의 말을 함께 전한다.
응모 원고 하나하나 읽는 내내 역사에 대한 작가들의 시선과 다양한 견해와 열정에, 함께 들뜬 시간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문학적이어야 하는 것,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것을 반 이상은 해낸 작품들이 꽤 많았다. 그 나머지를 채우는 일 또한 쉽지는 않겠지만, 어디 이야기를 짓는 일이 단 한 번이라도 쉬웠던 적이 있었던가? 꼭 다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최나미(동화작가)

지난 시대를 소재로 한 동화는 ‘역사동화’라 범주화될 만큼 꾸준히 창작되어 왔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스스로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간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까지, 고대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동화들이 어린이 서가에 빼곡하게 꽂혀 있다. 그러한 열기는 여전한 듯 비룡소 제1회 역사동화상에도 80여 편에 달하는 작품들이 저마다의 치열한 고민을 전해 왔다. 하지만 열심히 들여다보려고 할수록 시야가 좁아질 때가 있지 않은가. 많은 작품이 역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역사에 골몰한 나머지 이것이 동화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소재는 물론 스토리라인까지 닮은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타임 슬립처럼 풀어 가는 방식이 거의 똑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작가 자신은 독특한 소재, 남다른 방식이라고 여기며 썼을 테지만 결과가 그러했다. ‘역사’에만 주목한 까닭이 아닌가 싶다.
역사동화의 독창성은 독특한 소재에 있지 않다. 역사를 다루는 시각에 있다. 방식 또한 그러한 시각으로부터 나온다. 역사동화의 완성도는 그 역사를 잘 설명하는 데 있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 역사동화 역시, 한 편의 동화다. 역사 수업처럼 당시의 상황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군가의 이야기여야 한다. 동화란, 문학이란 결국 누군가의 삶의 고백이다. 역사동화란 누군가를 통해 바라본 역사, 그 누군가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역사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 속에 네 편의 작품을 본심에서 논의하였다.

우선 『제주 하도리에 사는 고해인』은 식민지의 바다를 용감하게 헤쳐 나간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로, 일본 어린이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당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작품의 결함이기도 하였다. 정작 주인공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역사적 사건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인공 어린이가 사건의 현장에 관찰자로 불려 나온 듯했다.
『댕기』는 낮은 신분과 가난 탓에 기생 학교로 가게 된 주인공이 어려움 속에서 신분과 젠더를 뛰어넘어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라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뼈대가 안정되어 있고 주인공 어린이가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하지만 주인공부터 이야기, 주제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역사동화와의 기시감이 강했다.

남은 『백제 최후의 날』과 『막손이 두부』는 팽팽한 점수를 얻었다. 결국 두 작품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백제 최후의 날』은 인상적인 도입부로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속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전개된다. 도둑질을 하고도 빤빤하게 대드는 주인공 또한 기존 역사 동화의 다소 ‘바른 생활’ 주인공들과 달라 매력적이었다. 제1회 역사동화상에 걸맞은 새로움이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에서는 새로움을 찾기 어려웠다. 나라에 은혜 입은 바라고는 없는 소년이 맞닥뜨린 망국, 그런데 소년이 어째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만 했을까? 주인공 소년의 도발적인 질문을 작품이 미처 따라잡지 못한 듯해 아쉬움이 남았다.
『막손이 두부』는 임진왜란의 와중에 대마도로 끌려간 도공의 아이 막손이가 일본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단지 일본을 배경으로 삼기만 한 게 아니다. 아키라와 료코 같은 어린이들 그리고 이에무라 부인과 신지 부인 같은 동네 여성들에 이어 겐조와 가와치 같은 번의 중간관리들까지, 에도시대 어느 동네를 여행하는 듯한 이야기가 결국 조선과 일본이라는 빤한 경계를 뛰어넘는 결말에 이른다. 막손이와 두 일본 어린이들이 이리저리 함께 뛰는 모습도 활기찬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하지만 임진왜란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식민지는 물론, 지금의 한일 관계도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삐걱거리고 있다. 일본 당국은 제대로 사과한 바 없으면서도 이를 지난 역사라 치부하고 있다. 식민지의 잘못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역사 인식에 있어 『막손이 부두』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동화에서 결정적인 고민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두 편의 수상작이 여러모로 참 다르다. 이는 제1회 역사동화상의 큰 수확이며, 다음 역사동화상의 밝은 전망이기도 하다.

이현(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