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그림책 부문과 동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그림책 부문 당선작: 대상 이연수 『수족관을 탈출한 물고기』

심사위원: 이수지(그림책 작가),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동화 부문 당선작: 우수상 김정민 『담을 넘은 아이 푸실』

심사위원: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


심사 경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에는 그림책 부문에 총 108편, 동화 부문에 총 148편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림책 부문에는 총 108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그림책 작가 이수지, 그림책 기획 및 번역가 이지원 님을 위촉하여 11월 28일 본사에서 예·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본심에 오른 총 6편을 논의한 결과 최종으로 완성도 높은 구성과, 밀도력 있는 그림으로 돋보인 『수족관을 탈출한 물고기』가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48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유은실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예심을 거쳐 논의한 결과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3일 본사에서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고 감동을 이끌어낸 『담을 넘은 아이 푸실』이 우수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그림책 부문

본심작:
『우리 집』
『말이 없는 나라』
『하루거리』
『할머니와 누에 이야기』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어!!』
『수족관을 탈출한 물고기』
심사위원:
- 이수지(그림책 작가),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올해는 108편의 응모작들을 만났다. 거의 그대로 책으로 내도 될 만큼의 완성도가 있는 작품들도 있는가 하면, 이제 막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 그림책이란 이런 것인가? 묻는 듯한 작품들도 있었다.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간절함을 담아 만든 작업은 결국 손 위에서 오래 머물기 마련이다.

많은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오른 작품은 『우리 집』, 『말이 없는 나라』, 『하루거리』, 『할머니와 누에 이야기』,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어!!』, 『수족관을 탈출한 물고기』 총 6편이다.

『우리 집』은 ‘아지’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자연 속의 다양한 집들을 간결한 그래픽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따라가면 안 돼! 거긴!”의 퐁당 개구리 장면이나 소금쟁이 뜬 잔잔한 수면 풍경 등은 특별히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작가가 세심하게 다듬어놓은 화면의 구성이 조화롭고, 더 뺄 것 없이 간결했다. 하지만 이런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고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다. 이미 확립된 색감과 스타일을 딛고, 작가가 변주하며 확장할 세계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말이 없는 나라』는 편안한 필치의 능숙한 그림들을 이야기에 얹었다. 이야기의 결말은 의미심장하지만, 동시에 이 이야기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작가 스스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상징적인 그림과 강렬한 색감의 이미지들이 우화의 서사에 묻혀 아쉽다.

『하루거리』는 천진한 아이들의 묘사가 탁월하여 주목했던 작품이다. 유려하면서 정감 있는 선과, 아이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이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길고 화면의 구성이 평이하여 수상작으로 최종 선택되지는 못했지만,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아름다운 그림에서 작가의 잠재력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할머니와 누에 이야기』는 먹과 청, 2도로 나누어 만든 이미지가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할머니와 누에의 삶을 교차 편집하는 시도가 좋고, 특히 고치가 되어가는 사람들을 표현한 이미지가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병렬 구조가 후반부로 가면서 서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마무리가 부족한 느낌이다.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어!!』는 발랄하고 즐거운 스타일의 캐릭터와 색감에 호감이 간다. 대개 아이들의 첫 요리가 달걀 요리이기에, 단순한 과정이어도 아이다운 흥분과 기대, 공감을 담은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집중되지 않고 화면 분할이 너무 많은 점,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수족관을 탈출한 물고기』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횟집 풍경으로 시작하는 그림책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다. 익숙한 간판과 텅 빈 수조, ‘임시 휴업’ 표지판에, 벌써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이 고인다. 여백이 풍성한 첫 페이지를 넘어 다음 장을 넘기면, 차분한 선으로 밀도 있게 묘사된 놀이터 모래밭과 작은 꽃잎들 사이로 스리슬쩍 숨어든 도다리 녀석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정원용 가위에 대적해 ‘용감하게 집게다리를 들어 올린’ 꽃게 형제의 모습에 웃다가, 다시, 물인 듯 하늘인 듯 푸른 여백으로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가리비들에 넋을 잃게 된다. 그림책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와 있을 수 없을 법한 이야기가 의뭉스럽게 섞여들어 보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장면의 묘사가 탁월하고,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숨은그림찾기 형식을 적절한 강약으로 마지막 장까지 흥미롭게 끌고 간다는 점에 주목하여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글이 조금 더 정리되고 시점을 명확히 한다면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손에 오랫동안 머문 작품은 마음속에 천천히 스며든다. 익숙한 풍경의 이야기가 자꾸 더 그림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볍게, 읽는 이의 마음을 하늘로 날린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 기대를 걸어본다.

이수지(그림책 작가)


그림책 작가도, 출판사도, 그림책을 즐기는 인구와 관련 행사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은 요즘이다. 짧은 한국의 그림책 역사에서 굳건히 그 명맥을 잇고 있는 비룡소의 황금도깨비상 심사에서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작품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이견 없이 대상작을 뽑을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수족관을 탈출한 물고기』는 재미있는 구상에서 나온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되어 있는 원고로, 정확하고 꼼꼼한 그림과 독자들에게 맡기는 ‘상상의 여지’ 사이의 균형이 뛰어났다. 요즘 우리 젊은 작가들의 그림책이 무국적이라는 비판이 종종 들리는데, 횟집의 수족관이라는 소재에서부터 풍경의 조각들이 보여주는 한국적 정체성도 반갑다. 금방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응모작 원고에 대한 감탄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대상작을 선정하였다.
그 밖에 본선에 올라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던 다른 작품들은『우리 집』,『말이 없는 나라』, 『하루거리』, 『할머니와 누에 이야기』,『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어!!』이다.
『우리 집』은 자연 대상의 아름다움을 수학적인 느낌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담는 시각적 전략으로 접근하며 누구에게나 가까운 소재인 각자의 ‘집’을 소개한다. 기법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더 화려하게 살리고, 서사의 재미에 큰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한 글이 좀 더 자신의 역할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우화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말이 없는 나라』는 추상적인 요소와 구상적인 요소, 채워져 있는 부분과 비어 있는 부분이 능숙하게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그림이 돋보였다. 그러나 명확한 교훈 또는 결론을 제시하는 우화에 반해, 긴 서사를 통해 드러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얼른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루거리』의 향수 어린 이야기는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은 뛰어난 인물 드로잉 실력으로 바로 눈길을 끌었으나 계속해서 주의를 집중하기 힘든 이야기의 긴 진행이 아쉬웠다.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는 단편의 연작이 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정리해서 간결하게 만들거나 하는 형식상의 개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와 누에 이야기』는 접점이 있는 두 개의 이야기, 할머니의 인생과 누에의 한살이를 각각 파랑과 검정을 사용하여 서사와 화면상에서 겹치게 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풀어나간 원고이다. 삶이라는 큰 주제가 독자들에게 이끌어 내야 할 감동을 목표로 그림과 글이 좀 더 다듬어지면 좋은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어!!』는 응모작 중 표지와 제목이 얼른 들춰 보고 싶은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비슷한 화면의 구성이 되풀이되고 짐작할 만한 내용이 펼쳐지면서 표지에서 보여주었던 발랄함이 끝까지 신선하게 남아 있지 못했다.
응모한 모든 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더 많은 작가들이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좋은 출간의 기회로 삼아 도전했으면 좋겠다.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동화 부문

본심작:
『변신 고양이 예지와, 민지와 유주와 마법사』
『플라밍Go!』
『파란만장 개, 살구 외 4편』
『담을 넘은 아이 푸실』
심사위원:
-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
올해도 응모작이 많은 편이었다.
우리는 거론의 여지가 충분한 작품들을 후보로 올려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면서 아동문학의 관심이 보다 더 확장되고 저변이 튼실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감을 갖고 후보작을 검토하면서도 의견을 한 작품으로 모으기란 역시 쉽지가 않았는데, 이는 가능성이 충분한 작품이면서도 아쉬운 부분들 또한 지적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예심 마지막 단계에서 『변신 고양이 예지와, 민지와 유주와 마법사』, 『플라밍Go!』, 『파란만장 개, 살구 외 4편』, 『담을 넘은 아이 푸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변신 고양이 예지와, 민지와 유주와 마법사』는 옛이야기의 모티프를 차용하여 경쾌하게 진행되는 서사의 힘이 좋았다. 선과 악이 원래는 한 몸이었다는 설정도 좋고 마법적인 요소를 곁들인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그러나 인물이 많아 역할이 분산되는 아쉬움이 크고 아홉 살 아이들이 진행하는 서사로 보기에 버거운 부분들, 공간이 자주 바뀌는 요소들이 가독성을 떨어뜨렸다.
『플라밍Go!』는 사고로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이 홍학 밍밍과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 설정이 흥미롭고 설득력도 있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서사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문장 운용이 안정적이고 전체적으로 이야기 완성도를 확보한 점도 장점으로 보았다. 그러나 극적인 상황, 마법적인 능력도 가진 주인공의 역할이 미비하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필요해 보인다. 기득권자의 횡포가 글의 분위기에 비해 극단적인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되었고 사고의 책임이 결국 주인공에게 있다는 설정이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해 불안감을 남겼다.
『파란만장 개, 살구 외 4편』는 단편 모음 응모작이다. 다섯 편의 단편 가운데 「파란만장 개, 살구」가 인상적이고 소재를 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편 대부분이 안정적이고 문장 역시 단정하다. 그러나 한 권의 무게를 갖기에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고, 전체를 관통할 만한 주제의식도 필요해 보인다. 작가의 색이랄 수 있는 육화된 완성도를 기대해 본다.
『담을 넘은 아이 푸실』은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의 이름에서부터 남다른 이야기꾼의 자질이 엿보이고, 작품 말미에 이름이 없던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등장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주제 구현에도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묘사를 통한 정황 전개가 돋보여 검토 작품 가운데서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시사적인 관점이 과거에 머물러 이 시대 아이들과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또한 편견과 관습에 도전한다는 인물의 행위 과정에 효진 아가씨나 효진 아버지의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여군자’라는 서책이 효진 어머니의 중요한 유물이건만 푸실에게만 속해 있고, 효진 부녀에게는 객관적인 대상 정도에 그친 점도 의문이다.
고심 끝에 심사위원들은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고 감동을 이끌어낸 『담을 넘은 아이 푸실』을 우수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선보이기를 바라며 박수를 보낸다.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