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그림책 부문과 동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심사 경위

제20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18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장르별로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에는 장편동화 부문에 총 38편, 그림책 부문에 총 113편이 각각 접수되었습니다.

그림책 부문은 예심에 어린이책 기획자 이지원 님을, 본심에 시인 최승호 님과 아트디렉터 박혜준 님, 그림책 작가 이호백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오전 10시, 본사에서 예심 통과작 29편을 가지고 본심을 치렀습니다. 심사 결과 올해는 아쉽게도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한편 장편동화 부문은 예,본심에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유은실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5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2월 2일 본사에서 세 본심 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아쉽게도 올해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참신하고 풍부한 작품들을 만나길 바라며,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그림책 부문

심사위원:
- 본심: 최승호(시인), 박혜준(아트디렉터), 이호백(그림책 작가)
- 예심: 이지원(어린이책 기획자)

전체적으로 응모 편수가 줄었고, 작품의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올해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공들여 작품을 준비했던 응모자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그동안 많은 신인을 배출해 온 황금도깨비상의 심사 기준에는 창의성과 예술성, 감동은 물론 무엇보다 책 한 권으로서의 완성도와 이 작품이 우리의 그림책 미래를 열 만한 신선한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 매우 강하게 작용해 왔다. 신인이라면 발상의 새로움, 구성의 새로움, 표현의 새로움, 형식의 새로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데 새로움을 창조해 내는 열정이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예심을 통과한 29편 중에서 마지막까지 논의된 작품은 <깽깽이 노랑 장화>, <너희 윗집에는 누가 사니?>, <어린 고슴도치 재재의 여행>, <시골집>이었다. <깽깽이 노랑 장화>는 글과 그림이 유머러스하고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했다. <너희 윗집에는 누가 사니?>는 일상과 상상력이 어우러지고 화면 구성 감각도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이야기 전개가 단조로웠다. <어린 고슴도치 재재의 여행>은 변신의 주제를 다루어 새로웠고, 색채나 선이 독특했지만 상상력의 폭이 크지 않아 아쉬웠다. <시골집>은 내용과 화면 구성의 완성도가 돋보였으나 이야기 전개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네 작품 모두 짜임새 있고 능숙한 솜씨로 글과 그림을 다루었으나,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그림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독자와 소통하려는 내용, 주제의식이다. 왜냐하면 감동은 이야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미나 재미를 둘 수 없는 이야기에는 독자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꺼질 뿐이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하여 세상에 무엇을 새롭게 부려놓으려는지, 자신의 작품이 빚어내는 무늬가 독자들의 가슴과 눈을 어떻게 성장시키는 거름이 될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소통”에 대한 내용을 앞에 두고 잠시 스스로 질문을 해 보자.

- 한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 아이가 커서 살아가게 될 세상은 어떤 곳이기를 바라는가?
- 아이에게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주제의식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심도 있는 장치를 구사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창작 그림책에는 신선한 발상과 주제의식, 작가만의 개성 있는 해석이 구성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서사성과 형상성,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로 드러난다. 전개 방식과 상황설정의 억지, 판에 박힌 구조라면 이야기의 객관성과 개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무언가 주제의식을 가지고 짜 맞추는 것은 좋은 숙제 결과는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아이디어라 보기 미흡하다. 그보다는 주제를 아우를 만한 강력한 이미지 하나를 일상에서 또 나름의 상상의 공간에서 떠올려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그런 새로운 생각이 들 만하게 평소에 체험하고 감상하는 일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심사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해였다.

인터미션, 쉬는 시간은 제대로 쉬어 주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굳은살을 벗겨내고 벗겨냄으로써 새 살이 돋도록 해야 한다. 겉살과 속살은 서로의 접점에서 긴장을 유지하며 성찰의 돌아보기를 할 것이다. 어느 일에나 실패와 도전의 시간은 필요하다. 뒤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시간. 새로운 실험의 데이터를 백업하고 발전시킬 자양분을 갈무리해 두는 시간, 그것이 인터미션일 게다. 한해갈이 과실나무처럼 내년에는 더 큰 수확을 기대한다.

 

장편동화 부문

본심작:
UFO를 쫓는 아이들
내가 진짜 기자야!
여름 갯벌
꼭두, 길 떠나다
바다를 품은 분홍 돌고래
 
심사위원:
- 예,본심: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

총 38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서 검토한 작품은 『UFO를 쫓는 아이들』, 『내가 진짜 기자야!』, 『여름 갯벌』, 『꼭두, 길 떠나다』, 『바다를 품은 분홍 돌고래』였다. 소재나 주제, 구성방식 면에서 모두 다른 빛깔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UFO를 쫓는 아이들』은 가정폭력 문제를 다룬 리얼리즘 동화다. 폭력에 시달린 아이가 갖는 트라우마를 기저로 주인공과 친구 시몬, 1009호 노인 문제까지 다루었다. 식상한 UFO를 끌어들여 정신적 상처를 다룬 점이 특이했다. 그러나 어딘가 골조만 있는, 짓다 만 건물을 보는 듯한 삭막함이 있었다. 엄마, 누나, 친구들 대화가 엇비슷하고 상투적이었다. 할아버지와 시몬 아빠의 캐릭터도 작위적이고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말에 이르러 너무 싶게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한계로 보였다. UFO를 새롭게 해석해 새로운 은유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진짜 기자야!』는 학교 신문을 통해 아이들이 겪는 부당함을 스스로 타개해 보려는 작품이다. 소재의 참신함과 작품 전반이 가진 문제의식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어린 인물들을 조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의 연애감정 묘사 역시 부자연스러웠고, 이야기의 전개 역시 뻔히 앞이 보이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쉽다. 개성적이고 내면화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좀 더 치열하고 깊게 퇴고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여름 갯벌』은 6. 25 전쟁 중 이도저도 아닌 이데올로기 현장에서 어른들과 고난을 함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안정적인 묘사력을 바탕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을 그려낸 것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인물들이 처한 아픈 상황은 전달하고 있지만, 개성적인 인물이나 신선한 전개방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작품과 주제나 소재 면에서 다른 면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역사동화와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지, ‘지금. 여기’를 사는 아이들과 전쟁의 한복판에 있던 아이들이 어느 지점에서 만날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꼭두, 길 떠나다』는 우리 전통 장례 문화 속 ‘꼭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간 언급되지 않았던 장례 문화의 한 가지를 선택한 점과, 또한 이를 깊은 상처를 가진 아이가 구원되는 매개로 연결하고자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프롤로그와, 허술한 구조가 안타까웠다. 허술한 구조로 서사 전달력이 떨어지고, 개성 없는 인물과 진부한 전개 역시 작품을 끝까지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

『바다를 품은 분홍돌고래』는 야생돌고래와 수족관에 갇혀 돌고래쇼 훈련을 받는 돌고래의 이야기다. 안정적인 문장으로, 애써서 따듯하게 써낸 흔적이 보인다. 오밀조밀한 모험들과 ‘태풍까지도 바다의 조건“이라는 메시지를 녹여낸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돌고래의 생태가 좀 더 효과적으로 작품 속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름 갯벌』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뻔한 구조와 인물이 가진 전형성 역시 흠결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고래에 대한 좀 더 치열하고 깊이 있는 사유가 작품 전반에 뿌리박힐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고심 끝에 이번에는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의미 있는 어린이책이 되려면 탄탄한 구성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든가, 조금 서툴러도 참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 때문이었다. 혹시 위의 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진정성과 어린이문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엿보여야 한다. 본심에 오른 작품이 제각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의미 있는 한 권의 어린이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동화는 뜨겁고 치열하고 겸허한 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장르다. 가능성을 보여준 응모자 모두 그 치열하고 빛나는 길에 아름다운 족적을 남기길 빌며, 수상작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