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픽션상

bir_awards_logo_d 제1회 수상작 김혜정 장편소설『하이킹 걸즈』부터 제12회 수상작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까지, 매 회 수상작들이 출간될 때마다 평단과 청소년 독자 및 성인 독자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 주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블루픽션상이 국내 청소년 문학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등단의 여부와 상관없이 청소년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당선작

당선작 : 최상희 「그냥, 컬링」

심사위원:

(본심) 김화영(문학평론가), 성석제(소설가), 김경연(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정유정(소설가)

(예심) 성석제(소설가), 김경연(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정유정(소설가)

본상: 상패

부상: 2,000만 원 (선인세), 특전 볼로냐 도서전 참관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0월 1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심사 경위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블루픽션상의 5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5회 블루픽션상에는 판타지, 공상과학, 가족, 성(性)적 고민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청소년 장편 소설 총 46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예·본심의 심사 과정을 거쳐서 최상희의 「그냥, 컬링」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본심작

 

  • 최상희 「그냥, 컬링」
  • 이진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
  • 최혜림 「뻘」

 

심사위원으로는 예심에 성석제, 김경연, 정유정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그 결과 총 3편을 본심작으로 선정, 본심 회의에 천거하였습니다. 본심 위원 김화영, 성석제, 김경연, 정유정 님이 지난 8월 4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최상희의 「그냥, 컬링」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힘 있는 문장과,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서사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당선작은 2011년 책 출간과 함께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 작품으로 공식 발표합니다.


 

심사평

힘 있는 서사의 위력

 

개성 있는 작품 세 편이 본심에 올라왔다. 각 작품의 매력 또한 개성만큼 색이 또렷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전체 응모작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높았다는 평가와 함께 이야기 축조 방식에 어떤 패턴이 형성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소설을 통해 겪는 인물의 변화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시작에서 끝까지 인물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를 ‘이야기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작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은 쑥쑥 읽히는 소설이었다. 주요 인물들이 ‘뷰티살롱’이라는 독특한 세트 속에 각자의 결핍을 숨기고 욕망에 도전한다는 설정도 매력적이었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날아가 버린 꿈의 시절을 돌아보는 후일담은 애드벌룬의 바람이 푹 빠진 후처럼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타의에 의해 주입되고 만들어진 인물의 욕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였다. ‘내버려두기’라는 수동적 해법이 등장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뻘」은 ‘자갈치 시장’을 배경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란 여고생이 어느 날 갑자기 거친 세계와 맞닥뜨리고 맞서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국밥집, 일수, 시장 상인을 등치는 조폭 등, 질펀한 삶의 층위에 대한 통찰이 강점으로 꼽혔다. 문제는 역시 상황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해결의 키를 쥔 조폭 두목이 학교 앞 바바리 맨이었다는 설정, 그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하는 주인공과 맥없이 허리를 꺾는 조폭의 모습 등은 지나치게 쉽고 허술했다. 후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어머니도 다소 뜬금없다는 의견이었다. 차라리 ‘뻘’이 암시하는 세계, 그 자체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냥, 컬링」은 우선 서사의 볼륨과 능숙한 핸들링 면에서 단연 돋보인 작품이다. 작가는 ‘컬링’이라는 느리고 지진부진하고 폼 안 나는 빙상 스포츠에다 빠르고 역동적인 이야기를 엔진으로 장착시켰다. 여기에 예상을 뒤집는 의외성이 도입부부터 호기심을 도발한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알파 걸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웬걸, 밥하고, 청소하고, 여동생의 간식이나 배달하던 베타 보이 오빠가 전면으로 튀어나온다. 비질 한 번 격렬하게 했다가 얼떨결에 컬링 팀에 스카우트 당한 주인공과 팀원이 부족해 주인공을 스카우트한 ‘그냥, 컬링’ 팀의 목표는 전국 컬링 대회에 정식 출전하는 것. 강원도 감자밭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처절한 전지훈련은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한 명장면으로 꼽혔다. 뒤통수를 치듯 툭툭 던지는 세계와 관계에 대한 서늘한 통찰, 이를테면 “청소년은 원래 외계인 아냐?” 같은 대사는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적절한 중력을 분배한다. 구구한 감상을 잘라내는 과감성, 장을 전환하는 절묘한 타이밍, 절제된 결말이 주는 감동과 벅찬 여운은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찬사를 끌어냈다. 우리 모두는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그냥, 컬링’ 팀의 대찬 역주를 기대한다.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를 보내며

 

심사위원 : 김화영(문학평론가), 성석제(소설가), 김경연(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정유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