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논픽션상

비룡소가 참신하고 창의적인 논픽션 원고를 공모합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지식 그림책과 읽기책, 청소년을 위한 인문 교양서 세 부문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원고를 찾습니다.

당선작

이미영의 「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

시리즈 지식 다다익선 13 | 글, 그림 이미영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5월 20일 | 정가 13,000원

심사위원

예·본심

조원경(《열린 어린이》편집인)
조은수(어린이책 작가)
송승훈(광동고등학교 국어 교사, 작가)

▷부상: 1,000만 원(선인세 500만 원, 창작지원금 500만 원)
- 특전 볼로냐 도서전 참관


심사 경위

제1회 비룡소 논픽션상 수상작이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5월 31일 공모를 마감한 제1회 비룡소 논픽션상에는 초등 저학년 그림책 부문에 50편, 초등 저학년 읽기책 부문에 9편, 초등 고학년 및 청소년 읽기책 부문에 14편 등 총 73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는 《열린 어린이》편집인 조원경 님, 어린이책 작가 조은수 님, 광동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작가인 송승훈 님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예·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응모작을 심사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편이 본심작으로 천거되었고, 지난 7월 19일 오후 4시 본사에서 세 심사위원들이 함께 논의한 끝에 이미영 님의 「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당선작은 2014년 책 출간과 함께 제1회 비룡소 논픽션상 수상 작품으로 공식 발표합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 「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
  • 「7명의 건축가를 통해 보는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 「마지막 여행 비둘기, 마사」
  • 「밤에 일하는 사람들」

심사위원

  • 조원경(《열린 어린이》 편집인)
  • 조은수(어린이책 작가)
  • 송승훈(광동고등학교 국어 교사)

당연한 말이지만 참신한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 볼 수 없던 형식인데 내용이 괜찮으면 오랫동안 눈이 갔다. 1차 예심에서 열두 편의 원고가 뽑혔는데, 하나같이 이런 책이 있기를 세상 사람들이 바라고 있었구나 싶은 원고들이었다. 여러 괜찮은 원고들이 예심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그 작품들이 모두 자격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만 세상에 이미 나온 책에서 방식을 참고한 책들은 무난해 보였다. 단행본으로 출판이 되어도 괜찮겠구나 싶었지만, 수상작이 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형식이 새롭지 않아도, 이것이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내용이었구나 싶은 원고들은 호소력이 매우 강해서 예심을 통과했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조선아)은 밤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 시선이 놀랍다. 이 그림책을 보며 무릎을 탁 쳤다.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잠자는 사이에도 누군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서 교육적이다. 이 원고는 독자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림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그러나 정보와 내용이 부족해서 어떻게 전체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평하는 의견도 있었다.

「마지막 여행 비둘기, 마사」(홍기운)는 인간의 무심한 잔인함으로 인해 멸종된 동물 종에 대해 문제의식을 깨우치는 내용이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정도로 몰입도가 있다. 마사라는 여행 비둘기를 등장시켜서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퍽 성공적이다. 그러나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점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인 『중국을 구한 참새 소녀』를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신짜오 베트남」(윤혜영)은 베트남 문화를 우리 말 자음 ㄱㄴㄷ 순서에 맞춰 하나씩 소개한다는 발상이 독특하다. 중국과 몽골, 필리핀 문화를 다룬 책도 기획한다는데, 기대가 된다. 이 방식은 자칫 억지스러운 끼워 맞추기가 될 수 있어 구성하는 사람이 솜씨가 뛰어나야 한다. 베트남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시리즈로 ‘ㄱㄴㄷ으로 알아보는 세계 문화’로 구성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데 구성이 단조롭고 내용이 조금 약한 면이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수리수리 비법」(윤혜영)은 글 쓰는 방법을 알려 주는 글이다. 글쓰기에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따라하겠다 싶은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그런데 이 내용이 그간 있어 왔던 어린이 글쓰기 교육의 성과를 온전히 담아내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쉽고 재밌게 따라할 만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밀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귿이의 재미있는 쇳대 이야기」(유은영)는 쇳대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다. 저학년의 눈높이에 맞춰 고른 지식을, 맛깔 나는 우리 옛이야기 형식으로 녹여 낸 점이 좋다. 이야기와 정보의 비중이 적당한가, 지식 그림책으로 이야기가 과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아이들이 왜 이 내용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유가 납득이 되는 원고면 더 좋겠다.

「7명의 건축가를 통해 보는 건축이란 무엇인가요?」(최윤주)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가 일곱 사람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건축가에 대한 글은 어린이 책에서 보기 드문 기획이라 눈에 뜨였다. 목차가 깔끔하고 건축 지식을 체계 있게 정리해서 좋았다. 그런데 건축 쪽 관련 도서를 요약해서 정리한 학습서 느낌이 난다. 글쓴이가 건축에 대해 조금 더 정수를 꿰뚫는 글을 쓰거나 자기 시각으로 이야기하면 좋았겠다. 우리나라 건축가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고, 건축 지식을 우리 주변 건축물에 적용해서 생각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들키고 싶지 않아」(양영지)는 2년 동안 애벌레를 키우며 관찰한 내용으로 직접 찍은 사진을 담은 원고였다.아름답고 가치 있는 내용이다. 세밀한 관찰과 사진이 좋다.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지 않게 너무 다 드러내 보이는 관찰 일기라는 비평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호기심이 계속 생길 수 있을까? 이 점을 어떻게 보완할까가 숙제다.

「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이미영)는 자연에서 보이는 여러 기능적 요소들을 인간이 디자인해서 만들어 낸 물건들과 연결 지었는데 새로웠다. 동물들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달시킨 몸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디자인을 알려 주는데 재미가 있다. 부자연스러운 부분이나 억지스러운 내용이 없고 전체 내용이 재미나게 술술 읽힌다. 그런데 낮에 눈이 안 보이는 부엉이에게 고양이 눈동자 안경을 만들어 줄 때, 단번에 ‘고양이 안경!’ 하고 답이 나오기보다, 그 답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 ‘무슨 안경이 좋을까?’, ‘번개 안경, 물결 안경, 소용돌이 안경’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아, 시야를 좁혀서 초점을 살리려면 고양이 눈동자 안경이 제격이야.’ 하는 식으로 문제 해결의 과정을 보여 주면 좋았겠다.

「어린이 체인지 메이커스, 세상을 구하라!」(백다은)는 요즘처럼 청년 실업과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진 때에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 내용이다. 보통 사람들이 일하면서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는 관점이 좋았다. 그런데 책에 나온 내용이 모두 외국 사례이고 깊이가 부족했다.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사례를 발로 뛰며 찾았으면 가치가 훨씬 높아졌으리라고 본다. 사업을 할 때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기보다는 그저 잘된다고만 소개해서, 아이들에게 하면 된다는 긍정적 희망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자칫 아이디어만 있으면 힘든 노력 없이도 일이 마법처럼 쉽게 이루어진다는 오해를 심어 줄 수 있다.

「사과나무가 들려주는 뉴턴의 만유인력과 인공위성의 원리」(주희)는 소재가 좋고, 글의 진행이나 방향도 나쁘지 않았다. 사과나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과연 초등 저학년을 위한 작품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글이 많고, 내용이 장황하다. 짧고 굵게 주제를 한정하면 더 좋았겠다.

「모험과 고난으로 성장하는 인간, 오뒷세이아」(이현주)는 고전을 새로 쓴 글이다. 오디세이아처럼 기존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글로 쓸 때는 어떻게 참신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예전에 나온 다른 오디세이아와 구분되는 특징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어린 왕자를 위한 세계 지리」(김이재)는 지리와 관련해서 사회 역사적인 내용이 여러 가지 담겨 있다. 널리 알려진 어린 왕자를 등장시켜서 지리를 설명하는데 내용이 좋고 발상도 신선하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많다. 어린 왕자 속 지리학자, 생텍쥐페리, 이 글을 쓴 작가까지 나와 혼란스럽다. 그밖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져서, 마치 삼천포로 잘 빠지는 선생님의 강의 같다. ‘지도의 거짓말’과 ‘국민총생산의 진실’과 ‘행복지구지수’ 같은 주옥같은 내용들이 잡다한 이야기들 속에 파묻혀 마음에 남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과감히 내용을 덜고 다시 간결하게 쓰면 좋겠다.

이 열두 편의 원고에서 「밤에 일하는 사람들」, 「마지막 여행 비둘기, 마사」, 「7명의 건축가를 통해 보는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 등 네 편을 본심작으로 골라 다시 논의한 결과 「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를 수상작으로 골랐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 그림체가 좋고 고되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따뜻했지만 내용이 더 있어야겠다고 판단했다. 「7명의 건축가를 통해 보는 건축이란 무엇인가요?」는 건축 설명에서 깊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여행 비둘기, 마사」는 잘 읽히고 주제가 또렷이 전달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동물 왕국의 디자이너 여우」는 디자인이라는 일반 사회의 주제를 동물들을 주인공 삼아 들려주는데 가장 소재가 참신했고, 내용의 완성도가 높았다. 디자이너 여우라는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여러 동물의 몸 생김새를 그 동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능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려 줌으로써 디자인의 개념을 전하는 방식을 보면, 작가가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뿐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 또한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의 기술이나 매뉴얼을 알려 주기보다, 디자인의 근본적인 이유, 개념을 전하려고 애쓴 점도 눈에 띈다. 디자인이 목적 없이 그저 예쁘게 꾸미는 일만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을 충족시키며 아름답게 하는 것임을 잘 이해하게 하는 원고이다.

지식 그림책, 저학년 읽기책, 청소년 교양서를 논픽션으로 쓸 때, 그 분야의 교양 도서를 요약하고 쉽게 풀어 소개하는 정도로는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다. 이 시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찾았다면, 그 분야에 대해 공부를 어느 정도 한 뒤에 글쓴이 자신이 직접 그 현장을 찾아가 살피면서 글을 쓰기 바란다. 참고 도서에서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았다면,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오지 말고, 그와 비슷한 사례를 되도록 가까운 우리 공동체에서 찾기 바란다. 그래야 상투성을 벗어나, 세상 사람들이 오래 찾는 책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