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문학상

 bir_awards_logo_g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당선작

대상 : 박주혜의 「변신 돼지」
우수상 : 성현정의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

심사위원: 김진경(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본상: 상패

부상: 대상 1,000만 원(선인세) / 우수상 500만 원(선인세)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2월 27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1건
구매하기
변신돼지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10월 27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2건
구매하기
두 배로 카메라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6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6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SF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167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심작

  • 「변신 돼지」
  •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
  • 「요정부츠」
  • 「자라는 집」외 2편
  • 「뭉게뭉게」 외 2편
  • 「나 홀로 우주마켓」

심사위원으로는 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예심 결과 총 6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지난 8월 16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박주혜의 「변신 돼지」를 대상작, 성현정의「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를 우수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사평

흔히 작품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선 안 되고 많이 써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작품을 쓰다 보면 이런 게 내 머릿속에 들어 있었나 싶은 게 붓을 타고 흘러나오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써 놓고 보면 그런 게 없는 작품은 죽은 작품처럼 느껴진다. 어찌 보면 작가란 그렇게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것을 끌어내는 언어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 언어의 힘이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많이 써 봐야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의 언어가 독서 등의 매체 체험에 갇혀 있는 경우는 어떨까? 그런 경우에도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것을 끌어내는 게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요정부츠」와 「나 홀로 우주마켓」이었다. 「요정부츠」는 상상력도 기발하고, 문장도 안정되어 있고, 구성도 깔끔하다. 그런데 그 언어가 서구 요정담 안에 갇혀 있다. 그래선지 창작자가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것까지 작품 속에 투입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잘 만든 작품인데 좋은 창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 홀로 우주마켓」 역시 마찬가지였다. SF의 다양한 모티프들을 저학년에 맞게 잘 조립하여 만들었다는 생각은 드는데 좋은 창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위의 두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뭉게 뭉게 외 2편」은 SF지만 작가가 느껴지는 좋은 단편들이었다. 핵전쟁이 쓸고 간 미래, 로봇이 거의 모든 일을 대신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러한 배경이 생명과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가가 왜 SF 형태로 이런 얘기를 써야만 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학년 어린이가 읽기에는 어려운 작품으로 보였다.
「자라나는 집 외 2편」은 비좁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아이, 축구를 좋아하는데 집이 어려워 축구화를 살 수 없는 아이의 소박한 꿈을 환상성의 도입을 통해 따뜻하게 풀어 낸 좋은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기왕의 동화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느낌이고 우화적인 수법을 도입한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결이 안 맞는 점이 험이었다.

「변신 돼지」와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는 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가족을 보는 관점이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변신 돼지」는 먹는 걸 즐기고 몸이 통통해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화목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가족은 애완동물 가게에서 늙은 토끼를 구입해 기르는데 엄마가 유기농 채소를 먹이는 등 정성을 쏟아 토끼는 건강하고 통통하게 자라고 열흘이 되는 날 갑자기 꿀꿀거리는 돼지로 변한다. 돼지를 싫어하는 엄마의 주장 때문에 돼지로 변한 토끼를 애완동물 가게에 반품하고 이번엔 비쩍 마른 강아지를 데려다 기른다. 이 비쩍 마른 강아지 역시 엄마의 정성으로 통통해지고 열흘이 되자 역시 돼지로 변한다. 엄마는 돼지로 변한 강아지를 반품하고 너무 커서 애완동물로는 부적절한 햄스터를 가져다 기르는데 햄스터 역시 돼지로 변한다. 이 가족은 너무 늙거나, 비쩍 마르거나 너무 커져 애완동물로 부적격이 된 동물들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통통하게 자라게 하는 그리고 돼지로 변신시켜 한 가족으로 닮아가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이 가족의 마법이다.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는 만물상 트럭에서 우연히 구한 장난감 사진기로 인해 야기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사진기로 동물이나 사람을 찍으면 그 찍힌 동물이나 사물이 둘로 늘어난다. 그래서 애완 고양이가 여러 마리로 늘어나고 아빠도 셋이 되고 엄마도 둘이 된다. 그런데 엄마가 둘로 늘어나면서 아이에겐 잔소리가 두 배로 늘어나고, 아빠가 셋으로 늘어나 집 안의 공간을 늘 차지하고 있어 집 안에서 아이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아이는 견딜 수 없어 만물상 트럭을 찾아가 가짜 고양이 아빠 엄마를 터뜨려 사라지게 하는 바늘을 구해온다. 가짜는 바늘로 찌르면 풍성처럼 바람이 빠져 사라진다. 그렇게 해서 고양이는 진짜 고양이 한 마리만 남는다. 문제는 아빠 엄마다. 진짜를 찾기 위해 질문을 하는데 가짜 엄마 아빠가 오히려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진짜는 자신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 못 할 거라고 판단하여 가짜를 사라지게 한다. 아이는 그렇게 진짜 엄마 아빠를 찾으며 씁쓸한 슬픔에 잠긴다.

「변신 돼지」와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는 오늘날 가족의 두 측면을 그리고 있다. 오늘날 가족은 「변신 돼지」에서 처럼 소비 공동체로서는 서로 무척 닮아 있고,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느냐가 사회의 계급적 지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단결도 잘 되어 겉모습은 무척 화목해 보인다. 그러나 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한 사진기」에서 그리고 있는 것처럼 공동화되어 있다. 어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가치체계를 갖는 또래 놀이 집단이 사라진 상태에서 부모, 친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할아버지 등 많은 어른들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요구받는다. 그 요구들은 어른 세계의 기준에 따른 것이어서 일방적이고 너무 많은 그러한 요구들은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막고 아이들을 소외시킨다.
「변신 돼지」는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문학적 완성도가 매우 높았고,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는 가족의 공동화된 관계를 들여다보는 예리함이 장점인데 문학적으로 좀 거칠었다. 「변신 돼지」를 당선작으로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를 우수상으로 정했다.

김진경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이 많았던 2016 비룡소 문학상

휴대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린다. 낮 최고 기온 35도 예상. 폭염 경보를 알리는 긴급 재난 문자다. 40년 만의 무더위가 연일 기록을 깨고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잠을 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힘들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지구를 불덩이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우울하기만 하다. 이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삶에서 유희하는 인간의 삶으로 되돌려야 할 때이다. 우리 아이들한테 덜 먹고 덜 쓰고 그래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아이들의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작품이 더 간절히 기다려지는 시기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기발하고 다양한 소재로 쓰인 작품이 많았다. 최근 응모작과 수상작 모두 판타지가 강세였지만 작가들이 상상력의 한계를 깨달은 듯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저학년 동화에서는 쉽게 시도 하지 않는 SF와 공포, 추리 등 장르가 다양해졌다. 신인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새로운 시도가 반가웠다. 본심에 오른 여섯 작품 모두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변신 돼지
어느 날 아침, 집에 나타난 돼지. 찬이네 가족은 혼란에 빠진다. 돼지가 나타난 뒤 ‘또 와 동물가게’ 에서 사온 늙은 토끼 달콤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돼지로 변한 달콤이를 동물병원에 데려다주고 강아지를 데려온다. 그러나 강아지 ‘통닭’을 데려온 지 열흘째 되는 날 ‘통닭’도 돼지로 변해버린다. 찬이네 엄마 아빠도 처음에는 달콤이가 돼지로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동물병원으로 보내 버린다. 그러지 않아도 가족 모두가 덩치가 커서 걱정인데, 진짜 돼지를 키우다가 돼지 가족이라고 놀림 받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변신 돼지’ 제목처럼 동물들이 모두 변신이 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읽는 내내 언어유희가 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동안 ‘돼지’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돼지가 어때서?’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며 이야기가 코믹하게 진행된다. 그러고는 동물들을 모두 돼지로 변하게 한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지다가 점점 돼지 가족을 응원하게 된다. 주위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돼지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돼지가 돼 버린 동물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대화도 재미있고, 돼지가 된 동물을 바꾸러 간 엄마와 동물 병원 아저씨의 실랑이도 재미있다. 그러나 대화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냥 웃으며 넘길 수만은 없다.
찬이네 가족은 모두가 뚱뚱해서 돼지가족이라고 놀림 받지만 아무도 사가지 않은 늙은 토끼와, 버려진 강아지와 햄스터를 따뜻하게 돌봐주는 외모만큼 마음이 넉넉한 가족이다. 동물들은 찬이네 가족의 사랑을 먹고 매일 무럭무럭 자라나게 된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쓰였던 ‘돼지’의 의미를 우리 조상들이 썼던 ‘복스러움’과 ‘넉넉함’의 의미로 되돌려 주고 있다.
작가는 상상력의 전복을 통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끌고 가다 생각할 거리를 멋지게 한 방 먹이는 느낌이 든다. 깔깔 웃으며 유쾌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 모두 만장일치로 대상을 주기로 결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
주인 없는 만물상 트럭에서 플라스틱 사진기를 발견한 아이는 오백 원을 놓고는 사진기를 들고 나온다. 사진기로 고양이 골룸을 찍자 고양이는 두 마리가 된다. 엄마 아빠도 사진을 찍자 여럿으로 늘어난다. 새로 생긴 엄마 아빠는 서로 싸우기 바쁘다. 아이는 가짜 엄마 아빠를 없애기 위해 만물상을 다시 찾아간다. 만물상 할아버지에게 가짜를 없애는 방법을 듣게 되는데, 가짜는 황금 바늘로 찌르면 풍선처럼 터져버린다는 것이다. 아이는 가짜 엄마 아빠를 찾아내기 위해 고심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면 대상이 여럿으로 늘어나는 사진기. 황금바늘 등 소재가 매력적이다. 뭐든지 찍기만 하면 무한 복제되는 사진기와, 가짜를 없앨 수 있는 바늘은 아이에게 무한한 마술적 힘을 부여한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장면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전에 없던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아이들의 욕망은 억눌리고 통제된 채 어른들의 욕망을 따르며 살고 있다. 아이들을 어른들의 욕망에서 해방 시키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아이를 잘 아는 고양이가 진짜 골룸이었던 것과는 달리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엄마 아빠가 진짜 엄마 아빠였다는 반전은 신선하기는 하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심사위원들과 의논 끝에 마지막 장면은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 더 의미를 두기로 했다.

요정부츠
요정 미모의 부츠 찾는 이야기이다. 미모의 왼쪽 부츠는 ‘왼쪽이’로 바스락거리는 낙엽 길 걷는 걸 좋아하고 가끔 멋대로 작아질 때가 있다. 오른쪽 부츠는 ‘오른쪽이’로 돌멩이를 차면서 노는 걸 좋아하고 가끔 제멋대로 커질 때가 있다. 왼쪽이는 개미집 안에 들어가 여왕개미의 왕관이 되기도 한다. 오른쪽 부츠는 점점 커져서 동굴이 되기도 한다.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부츠 이야기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부츠를 만났던 곳이 요정들이 만든 쓰레기통이고 그곳에서 만난 눈물 흘리는 소설책이나 혼자서 산책하는 강아지 목줄 이야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재밌는 소재를 작가는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 저절로 이야기에 빠져들 만큼 신비로운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문장도 세련되고 캐릭터도 모두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상상력이 자유로운 작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작가의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자라는 집 외 2편
「자라는 집」, 「거북이의 소원」, 「짝짝이 축구화」 세 편 모두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 사는 지동이. 토끼한테 매번 당하기만 하는 거북이, 그리고 형이랑 가난하게 사는 태우.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주인공이다. 욕심 많은 주인할머니 때문에 번번이 상처받지만 지동이는 할머니가 아끼는 꽃들이 시들자 할머니를 위해 꽃을 살려낸다. 그리고 꾀 많은 토끼한테 늘 당하기만 하는 거북이는 도깨비를 도와주고, 토끼도 살려준다. 태우는 꼭 신고 싶은 축구화를 주웠지만, 친구의 축구화라는 걸 알고 다시 돌려준다. 모두 착하기만 한 주인공이다. 비록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지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남을 도울 줄 알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전해져서 좋았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저학년 동화 작품집으로 내기에는 뭔가 좀 아쉬운 점이 있다. 저학년 아이들이 얼마만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작품을 더 모아서 고학년 작품집으로 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뭉게뭉게 외 2편

세 편 모두 SF로 쓰인 작품이다. SF는 저학년 동화에서 시도하기 힘든 장르이다. 대부분의 SF 작품이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는데, 「뭉게뭉게」, 「닥터한」, 「쁘쁘 띠띠」 세 작품 모두 결말 부분이 따뜻해서 좋았다. 과학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서 일하고, 생명이 사라진 지구이지만 인간처럼 따뜻한 감정을 가진 로봇들이 등장해 또 다른 희망을 전해준다. 비록 로봇이긴 하지만 할머니, 닥터한, 쁘쁘 띠띠는 각각 개성 있는 로봇이다. 로봇 캐릭터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세계를 파괴하는 것도, 희망을 전해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 매력적인 로봇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나 로봇이 아기를 키우는 이야기에 저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장은 쉽게 잘 읽혀서 저학년 아이들도 읽는 데 무리는 없겠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가 아이들 보다는 어른의 관심 역역이다. 저학년보다는 고학년 아이들이 읽어야 작가의 의도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홀로 우주마켓
우주에서 사용 금지된 도구를 파는 우주마켓. 하모의 부모님이 불법으로 하는 마켓. 엄마 아빠가 여행을 간 사이 우주마켓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팰리스 행성을 없애려는 카악 선장과 이를 막으려는 하모와 아리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모 엄마 아빠는 생각 많은 하모에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은 컴퓨터가 대신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속여서라도 돈을 모아 팰리스 행성으로 이사 갈 계획만 세운다.
나 홀로 우주마켓은 다양하고 재밌는 소재가 많이 쓰였다. 우주마켓에서 파는 물건과 한방빵, 서로띠 작가가 만들어낸 이름과 기능이 모두 재미있다. 지구를 파괴한 사람들이 팰리스 행성으로 옮겨가서 잘 먹고 잘사는 모습이나, 이를 비판하기 보다는 팰리스로 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 하모의 부모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를 작가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의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힘을 합쳐 악을 무찌르고 우주의 평화를 지킨다는 스토리는 인물과 사건의 진행이 문학적이기보다는 익숙한 만화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올해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시도가 많았던 만큼 내년 응모작품들이 벌써 기대된다. 패기 넘치는 신인 작가들의 도전으로 저학년 동화가 점점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응모해준 작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족한 심사평 보고 뜨거운 열정이 꺾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리리

자신과 이웃, 세계에 대한 탐색이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년기 어린이에게 동화는 자신의 가장 낯설면서도 가까운 동료다. 이번에도 생경하지만 흥미로운 모습의 작품들이 여러 편 있었다. 다만 이야기를 ‘어떻게’ 스타일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작품이 열심히 고민하는 반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만큼 정교하게 접근하는 작품이 적어서 아쉬웠다. 저학년 동화이지만 막연하게 ‘생명의 소중함’, ‘우정의 가치’, ‘가족애’, ‘평화와 폭력’ 같은 넓은 방향만 정해두고 이야기의 결말을 정리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좀 더 예민한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까지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홀로 우주마켓』은 푸른 별 지구가 모래행성이 된 이유를 팰리스 행성의 탐욕 때문인 것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런 전개는 아주 익숙한 것이어서 새롭지 않다. 이 작품에서 빛나는 부분은 ‘서로띠’라는 개념이었는데 이런 독창적인 부분이 두드러질 수 있도록 후반부에 풍성한 연결고리를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500년 정도 지난 미래에 공놀이 같은 방식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과거와 현재의 놀이에 대한 대조를 위해서 너무 단순하게 다룬 것은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SF 설정이지만 유년기 어린이를 위한 SF를 쓴다면 이만큼 접근하는 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톡톡 튀는 표현은 재치 있었다.
『자라는 집』은 단편집이다. 실려 있는 작품의 결이 조금씩 다 달랐다. 첫 번째 단편은 정겨운 이야기이며 집이 자란다는 상상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안정적이며 ‘동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를 거친 작가의 작품으로 보였다. 다만 이야기마다 자신의 인상을 정확하게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서 정서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요정부츠』는 감각을 자극하는 생생한 장면이 좋았다. 이야기 안으로 독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힘이 있다. 그러나 ‘개미스러운 크기’ 같은 무리한 표현이 걸리고 작품 속 인물과 공간에 관한 좀 더 섬세한 구상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인물이 등장할 때 그들은 각각 독자의 생각 속에서 설득력 있게 재현되는 자기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뭉게뭉게』는 단편집이다. ‘닥터한’이나 ‘쁘쁘띠띠’ 모두 저학년 독자에게 맞는 이야기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생략이나 뛰어넘기가 많은 편이어서 독자들은 이 장면들에 대해서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작가는 상당히 함축적인 상징과 묘사를 사용하는데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들어낸 점은 높이 사지만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오히려 감춰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수상한 만물상 트럭과 알록달록 사진기』는 찍을 때마다 배로 늘어난다는 알록달록 사진기의 설정이 작품 안에서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 장치를 활용하는 방식이 새롭다. 아이가 여럿이 되고 가족이 아이의 정체성을 판별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가족이 늘어나면서 아이가 그 많은 시선 속에서 진짜 가족 관계를 찾는 작품은 흔치 않았다. 발상의 새로움에 비해서 몇몇 단어나 표현의 사용이 관습적이고 도입부는 조금 느린 편인데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이야기를 쌓아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시대에 수많은 어른의 관심을 부담으로 지면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건조하고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른을 보는 답답한 심정이 잘 묘사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수상 목록에 올렸다.
『변신 돼지』는 전체적으로 매끄러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만큼 끝까지 완성도에 대한 목표를 낮추지 않고 공들여 작업한 동화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돼지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여러 차례 보았던 것이지만 그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면서 어린이의 주도적 움직임을 포착해낸 작품은 드물다. 한편으로는 변신의 가능성에 대해서 묻는 것처럼 읽히는 중의적인 제목은 작가가 던지는 각 생명체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잘 어울린다. 생명과 사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의 상품으로 대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을 던지고자 한 작품으로 보이지만 유년기 독자가 그 역설적인 구조까지 바로 닿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점은 작품을 끝까지 들고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 저학년 동화로서 충분한 탄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연령이 낮은 독자에게는 그 나름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읽히면서 좀 더 연령이 높은 독자들에게는 곱씹을수록 복잡한 의문이 드러나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이 구축해나가고 있는 중층적 구조다. 오래 읽고 자란 뒤에도 다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변신 돼지』를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비룡소 문학상’은 해마다 어떤 대담한 시도를 지지해왔다. 경쾌함과 재미의 복원, 저학년 단편의 서정적 가능성, 뒤틀린 현실을 반영하는 냉정한 환상의 구현 등에 손을 들어주었다. 올해도 수많은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작품들이 있었다. 안타깝게 수상하지 못했으나 그 의미와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투고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와 존경을 올린다.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