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문학상

 bir_awards_logo_g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당선작

대상 : 곽유진「꽝 없는 뽑기 기계」

심사위원: 김진경(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본상: 상패

부상: 대상 1,000만 원(선인세)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0년 3월 1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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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9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7월 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8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SF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203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심작

  • 「자전거 날다」 외 2편
  • 「바미와 그림자 가게」
  • 「배꼽이 자라는 아이」
  • 「이다음별 지도」
  • 「소곤소곤 회장」
  • 「비밀교실」
  • 「퍼플 캣」
  • 「꼬미와 뭉치」
  • 「꽝 없는 뽑기 기계」
  • 「다락방 외계인」

심사위원으로는 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예심 결과 총 10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지난 8월 9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곽유진의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대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사평

문학은 관계에 대한 사유다

문학은 관계에 대한 사유다. 서사문학이 서로 이질적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가는 관계 맺기를 보여 준다면 서정문학은 상대방을 나처럼 상상하는 비유를 사람을 넘어 다른 생물과 무생물로까지 확장하는 것을 통해 관계에 대한 사유를 전개한다. 어린이 문학도 문학인 한 이 관계에 대한 사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린이 문학의 특수성은 한 피부를 둘러쓰고 있는 것처럼 상상되는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벗어나 낯선 타인들과 접속하는 생애 초기의 관계 맺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이 생애 초기의 관계 맺기는 일생 동안 지속되는 관계 맺기의 원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대개 외동이나 많아야 둘의 형제자매로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한다. 동네에 또래 놀이집단도 없고 동네 형이나 누나, 아저씨, 아줌마도 없다. 유년기에 자기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기회가 별로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여 갑자기 서로 다른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아이들 속에 놓인다는 것은 외상적일만큼 충격적일 수도 있다. 이 외상적 충격으로 다가오는 생애 초기의 관계 맺기는 「꼬미와 뭉치」, 「다락방 외계인」에서처럼 외계인과의 만남이라는 비유적 설정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꼬미와 뭉치」는 사는 곳도 대조적이고 덩치도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외계인 꼬미와 뭉치가 만나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잔잔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다락방 외계인」은 부모와의 애착관계로부터 갑자기 분리되어 냉정하고 거친 삼촌 집 다락방에 살게 된 아이가 서로 매우 다른 특성과 성격을 가진 외계인들과 다락방에 살면서 서로 부딪치며 이해해 가는 이야기이다. 과장법을 쓰면서 어려움을 유머러스하게 극복하여 유형의 장소와 같던 다락방을 이질적인 삶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장소로 바꾸어 내는 이런 이야기가 한국 어린이 문학에 새로운 장르로 덧붙여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다음별 지도」와 「꽝 없는 뽑기 기계」는 생애 초기 관계 맺기의 외상적 충격을 애착관계에 있는 애완견이나 부모와의 사별과 그것의 극복과정을 통해 그린 작품이다. 애착관계에 있는 존재가 죽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존재 하나의 소실이 아니라 내가 맺고 있는 관계 전체를 잠시 무너트리고 변화시킨다. 「이다음별 지도」는 애완견과 사별한 팔에 점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그 상실을 극복하고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거기까지 이르는 심리적 과정을 윤회로 팔의 점을 그 윤회의 지도로 설정한 것이 좀 신선하지 못했다. 「꽝 없는 뽑기 기계」는 부모의 죽음으로 자기 세계가 붕괴되어 실어증을 앓고 있는 아이가 그 상실을 극복하고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복원 재구성하여 건강하게 현실로 복귀하는 이야기이다. 그 자기치유의 과정에 뽑기 기계와 관련된 환상성이 도입된다. 주인공 아이는 부모가 죽은 충격으로 실어증을 앓고 있는데 아빠의 바지 주머니에서 떨어진 500원을 가지고 어린 시절의 아빠로 추정할 수 있는 남자애를 따라 가 뽑기를 한다. 이 꽝이 없는 뽑기 기계에서 뽑기를 해 낡은 칫솔 두 개를 받는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어린 시절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자 아이를 따라가 또 뽑기를 해 낡은 운동화를 받는다. 이 두 계기를 통해 아이는 마음의 건강을 되찾게 된다. 기실 환상성으로 도입된 이 꽝 없는 뽑기 기계의 뽑기는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환상 속에 등장한 아빠 엄마가 아이의 뽑기 행위를 완성시켜줌으로써 아이의 죄의식이 소멸해가는 심리적 과정이다. 아이의 부모는 뽑기를 하고 가야 한다는 아이의 요구에 차를 돌리다 다른 차와 충돌해 죽었던 것이다. 아이는 이 환상성 속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한 뽑기 행위의 완성을 통해 죄의식에서 벗어나 자기 세계를 다시 세우고 실어증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작품은 너무 자연스럽게 읽혀 이러한 문학적 상징성과 복잡한 장치들이 거의 의식되지 않는다. 때문에 반복해서 읽으며 다양한 수준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작품이다. 그만큼 작가의 문학적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은 이유이다.

「자전거 날다」 외 2편, 「소곤소곤 회장」, 「배꼽이 자라는 아이」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맺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전거 날다」는 자전거를 매개로 낯선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좋은 연작 동화이다. 각 작품 간의 연계가 좀 더 긴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소곤소곤 회장」은 낯선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눈에 띄지 않는 아이로 살아가는 아이가 오해로 회장 선거에 나서고 자기 같은 아이들이 내는 작은 소리를 잘 듣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어 반 아이들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깔끔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가 너무 반듯하고 깔끔한 아이로만 그려져 있어 좀 아이답지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험이었다. 「배꼽이 자라는 아이」는 이야기꾼의 솜씨가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는데 무척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이야기가 유아의 발달 심리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미와 그림자 가게」, 「비밀교실」은 이제까지 다룬 작품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이룬 아이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집단과 집단의 관계, 개인과 제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바미와 그림자 가게」는 자칫하면 교훈주의 동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큰 주제를 대담하고 신선한 상상력을 통해 자연스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러나 전체 이야기 논리전개에 결정적 하자가 있어 무척 아쉬웠다. 부자와 권력 있는 사람들이 밤의 장막을 오려 그림자를 여러 개 가졌기 때문에 밤이 없어졌고, 그래서 그 그림자들을 빼앗아 밤의 장막에 난 구멍을 기움으로써 밤을 되찾았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그림자가 하나씩 돌아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밤이 온전한 걸까?

「퍼플 캣」은 죽은 고양이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상상력도 뛰어나고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도 있다. 그런데 저학년용 작품은 아니었다.

예선이 본선처럼 느껴질 만큼 작품 수준이 고르고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본선에서 논의된 작품들은 어느 작품을 대상을 주어도 손색이 없다. 모두 힘을 내어 정진하시기 바란다.

김진경(동화작가)

그동안 비룡소문학상 수상 작품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해를 거듭할수록 비룡소문학상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응모작도 늘고,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문장력으로 무장한 작품이 많아서 예심을 본심처럼 치렀고, 본심에서도 어느 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는 게 쉽지 않았다. 아마도 이렇게 행복한 고민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반가운 예감이 들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수준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 비룡소문학상 응모작품은 소재와 주제가 모두 다채로워서 한 가지 경향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 많아서 심사를 보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실험적이고 개성이 강한 작품이 많은 만큼 장단점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자전거 날다
「자전거 날다」, 「비 오는 날 자전거」, 「자전거 요정」,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으로 ‘자전거’라는 공통 소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이야기이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참신하다. 작가는 안정되고 세련된 문체로 자전거와 친구가 되어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전거 날다」 의 초능력 소녀 초이, 「비 오는 날 자전거」에서 비 오는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소년, 「자전거 요정」 에서 헌 자전거를 새 자전거로 바꾸어 주는 요정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롭고 긴장감 있게 읽힌다. 그러나 첫 번째 실린 「자전거 날다」 작품이 「비 오는 날 자전거」 와 「자전거 요정」 에 비해 작품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다. 초이처럼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게 된 한결이가 ‘작은 새처럼 초이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는 설정은 좀 무리하게 읽힌다. 한결이가 하늘을 나는 순간 자전거와 함께 작아진 것인지, 아니면 초이가 거인처럼 커져야지만 설명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리고 싶은 장면이 어떤 장면이었는지 좀 더 구체적인 묘사가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초이의 초능력을 경험한 한결이가 초이를 찾아가 친구들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는 마지막 부분은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된 것 같다. ‘초능력’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첫 번째 이야기 ‘자전거 날다’만 더 완성도 높게 수정한다면 좋은 작품집이 될 것 같다.

바미와 그림자 가게
옷처럼 그림자를 만들어 파는 가게 ‘멋진 재봉새’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바미, 바미는 ‘멋진 재봉새’에서 주인과 그림자를 연결해주는 신비한 ‘재봉새’인 ‘들레’를 만난다. 그리고 ‘멋진 재봉새’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림자를 만들어 파는 가게 ‘멋진 재봉새’와 그림자와 주인을 이어주는 새 ‘들레’, 그림자를 오리는 ‘달빛 가위’ 등 소재와 캐릭터가 모두 기발하고 매력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섬세하고 탄탄한 문장력으로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를 창조했다.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가 선명하게 떠오를 만큼 이미지가 강하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남들보다 더 크고 멋진 그림자를 가지고 싶어 하다가 결국 그림자의 지배를 받게 되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은 욕망을 좇다가 욕망의 노예가 되는 현실의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작품에 잘 반영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 결국 파멸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묵직한 주제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작품 안에서 잘 녹여냈다.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워낙 뛰어난 작품이라 심사 마지막까지 비룡소문학상 후보 작품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누구나 하나의 그림자를 가질 수 있었다’는 부분이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어서 안타깝게도 문상학에서 제외되었다. 아이들이 그림자를 모아서 찢어진 밤의 장막을 꿰매 놓았는데, 누구나 하나의 그림자를 가지게 되었다면, 그 그림자도 결국 밤의 장막에서 가져와야 한다. 앞에서는 일부의 사람들이 큰 그림자를 가져서 밤의 장막이 찢어지게 되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그림자를 갖게 되었다면 밤의 장막은 여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은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그 부분을 빼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림자를 갖게 되었는지, ‘그림자가 없었던 때의 이야기’ 인 이 작품의 시작부터 문제가 생긴다. 작가가 이 부분을 신중하게 고민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

배꼽이 자라는 아이
배꼽이 계속 자라는 고동이는 배꼽이 자라며 말썽과 심술이 늘어난다. 의사 선생님이 ‘엄마’라고 말하면 배꼽이 계속 자란 그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만 하지 않으면 때가 되면 저절로 작아진다고 한다. 고동이는 장에서 만난 ‘주표’와 신비한 숲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결국 엄마를 그리워하게 된다.
‘배꼽이 자라는 배고동’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배꼽이 자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작가는 옛이야기 형식으로 맛깔스럽고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부르면 부를수록 가슴이 고동치는 느낌이 드는’ 말썽꾸러기 심술쟁이 ‘고동이’ 캐릭터도 아주 매력적이다. 고동이가 길게 자란 배꼽을 공중에 휘둘러 나무 열매를 따먹고, 배꼽을 절벽 꼭대기에 매달아 노는 장면은 조금은 황당하지만 아주 재미있다. 작가가 진정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고동이는 왜 유독 ‘엄마’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왜 ‘엄마’라는 말을 못 하게 했는지 그 이유가 이야기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엄마에게 했던 말과 고동이에게 했던 말이 각각 다른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 그 이유도 나와야 할 거 같다. 이 작품에서는 ‘엄마’가 상징하는 의미와 ‘배꼽이 자라는 아이’라는 설정은 주제와 연결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그 부분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고동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의 심리는 섬세하게 표현해서 공감이 가는데, 엄마를 싫어하는 고동이의 심리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그 부분도 좀 더 보완해서 쓰면 좋을 것 같다. 좀 더 완성도를 높인다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

비밀교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시우와 한이는 학교 운동장을 파며 신기한 보물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이는 형들에게서 비밀 교실에 대해 듣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비밀 교실. 시우와 한이는 땅을 파다 유리병을 찾게 되고, ‘비밀교실’로 갈 수 있는 금색 종이를 발견한다.
시우와 한이가 비밀교실 지도를 발견하고 함께 찾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학교 어딘가에 아이들이 모르는 ‘비밀교실’이 있다는 설정도 매력적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비밀교실’은 어떤 곳일까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우와 한이가 ‘비밀교실’을 찾는 과정도 추리형식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막상 비밀교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앞에서의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히어로처럼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거나, 그 안에서 게임을 하는 이야기는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히어로나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아쉽다. 작가가 만들어낸 ‘비밀교실’이라는 판타지 세계가 좀 더 새롭고 매력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보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로 아이들을 초대해야 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를 아이들이 히어로나 게임보다 좋아하게 된다면 그 작품은 성공한 판타지 작품이 되는 것이다.

퍼플 캣
아이가 찻길에 떨어트린 슬리퍼를 주워주려다 차에 깔려 죽은 고양이 레옹의 사후세계 이야기이다. 레옹이 죽자 상조회사에서 나와 레옹을 리무진에 태우고 ‘고양이 온천’으로 향한다. 죽은 고양이들은 그곳에서 이승에서의 기억을 씻어내고, ‘레인보우랜드’로 가게 된다. 그러나 레옹은 친구 ‘타루’와의 소중한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 ‘타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레옹은 저축한 시간을 받아 다시 이승으로 향한다.
인간의 사후세계를 다룬 이야기는 많지만, 고양이의 사후세계를 다룬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시작부터 흥미롭다. ‘고양이 상조회사’, ‘기억을 씻어내는 온천’, 고양이들의 천국인 ‘레인보우랜드’ 등 소재가 매력적이고 참신하다. 작가는 감각적이고 뛰어난 문장으로 조금은 낯선 세계를 선명한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타루’를 만나러 간 레옹은 인간에 의해 버려지거나 학대받아 죽은 고양이 혼령들의 복수를 대신하는 ‘타임리스’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쉽게 동물을 키우다가 버리는 인간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중반부까지 긴장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뒷부분이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레옹이 고양이들에게 ‘타임리스’ 조직의 정체를 알리는 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레옹의 적극적인 활약이 좀 더 다루어져야 할 것 같다. 무거운 주제와 밀도 높은 문장은 이 작품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저학년보다는 고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좀 더 분량을 늘려서 고학년 동화에 응모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꽝 없는 뽑기 기계
뽑기를 좋아하는 희수는 엄마 아빠가 죽은 다음부터 뽑기를 싫어하게 된다. 엄마 아빠가 죽은 이유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뽑기 기계가 있는 문구점까지 갔다가 우연히 문구점 뒤에 있는 길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어떤 남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는 희수를 ‘꽝 없는 뽑기 기계’로 안내한다.
희수는 꽝 없는 뽑기 기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언니,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 영준이 등 소중한 사람들의 사랑을 확인하며 힘든 현실을 극복해 낸다. ‘꽝 없는 뽑기 기계’는 희수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꽝 없는 뽑기 기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희수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희수를 ‘꽝 없는 뽑기 기계’로 안내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죽은 엄마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 희수가 상품으로 뽑은 낡은 칫솔, 크레파스, 일기장은 희수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수의 삶을 충실히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작가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희수가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 아빠의 간절한 마음을 작가는 ‘꽝 없는 뽑기 기계’ 작품 전체에 담고 있다. 작가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읽을 때는 주인공 희수와 감정을 따라가면서 읽게 되고, 그다음에는 죽은 엄마 아빠의 시선으로 희수를 바라보며, 희수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는 엄마 아빠의 품처럼 따뜻하다. 우리 아동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작품이다.

작가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수록 더 많은 계산을 해야 한다. 훌륭한 조형물일수록 부실한 부분이 더 눈에 잘 띄는 법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다. 플롯을 좀 더 탄탄하게 구성하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기존의 여러 문학상 작품에 버금가는 뛰어난 작품이 될 것 같다.

김리리(동화작가)

이번 비룡소문학상 투고작 중에는 작가가 어린이 독자의 책 읽기 특성을 잘 이해하면서 적절하고도 안정감 있는 문장을 구사한 작품들이 여러 편 눈에 띄었다. 유년동화만을 다루는 비룡소문학상이 처음 생겼을 때 투고되었던 거칠고 들쭉날쭉한 문장의 작품들이나 소재만 유년동화이고 인물의 심리나 장면 구성은 고학년 서사인 이야기들에 비교하면 한결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무엇보다 감각이 신선하면서도 유년동화를 대하는 작가의 진지한 태도가 느껴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번처럼 많은 작품이 예심을 건너와 논의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분위기라면 각종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유년동화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살려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으로서 유년동화를 바라보는 여러 투고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충분히 숙고하면서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몇 편을 본심 작품으로 정하고 고심 끝에 한 편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다음별 지도」는 슬아가 자신의 몸에 있는 큰 점을 다음 생애에서 만나게 될 이다음별로 가는 지도로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강아지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건강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매력은 전학생이라는 등장인물의 선명한 캐릭터에 있었는데 짧은 작품임에도 그가 보여주는 생동감은 인상 깊었다. 그러나 너무나 소품이어서 서사가 풍부하지 않고 사건도 단조로워서 논외로 하였다.

「자전거 날다」는 이야기의 문학적 윤곽이 단단한 작품이었다. 자전거를 소재로 한 단편들은 고르게 침착한 작가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도영이의 자전거 이야기인 ‘비 오는 날 자전거’는 서사 속 풍경이 두드러지게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다만 중학년 이상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적 사건의 여백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고 ‘이상한 사람’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에서 신중한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소곤소곤 회장」은 이야기의 볼륨이 작지만 사건과 인물이 잘 짜인 동화였다.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이야기의 주제가 전체적으로 반복되는 느낌이 아쉽지만 새를 좋아하는 조영이의 캐릭터는 보기 드문 호소력을 지녔다. 대화들이 살아있어서 동화 안에서 오르내리는 말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기분이 든다. 다만 이야기가 지나치게 안정적인 만큼 이야기의 새로운 전개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평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꽝 없는 뽑기 기계」는 이야기가 독자를 끌고 가는 자기 동력이 있는 작품이다. 독자는 그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만으로 사건을 끝까지 따라가고 나서야 이 모든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깨달으면서 뭉클한 마음을 느낀다. 어린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어른 인물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동화를 쓰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것이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상징하는 바를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울컥한 여운은 다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편안한 문장이지만 그 말들은 어린이의 깊은 내면을 향해 있다. 이러한 문학적 힘을 높이 사면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유년동화를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고 있다. 도전하신 모든 분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조금씩 아쉬웠던 작품들이 언젠가 반드시 독자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무엇이 어린이를 위한 것인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 이야기가 어린이에게 어떻게 닿을 것인가를 더 먼저 생각해 보시기를 권한다.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