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역사동화상

당선작

대상 : 이현지 『한성이 서울에게』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3년 6월 12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역사동화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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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 신동섭 『타내 동생 까매』

본상: 상패

부상: 대상 1,000만 원(선인세), 우수상 500만 원(선인세)


심사위원

예·본심: 김남중(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


심사 경위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역사동화상에는 총 40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예·본심에 동화작가 김남중, 아동문학평론가 김유진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9월 7일 본사에서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두 작품을 각각 대상과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심작

  • 『안녕, 통신 보이』
  • 『봇짐』
  • 『타내 동생 까매』
  • 『한성이 서울에게』

심사평

살아가는 순간이 모두 역사고 모든 동화는 역사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따로 역사동화상을 제정한 이유는 역사동화가 가지는 고유의 가치 때문이다. 역사에 족적을 남긴 존재뿐 아니라 장대한 시간의 흐름에 가려져 이름 없는 누구와도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문학적 만남은 과거에서 현재를 잇는 명쾌한 궤적으로 나타나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역사동화가 흥미로운 재현에 그치지 않고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를 통찰해야 하는 과제를 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공모에도 신인 및 기성작가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여러 응모작을 통해 우리 역사를 더 길고 넓게 인식하고 확장시키려는 작가들의 치열한 노력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다만 소재의 차별성과 구체성에만 몰입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던 점은 아쉬웠다. 역사의 흔적을 발굴하고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현미경뿐 아니라 쌍안경도 필요하다.
본심에서는 재미와 의미가 두드러진 작품 네 편을 올려 논의했다.
『안녕, 통신 보이』는 전화가 설치되기 시작한 개화기를 배경으로 봉수대와 전화소가 상징하는 시대 변화의 격동기에서 벌어지는 신구의 충돌, 친일과 애국, 사욕과 공익 사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통신원을 꿈꾸는 주인공 강식이의 좌충우돌 활약이 두드러졌다. 당시의 다양한 인물들과 공간을 정성 들여 그린 만큼 생생한 현장감이 남달랐던 반면 평면적인 갈등과 쉬운 문제 해결 때문에 좀처럼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았고 통신을 전쟁의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주인공의 다짐은 이미 격랑이 시작된 시대에 비춰 볼 때 개인적인 희망으로 그칠 수밖에 없어 무력한 느낌을 받았다.
『봇짐』은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로 한 상을 푸짐하게 차렸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연상시킬 만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여러 음식 이야기에 얽혀 끊임없이 독자들의 감각을 자극했다. 술술 읽히는 속도감이 장점이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작품 고유의 결을 느끼기 힘들었다. 음식을 소재로 한 다른 장르, 다른 작품과 겹치는 듯한 기시감이 있었고 여러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주인공의 변화와 성장보다는 준비된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 데 급한 느낌이었다. 특히 주인공 예동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완벽한 재능을 갖추고 성품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성형 인물인 점이 눈에 띄었다. 인물이 정형화되어 현실성이 사라진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타내 동생 까매』는 한반도의 북쪽 경계인 압록강 지역을 배경으로 시원의 생명력과 광활한 상상력을 담아내려고 한 점이 눈에 띄었다. 또한 서로 다른 신분인 거란족 출신 화척(백정) 아버지와 읍성 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타내가 검은 여우 까매와 교감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는 모든 존재들의 공존이 요청되는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인간과 동물, 사냥과 농사, 불교(무속 신앙)와 유교 등 여러 존재나 세계관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어느 한 편을 일방적으로 배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시선에 신뢰가 갔다. 그럼에도 결국 타내와 늦잔이 등 소외되고 억압된 존재들이 연대해 탐욕스러운 권력을 이겨내고 까매라는 생명을 지켜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서사 전개의 핵심인 조공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과 평가가 분명하지 않은 점에 대한 의문은 내내 접기가 힘들었다. 작품에 조공에 대한 견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한, 조공으로 바쳐지는 까매를 따라 명나라까지 따라가겠다는 타내의 결정은 어린이 주인공이 성장하는 여정으로 바라보기만은 어려운 지점이 생긴다. 타내의 성장은 조공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좀 더 과감하게 확정될 때 더욱 설득력을 지닐 것으로 보였다.
『한성이 서울에게』는 역사동화 고유의 의미와 독특한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던 꼬마 귀신 성이와 사고로 오빠를 잃은 울이가 한집에서 살게 된 사연이 시작부터 솔깃하게 다가왔다. 공포물처럼 시작해 작품 전체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가족, 추리, 심령, 범죄 이야기까지 독자들이 좋아할 요소를 고루 배치했다. 박물관의 유물에 생기를 불어넣은 시도, 우리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백제의 조명, 가까이 있는 풍납토성이라는 공간의 재발견, 연대와 애정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가족, 유물을 통해 자연스레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 진정한 가치를 잊어버린 물질주의적인 현대인의 태도 등,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낭비되지 않고 모두 합쳐져 자연스럽게 큰 흐름을 만들었다. 경직되기 쉬운 역사동화를 유연하게 해석한 현대적인 감각도 돋보였다. 아이다움이 살아있는 꼬마 귀신과 내면의 상처를 씩씩하게 이겨내는 울이의 캐릭터도 생생했다. 보물과 도굴이라는 소재가 드물지는 않지만 가까운 풍납동을 배경으로 관념적으로 느껴지는 긴 세월을 체온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역사로 그려내 역사동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대륙의 접경으로 눈을 돌려 우리 역사의 공간을 확장시킨 『타내 동생 까매』와 기원전에 시작한 풍납동의 역사를 현재까지 한 호흡에 이어낸 『한성이 서울에게』를 두고 오랜 논의를 거친 끝에 어린이 독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한성이 서울에게』를 대상으로, 『타내 동생 까매』를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여느 역사동화들처럼 역사 속 특정 시간이나 사건에 얽매이지 않는 수상작을 읽으며 어쩌면 역사동화란 역사의 한순간보다는 과거라는 유수한 시간성에 대한 고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독자에게 현재라는 시간성만으로는 못다 할 이야기들이 드넓은 과거를 찾아 역사동화로, 무한한 미래를 찾아 넘어갈 때, 그 장르여야만 했을 이유가 비로소 온전한 동화 안에서 빛날 것이다. 이러한 기준 혹은 기대가 비룡소 역사동화상이 만들어 갈 새길을 좀 더 풍요롭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김남중(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