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화가 재밌다」

bir_awards_img 비룡소의 색다른 상상력 브랜드 고릴라박스가 ‘초등학생을 위한 엔터테이닝 동화’를 공모합니다. 간결한 글과 풍성한 이미지의 콘텐츠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의 재미를 최우선에 둔, 글과 그림이 절묘하게 조화된 국내 창작 동화를 발굴하고자 합니다. 동화 공모 사상 국내 최초로 글 ․ 그림 부문을 신설해 이 같은 새로운 시도를 적극 북돋고자 했습니다. 외국 동화 『윔피키드』, 『13층 나무집』, 「이 동화가 재밌다」 1회 수상작 『슈퍼 독 개꾸쟁』처럼 코믹한 콘텐츠 외에도 모험물, 환상물, 호러물, 추리물 등 장르 불문, 형식 불문 창작 글 ․ 그림을 기다립니다. 독자 심사위원제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직접 수상 작품을 뽑을 예정입니다.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예·본심

강정연(동화 작가)
김은권(만화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김종민(애니메이션 PD, 「신비 아파트」 시나리오 작가)


심사 경위

제2회 「이 동화가 재밌다」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오직 어린이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만화와 글이 어우러진 재미난 동화의 탄생을 고대하며 지난 2018년 12월 21일까지 원고를 공모 받았습니다. ‘글 + 만화 ․ 일러스트 부문’에 8편, ‘글 부문’에 100편, 총 108편의 원고가 접수됐습니다. 전문가 심사위원으로 동화 작가 강정연 님, 만화가 김은권 님, 애니메이션 PD 김종민 님을 위촉해 예, 본심을 진행했습니다. 전문가 심사위원이 각각 35여 편 작품의 예심을 진행해 총 일곱 작품을 본심에 올렸습니다. 본심 회의 결과, ‘어린이 심사’인 최종심에 오를 작품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2회 「이 동화가 재밌다」 심사평 _ 전문가 심사위원단

본심작 7편

글+만화·일러스트 부문

  • 「동물 마을 독수리」
  • 「별빛을 전해줘, 에나」
  • 「우리 환상 세계」
  • 「행복의 나라」

글 부문

  • 「나는야 똥스타」
  • 「본론은 저승에서」
  • 「움키치키 고양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에서는 안타깝게도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응모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글 부문’ 응모자들이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의 성격과 목적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지 않았나 싶다. 주최 측도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의 뚜렷한 차별점을 ‘글 부문’ 응모자들에게 이해시켰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실제로, ‘글 ․ 만화 일러스트 부문’의 응모작들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나 설득력은 부족했으나 『윔피 키드』, 『13층 나무집』, 『슈퍼 독 개꾸쟁』처럼 본보기 삼을 작품이 뚜렷해 작년에 비해 형식적인 완성도는 높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글 부문’의 응모작들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어느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이 ‘글과 그림이 절묘하게 조화된 국내 창작 동화’를 뽑는 장이니 만큼 ‘글 부문’ 응모자들도 풍성한 이미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글을 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이 분명해지고 그로인해 또렷한 형식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재미난 이야기를 담는 일은 훨씬 수월해지고 즐거울 것이다.

비록 당선작은 없었지만 함께 논의할 만한 본심작들은 모두 일곱 편이었다.

「본론은 저승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재치 있고 통통 튀는 문장으로 아이돌에 열광하는 딱 요즘 아이들을 그려내었다. 죽어서도 꿈을 이루려고 애쓰는 금자룡과 꿈도 없이 투덜거리며 사는 기여린의 이야기가 한 편의 트렌디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롭고 즐거웠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소비적이고 가볍다는 의견들이 많아 수상작으로 선택할 수 없었다.

「나는야 똥스타」는 주인공 하몽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스타의 삶을 보여준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얻는 대신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자기만의 시간을 잃게 되는 과정을 비교적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핵심인 방귀나무열매의 효과가 작위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별빛을 전해줘, 에나」는 캐릭터와 공간을 만드는 데에 작가가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있는 데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설명적이고 관념적이어서 읽는 내내 지루했다.

「우리 환상 세계」는 구성과 소재, 인물들이 어린 시절 읽었던 옛날 만화책 같아 반갑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권으로 묶기에는 너무 적은 분량인데다가 2019년을 사는 요즘 아이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나라」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설정과 억지스러운 전개로 인해 내겐 매우 불편한 작품이었다. 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잘 살던 개를 갑작스럽게 납치해 공장에 가둬두고 기계로 먹이고 기계로 산책시키면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게다가 그들에게서 추출한 ‘행복’으로 ‘행복의 나라’라는 약을 만들고, 그 약을 먹은 사람들은 마냥 행복해진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어긋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은 아무리 흥미로운 요소들을 곳곳에 두어도 독자의 사랑을 받기 힘들다.

「움키치키 고양이」는 슈퍼히어로가 꿈인 담이와 귀신 잡는 고양이 움키치키, 쇼킹왕사탕을 좋아하는 기동이가 한 팀이 되어 봉귀함을 탈출한 ‘먹 그림자’를 잡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전개가 기대되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한 까닭은 ‘그림자귀신퇴치본부 삼총사’가 결성되는 계기에 공감할 수 없었고, 대결 캐릭터인 ‘먹 그림자’가 그저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잡귀로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웅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절대 악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한다.

「동물 마을 독수리」는 돌연변이로 태어난 주인공 수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모와,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고 이루려고 노력하는 인물들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만능 마법을 부리는 수리가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졌고, 쵸비와 앤디의 성격이 뚜렷하지 않아 삼총사의 의미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또한 대상 연령이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어리게 느껴진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위와 같은 까닭으로 이번 공모전에서는 당선작을 뽑지 못했다. 응모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

강정연 (동화 작가)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이 2회를 맞이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작가님들의 소중한 작품을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하나하나 정성 담긴 원고임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살펴봤습니다.

먼저 잘 읽히는지 봤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도 술술 읽히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지루한 문장, 비문 많은 문장, 중언부언하는 문장, 번역체 문장 등 아쉬운 문장이 많았습니다. 다듬고 또 다듬어 더 이상 고칠 것 없는 수준까지 매끄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문장 수준이 고른지 살펴봤습니다. 앞부분은 정성을 다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거나, 반대로 전반부는 거칠지만 뒤로 갈수록 안정적인 문장이 나오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같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문장이 요동치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거듭 고쳐 쓰기를 해 전체 문장을 잘 어우러지게 정돈해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재미가 고른지 살펴봤습니다. 주제와 소재는 흥미롭지만 전개가 재미없는 작품,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마무리가 흐지부지한 작품, 결말은 좋지만 초중반이 지루한 작품 등이 있었습니다.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과 경쟁하는 가혹한 시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가 쉼 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나중을 위해 아끼면 안 됩니다. 아낌없이 재미를 쏟아 넣어야 합니다. 당장 재미를 주지 못하면 나중은 없습니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지 살펴봤습니다. 초등학생 보다 미취학 아동이 재미있게 볼 것 같은 작품, 초등학생에게 권하기에는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인 작품, 재미 요소가 뭔가 초등학생이 보기엔 어색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각각 나름 재미가 있지만, 대상 독자층을 좀 더 분명하게 고려한 기획과 내용이 필요합니다.

오늘날의 감수성과 어울리는지 살펴봤습니다. 다소 예스러운 정서를 바탕으로 하거나 과거에 통용되던 편견을 드러내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옛이야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소재는 제한 없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정서는 현재와 어울리게 손질하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작가님들께서 초등학생이었던 그때 그 시절이 아닌, 지금 감수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오래된 이야기들이 흔하게 담고 있는 재미 요소를 적극적으로 재활용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된 것들을 얼마든지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롭고 특별한 것 없이 기존의 것만 답습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온전히 완성돼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미완성 원고가 적지 않았습니다. 후속편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제대로 이야기를 풀지 않은 애매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고쳐 쓰기가 충분히 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거나, 손질해야 할 부분이 많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온전히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되지 못한 작품은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되기 어렵습니다.

예심을 통해 일곱 작품이 본심에 올랐습니다. 작품명 가나다 순으로 본선 진출작 심사평 말씀드립니다.

「나는야 똥스타」는 특이한 똥을 싸는 덕분에 유명세를 치르게 된 주인공이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블랙코미디입니다. 유명해지는 것에 관심 많은 요즘 초등학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주제와 재치 있는 소재가 돋보입니다. 문장과 내용 구성도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결말이 예측되는 익숙한 전개였습니다. 특이한 설정을 독자가 충분히 납득할 만큼 개연성 있게 설명하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동물 마을 독수리」는 인간이지만 독수리 부부 아이로 동물마을에서 재미나게 생활하고 있는 수리의 이야기입니다. 마법에 재능 있는 수리가 동물 친구들과 우당탕탕 마법 대소동을 벌이는 내용이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내적 논리가 다소 정교하지 않고, 초등학생 보다 더 어린 연령대 독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별빛을 전해줘, 에나」는 우주 저 멀리 별빛요정 세계에 살고 있는 에나가 별빛을 전해야 하는 중요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첫 걸음을 걷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꽃 요정을 소재로 한 모 인기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별빛요정에 대한 특별하고 다채로운 상상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세계관 설정을 설명하는 것에 너무 힘을 쓰는 바람에 정작 본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본론은 저승에서」는 요즘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대만 풍습인 영혼결혼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분명한 주제와 익숙한 것과 신선한 것을 잘 조합한 소재 선택이 무척 훌륭합니다. 아이디어, 문장, 내용, 구성, 장르적 요소 활용 등이 안정적이며, 특히 마지막까지 결론을 궁금하게 하는 힘이 좋습니다. 곳곳에 배치한 다양한 의미를 담은 대사들과 진한 여운이 남는 결말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중반부 힘이 다소 떨어져 아쉽습니다. 약한 중반부로 인해 한참 재미있을 때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는 느낌이 있습니다. 두 캐릭터의 알콩달콩한 유희를 더 풍부하게 담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환상 세계」는 전래소설에 등장하는 도사 전우치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도술로 남들을 골탕 먹이며 멋대로 행동하지만 왜인지 밉지만은 않은 전우치의 신기한 모험담을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원고 완성도가 높으며 매우 능숙한 실력과 경험이 느껴지는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예스러운 정서와 편견에 바탕을 둔 농담과 표현이 곳곳에 있습니다. 출판만화 형식으로만 만들어진 구성도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온전히 완성된 원고가 아닌, 이야기의 앞부분만 출품되었습니다.

「움키치키 고양이」는 마법 고양이 조수가 된 아이들의 한바탕 모험담입니다. 겉으로는 쌀쌀맞고 잘난 척하지만 알고 보면 좀 바보에다 귀여운 허당 고양이는 장르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캐릭터입니다. 은근히 인기도 많죠. 이를 잘 활용했습니다. 동네 곳곳에 숨어 있는 귀신을 아이들과 도깨비가 힘을 모아 성불시키는 모 인기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구성도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을 비롯한 각 캐릭터의 행동 동기 설명이 다소 부족해 전체적인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매력적인 소재와 세계관 설정에 비해 사건 내용과 전개의 긴장감이 떨어져 이야기가 밋밋한 점도 아쉽습니다.

「행복의 나라」는 반려견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주인공이 납치당한 반려견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분명한 주제, 매력적인 그림, 글과 그림을 적극적으로 뒤섞은 편집이 돋보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하게 하는 상상력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세계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그냥 이야기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어 뜬금없는 전개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에게 권하기에는 다소 과격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점이 아쉽습니다.

본심에 오른 일곱 작품에 대해 심사회의를 통해 치열하게 토론했습니다. 모든 작품이 소중하기에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공모전에는 수상작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 고칠 필요 없는, 온전히 완성된 작품이 없었습니다. 본선 진출작뿐 아니라 모든 출품작이 제각각 높고, 넓고, 깊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온전한 작품은 없었다는 것이 심사회의 결론입니다. 이 때문에 수상작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수상작을 정하지 못해 무척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그러나 작가님들께서 작품으로 보여주신 실력과 가능성은 분명히 실재했습니다. 그 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귀한 작품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작가님들께 응원과 격려의 말 드립니다.

김은권(만화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작년 이맘때쯤 진행되었던 제1회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의 심사는 저에게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몸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방송계를 잠시 떠나 동화가 주는 신선한 매력에 푹 빠져 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지요. 올해 제2회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심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받아 본 응모작들은 역시나 톡톡 튀는 다양한 발상들을 담고 있어 즐겁게 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작품들이 그 자체로의 완결성이 조금씩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단순한 이야기와 그림 속에서도 그 자체가 완결된 세계관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에 저는 올해의 응모작들을 심사하며 작년과 같은 두 부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첫 번째는 ‘독자적인 작품으로써의 완결성’ 그리고 두 번째는 ‘독자와의 공감’입니다.

본심에 오른 작품 중 글 ․ 그림 부문의 「동물 마을 독수리」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그림 구성이 좋았고 귀여운 주인공과 동물들이 벌이는 소동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 마법, 인간이 어우러지는 세계관과 주인공의 능력 설정 부분은 조금 모호하게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작품의 세계 구성과 설정을 더 세세하게 다듬고 이야기를 발전시킨다면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글 ․ 그림 부문에 응모한 「행복의 나라」는 개성 있는 그림체와 함께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사건들이 좋았으나 그 사건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주인공의 행동이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져 공감하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군데군데서 유사한 발상을 지닌 다른 작품이 떠오른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작가님이 지니고 있는 개성과 뛰어난 그림 실력, 그리고 풍자 정신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좀 더 대중적으로 갈고 닦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집필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글 ․ 그림 부문의 또 다른 응모작 「별빛을 전해줘, 에나」는 섬세하고도 방대하게 짜놓은 요정들의 세계관이 흥미로웠으며 작가님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아쉬웠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따로 한참을 설명한 후에야 본 스토리가 시작된다는 점, 그리고 그 스토리가 독자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추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야기를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보완한다면 작가님의 상상력이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그림 부문의 마지막 후보작 「우리 환상 세계」는 환상과 현실을 거침없이 오가는 스토리텔링에 완성도와 개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그림체가 어우러져 작품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성인인 제가 보기엔 무척 즐거운 작품이었으나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엔 조금 망설여지는 표현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미완인 상태로 응모되어 아쉬웠습니다.

글 부문의 후보작 「움키치키 고양이」는 주인공 고양이 캐릭터와 세계관 구성을 흥미롭게 짜놓아서 이야기의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심 사건이 조금 싱겁게 끝나는 감이 있었고 세계관도 보여주다가 마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세계관이라는 재료가 있으니 이야기를 조금만 더 흡입력 있게 다듬는다면 좋은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글 부문의 후보작 「나는야 똥스타」는 이야기 자체로는 가장 완성도가 있다고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묘사, 스토리의 흐름이 자연스러웠고 결말도 수긍할 수 있어 작품 자체로써의 완결성은 충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흐름을 주인공이 주도하여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점이 조금 맥 빠지게 느껴졌고 독자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부분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글 부문의 마지막 후보작 「본론은 저승에서」는 아이돌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다룬 스토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작품이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매체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는 아이돌을 동화로 다룬다면 그만의 시각과 자세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부분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중심 사건 또한 아이돌의 판타지를 즐길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위의 일곱 작품들은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수상작을 선정하기엔 조금씩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느껴, 아쉽지만 올해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을 보내주신 작가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김종민(애니메이션 PD, 「신비 아파트」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