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그림책 부문

수상작 및 작가

장편동화 부문 당선작  임사라 「내 생각은 누가 해줘」

심사위원:   (본심)김화영·오정희 / (예심)김경연·황선미
본상: 상패
부상: 고료 1000만원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33 | 임사라 | 그림 양정아
연령 9~14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6월 10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5건

그림책 부문 글·그림 부문

당선작 없음

글 부문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예·본심) 최승호, 이영경, 유문조
본상: 상패
부상: 고료 1000만원(글·그림) 500만원(글)


심사 경위

제12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 최종 결정되었다.
지난 10월 15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장르별로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에는 장편동화 부문에 총 11편이, 그림책 원고 부문에는 총 132편이 각각 접수되었다.
심사로는 장편동화 예심에 아동 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 작가 황선미 씨를, 본심에는 문학 평론가 김화영, 소설가 오정희 씨를 위촉하였다. 장편동화 총 11편을 각각 6편, 5편씩 예심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두 작품 늘어난 총 3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위원들에게 심사를 맡겼다. 지난 12월 5일 오후 4시에 본사에서 두 본심 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임사라 씨의 「첫 번째 남자 친구」를 당선작으로는 결정, 발랄하고 산뜻한 구성과 탄탄하고 경쾌한 문장력을 인정하여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동의했다.
한편, 그림책 원고 부문은 접수된 작품의 수와 질을 고려해 지난 11월 30일 오전 10시 30분에 본사에서 예·본심을 함께 치렀다. 심사로는 시인 최승호 씨와 그림책 작가 이영경 씨, 유문조 씨를 위촉하였다. 그림책 부문은 작년에 비해 수적으로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인다운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 발상의 참신함과 내용의 완결성을 기준으로 엄선한 몇몇 작품들을 논의했으나, 올해에는 당선작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선작은 이듬해인 2006년 5월 책 출간과 함께 제12회 황금도깨비상 수상 작품으로 공식 발표한다.


심사평

장편동화 부문

본심작   백은영 「도깨비가 된 원호」   신지영 「일기장에 자물쇠 채우기」   임사라 「첫 번째 남자 친구」
심사위원
본심:
김화영(문학평론가), 오정희(소설가)    예심: 김경연(아동 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 작가)

금년에는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이 3편에 불과해서 약간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중 두 편은 예년의 수준에 못지않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도깨비가 된 원혼」은 다른 두 편의 작품에 비하여 좀 처지는 수준이다. 너무 장황하게 이어지는 평면적인 이야기가 계속 읽고 싶은 의욕을 꺾어 놓는다. “상상력”이라는 것이 아무 법칙에도 구애받지 않는 도깨비방망이로 오해하는 듯한 작가의 자유분방함이 독자와의 소통을 담보하는 개연성과 논리성을 끊임없이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장에 자물쇠 채우기」는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심리 속에 민감한 촉수를 박아 넣고 차분한 문장으로 그 진동을 세밀하게 기록한다. ‘자물쇠 채우기’라는 삶의 비밀과 그 비밀스런 세계에 눈떠가는 “열쇠 찾기”의 과정을 대비시킨 구조가 흥미롭다. 하지만 자물쇠 채우기의 주체인 언니의 역할이 너무 지엽적으로 취급되어 있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한편 병원 3층 “출입금지구역”의 단칸방과 옥상이라는 기이한 생활무대는 화자의 친구가 살고 있는 “반 지하”와 대비(너무 높은 곳과 너무 낮은 곳)를 이룬다. 이 너무 높은 곳과 너무 낮은 곳에 위치한 두 가난한 아이들의 집과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정형외과 원장 딸의 유복한 집은 의미 있는 삼각관계를 만들어낸다. 다만 너무 세밀한 묘사와 서술에 치우친 나머지 전체적인 균형과 속도감에 있어서 취약성을 드러낸다. 아이들의 동화는 삶의 진실에 가까이 가면서도 동시에 재미있고 신나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남자 친구」의 가장 큰 미덕은 문장에 속도감이 있고 경쾌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한 문장에서 다른 문장으로 넘어갈 때 마다 심리적인 반전이 느껴지는 서술 덕분이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꽉 찬 진짜 가족”을 갈망하는 주인공의 마음에 걸맞도록 확실하고 단순하여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만만치 않게 비판적이지만 또한 넉넉하고 긍정적이다. 어쩌면 이 작품을 읽는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은 바로 삶을 거짓 없이 직시하는 화자의 의식과 그 삶을 넉넉하게 품는 마음의 넓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알맞은 균형일 터이다. 소설의 초입에서부터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생활이 얼마든지 “행복하고 재미나다”는 나래는 동시에 “크리스마스에 엄마하고만 있을 때는 좀 쓸쓸하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작품의 한복판에 숨겨놓은 “새옹지마”의 고사는 이 작품의 상징인 동시에 무게중심이 된다. 이처럼 이 작가에게는 삶을 겹으로 바라볼 줄 아는 지혜로운 눈이 있다. 허황한 희망에 어리석게 속지도 않지만 절망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지도 않는 낙관과 긍정이 독자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독자 역시 엄마와 동물병원 아저씨의 성급한 듯한 결혼까지도 용납하게 되는 것이다. 삶이 만들어내는 이별과 마음의 갈등들을 화해시켜 한 장의 너그러운 “빅 패밀리” 사진으로 완성하는 이런 글 솜씨라면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계속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부디 어린이들에게서 늘 사랑받는 작가로 성공하기 바란다.

김화영(문학평론가)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은「도깨비가 된 원호」와「첫 번째 남자친구」,「일기장에 자물쇠 채우기」 세 편이었다. 세 편 모두 동화로서의 구성요소와 재미, 일정한 미덕을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도깨비가 된 원호」는 힘들여 쓴 작품이다. 무엇이나 만들어내고 변화시킨다는 도깨비방망이를 상상력으로 대치시킨 점이나, 인간세상과 도깨비의 세상을 겹쳐놓고 그것을 빛과 그늘로 설정한 발상은 재미있다. 그러나 오래된 물건에서 도깨비는 생명을 얻는다, 도깨비는 추억을 먹고 산다, 그 추억들이 사라지면 죽는다 등의 추상적 주제에 어린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고 도깨비나라에서의 묘사와 사건이 지나치게 장황하다. 아무리 도깨비들의, 현실의 원칙을 벗어난 세계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 작가가 이루어내는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단지 ‘상상력’ 하나로 작품속의 내적 질서를 헝클리고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가 무리가 있다. 거친 문장도 흠이 되었다.
「일기장에 자물쇠 채우기」는 꼼꼼히 공들여 쓴 글이다. 사춘기의, 그리고 사춘기로 입사하는 자매의 미묘한 심리와 성장통,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며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생생한 현실감을 띠고 있다. 주인공이 생활하는 병원 3층의 단칸방과 혼자만의 공간으로 설정한 옥상과 남자친구 민재가 살고 있는 지하셋방 등의 생활공간을 내면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솜씨가 훌륭하다. 그러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른스러운 시선이 되어 평범하고 어느 정도 지루한 감을 주기도 했다. 작품 구성상으로 보았을 때,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1부와 남자 친구, 학교 이야기로 이어지는 2부가 긴밀히 이어지지 못해 작품의 구심점이 흐려졌다. 출입금지 구역에서의 단칸방과 옥상, 그리고 지하셋방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상징성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생활 속에서 형상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첫 번째 남자 친구」는 발랄하고 산뜻한 작품으로 이혼가정을 다룰 때 흔히 빠지기 쉬운 통념과 상투성을 벗어나 있다. 지나치게 가볍고 쉬운 해결책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읽어가는 동안 그것은 새로운 다른 형태의 가정에 대한 긍정적 시선. 혈연주의나 가족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시각의 허용으로 보였다. 부모의 이혼 사유에 대해, 새로이 형성되는 가족관계에 대해 긍정적이되 어느 정도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시선도 좋았다. 어린이들 눈높이에서의 사회성의 획득인 것이다. 그러나 전학 온 다음 날, 커다란 사건으로 부딪치게 된 나래와의 관계가 그 내적 친밀감에도 불구하고 전혀 성립되지 않는 점,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엄마의 재혼 초대장을 보내게 된다는 점이 다소 생뚱스럽다. 전편을 통해 나리와 이어지는 관계가 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이혼가정인 나리의 생활을 보여준다면 훨씬 깊이를 갖추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일기장에 자물쇠 채우기」와 「첫 번째 남자친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결과 전자의 진지하고 차분한 서술능력과 세련된 문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읽는 대상이 2005년대 지금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후자의 발랄함과 재미, 역동적 문장과 패기를 취해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오정희(소설가)

그림책 부문 글·그림 부문

본심작: 없음

글 부문

본심작 이영선「티라노사우루스를 공개수배합니다」   강정연「구구봉 마을 이야기」   강무지「과자를 만드는 집」,「재판정에 선 비둘기와 풀빵 할머니」
심사위원 예·본심: 최승호(시인)·이영경(그림책 작가)·유문조(그림책 작가, 어린이 책 기획자)

올해 그림책 부문은 글 그림, 글 두 분야를 모집했다. 예년에 비해 분야의 폭이 넓어져서인지,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지만 글 부문에 치중되어 있었다. 더구나 그림 표현에 있어 현저히 성실도가 떨어졌다. 그림 터치에서부터 산뜻한 긴장감을 발견할 수 없어 대단히 아쉬웠다.
예심에서 올라온 작품은 글 부문의 「티라노사우루스를 공개수배합니다」, 「구구봉 마을 이야기」, 「과자를 만드는 집」과 「재판정에 선 비둘기와 풀빵 할머니」 네 편이었다.
이영선의 「티라노사우루스를 공개수배합니다」는 글맛을 낼 줄 아는 이야기꾼이 쓴 작품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자연스럽고 입심이 좋다. 그러나 결말의 처리가 너무 약했다고 본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뒤집는 반전이 있었어야 했다. 장면을 토막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잇대어가는 글쓰기 방식도 문제라고 본다. 그림책에서 글이란 여백의 조각술 같은 것이다. 글로서 그림을 살려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에 과감한 생략의 문법이 필요하다.
강정연의「구구봉 마을 이야기」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같은 정취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능청스러운 언변이 재미있고,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심술을 익살스럽게 드러낸 점도 재미있다. 한 권의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장면을 의식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구성의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림책에는 무엇보다도 넘기는 재미, 넘어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게 그것 같은, 제자리걸음 같은 장면들이 반복된다면 좋은 그림책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장면을 전환시키는 힘이 느껴졌으나 결말에 이르러서는 왠지 용두사미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무지의「과자를 만드는 집」과『재판정에 선 비둘기와 풀빵 할머니」는 모두 발상이 참신하다. 고정관념을 깨면서 흥미롭게 전개되는 두 편의 작품이 지닌 엉뚱한 상상력은 주목하기에 충분히 새롭다. 그러나 그림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그림책은 한 권의 책으로서의 전체적인 완결성은 물론 그림과 글에 예술적 격조가 있어야 한다. 회화적 재능과 문학적 역량을 겸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 작가의 길을 가려면 그것이 필요하다. 신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스타일과 작품세계이다. 상투적인 것을 배반하면서 개성적인 작품의 창조에 열정을 바쳐야 한다. 심사를 하면서 우리는 신인의 패기와 열정을 지닌 작품을 만나지 못하였다. <글, 그림> 부문에서 눈을 끈 작품이 몇 편 있었지만 모두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였다. <글>부문 또한 동화의 서술 형태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림책 글의 가장 큰 역할인 주제의 함축성과 그림의 몫을 적절히 나눌 줄 아는 유연함이 부족했다. 아쉽게도 논의결과, 당선작을 결정하지 못하였다. 올해의 주춤함이 식어가는 열기가 아니라,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승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