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 마시멜로 픽션

mashmallo-logo-2 비룡소에서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걸스 스토리’를 공모합니다. 두근두근 사랑 이야기,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이야기, 긴장감 넘치는 추리 이야기, 꿈을 향해 질주하는 성공 이야기 등, 요즘 소녀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살린 작품을 기다립니다. 독자 심사위원 제도를 도입하여 여자 어린이들이 직접 작품을 읽고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예·본심

김선희(동화·청소년소설 작가)
진산(무협·로맨스소설 작가)


심사 경위

제5회 No. 1 마시멜로 픽션의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9월 30일까지 응모작 총 44편이 접수됐습니다. 동화·청소년소설 작가 김선희 님, 무협·로맨스소설 작가 진산 님이 예심과 1차 본심을 맡아 주셨는데요. 두 심사위원이 각각 22편의 작품을 심사해 총 네 작품을 본심에 올렸고, 2차 본심 회의를 거쳤지만 ‘어린이 심사’ 후보인 최종 심사작을 뽑지 못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내년 제6회 NO. 1 마시멜로 픽션에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제5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심사평 _ 전문가 심사위원단

1차 본심작 4편

  • 「무당 골짜기의 오소리」
  • 「쪽빛 우비 소녀 한세이」
  • 「우주 최강 도깨비」
  • 「우주의 별빛처럼」

2020년 마시멜로 공모전은 안타깝게도 수상작을 뽑지 못했습니다. 응모작들의 소재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던 점이 눈에 띄었고, 몇몇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자신이 택한 이야기를 끝까지 잘 끌어가지 못한 한계가 또렷했습니다.

<우주의 별빛처럼>은 게임 기반의 웹소설과 같은 시스템을 사용한 세계관이 흥미로웠습니다만, 정작 인간관계는 밀도가 높지 않고 관념적이라 흥미를 끌지 못했습니다. 이야기의 엔딩에 힘이 있으려면 주아와 예란의 관계가 좀 더 치밀하게 표현되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에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주인공의 히어로 활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그런 공감은 형성되지 않은 채 그저 ‘뭔가 있어 보이는 일’을 하는 주인공을 구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낯선 세계관을 사용할수록 그 세계에 독자를 끌어들이고 주인공에 이입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무당골짜기의 오소리>는 무속 판타지라는 소재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환상적인 존재들의 사용법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다소 산만했고, 무엇보다 마시멜로 공모전의 주된 독자층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무속’이라는 오래된 소재를 충분히 현대화하지 못했습니다. 좀 더 독자층을 고려한 보완을 한다면 가능성이 보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무당 소재의 이야기는 전근대적인 소재라 그걸 현재의 어린 독자들이 그대로 소화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서함미 같은 환상동물을 기용한 것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만, 큰무당이나 무속적 전통에 대해서는 좀 더 현대적인 가공을 가하는 편이 좋았을 거라 보이며, 독자층의 연령대에 맞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고민해 볼 요소입니다.

<우주최강 도깨비> 역시 한국적 판타지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요한 갈등인 엄마와 주인공의 관계 처리가 맥없이 진행되었고, 다른 갈등 요소들 역시 충분히 치밀하지 못합니다. 덕분에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싱겁고 관성적인 결말로 느껴집니다.

<쪽빛 우비 소녀, 한세이>는 시각적 이미지가 예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 요소들이 서로 따로 도는 느낌이며, 주인공을 포함해 대부분의 인물들이 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그림 한 장처럼 예쁘기는 하지만 행동에 생동감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올해 응모작들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단점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점이 있어도 장점이 워낙 강해서 사람을 빨아들이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울 법한 소재나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어도, 그 장점을 충분히 꽃피우지 못한 이야기에는 몰입하기 힘듭니다. 많은 공을 들여 이야기를 만들어낸 응모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떠나 책으로 묶여 나올 때는 독자를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가 시간을 들여 읽을 만큼 가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작가가 자기 이야기의 장점을 끈질기게 가꾸고 꽃피워낼 때만 만들어집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올해의 심사를 마치며, 내년에는 좀 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선희(동화·청소년소설 작가)

 

마시멜로 NO.1 픽션이 올해로 5년째로 접어들었다. 해마다 뛰어난 작품을 배출했기에 올해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응모작들을 읽을수록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첫회부터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서 실망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응모작들 대부분이 문장이 미흡했다. 오문과 비문이 섞여 작품을 읽는 내내 곤혹스럽고 지루했다. 문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작품들은 아무리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져도 쉽게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문장이 문학의 기초라는 건 백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올해에는 유령이나 도깨비, 무당 등이 등장하는 호러 판타지 작품이 유독 많았다. 마치 한 교실에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같이 글쓰기를 한 느낌이랄까? 문학도 지극히 유행에 민감하다. 그러나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쓴 작품들은 비록 유행을 좇더라도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응모작품 중에서는 재미와 감동은커녕 작가의 세계관이 스며 있는 작품도 눈에 띄지 않았다. 글을 쓸 때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내가 왜 이 글을 쓰려고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으니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작가가 캐릭터를 장악하지 못한 작품들은 야심차게 시작했다 하더라도 뒤로 갈수록 점점 맥이 풀려버리고 만다.
웹소설을 연상케하는 작품도 몇몇 눈에 띄었다. 이런 작품들은 독자가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과감한 생략과 빠른 호흡으로 읽기가 버거웠다. 마시멜로 NO.1 픽션을 읽는 독자들은 어린이들이다. 작가는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네 편이었다.

<쪽빛 우비 소녀 한세이>는 우비를 입고 다니는 초능력 소녀 세이가 죽은 언니를 만나기 위해서 49개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판타지 동화이다. 어둑시니, 홍아족, 반야 등 독특한 소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다른 세계와 인물들로 확장시킨 점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확장만 있을 뿐 풀어놓은 이야기를 하나로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시종일관 평행선을 걷듯 이야기가 평면적인 것에 그친 점이 아쉬웠다.

<우주 최강 도깨비>는 우리나라 전통 설화인 ‘혹부리 영감’을 차용한 작품이다. 도깨비 수장의 딸로 태어난 주하가 친구인 도강비와 함께 혹부리 영감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는 왜,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도깨비의 딸로 태어나 혹부리 영감의 악행을 무찔러야 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나 있지 않다. 주인공은 아무 고민이나 갈등 없이 너무 쉽게 적을 무찌른다. 결국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 전개와 안일한 구성으로 공허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우주의 별빛처럼>은 웹소설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바이러스, 괴물로부터 인간의 마음에 있는 별을 지키려는 별지기 우주아와 조력자 늑대별 시리우스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흡사 게임을 연상케하는 빠른 속도감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 속도감 때문에 많은 부분을 생략하거나 건너뛰기를 해서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는 내용을 독자가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무당 골짜기의 오소리>는 가장 호감이 가는 작품이었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 서사의 힘이 강렬했다. 꽤 공들여 쓴 듯한 흔적도 보였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독자가 어린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무당들이 사는 마을, 큰 무당, 무당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 등 샤머니즘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샤머니즘도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과연 어린이 독자들이 이 소재에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차라리 무당을 마법사, 무당들이 살고 있는 곳을 신비한 미지의 섬으로 설정해서 판타지 동화로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에는 아쉽게도 최종심에 올릴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다. 당선작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최종심에 올리는 것보다 내년에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하는 편이 마시멜로NO.1 픽션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진산(무협·로맨스소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