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 마시멜로 픽션

mashmallo-logo-2 비룡소에서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걸스 스토리’를 공모합니다. 두근두근 사랑 이야기,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이야기, 긴장감 넘치는 추리 이야기, 꿈을 향해 질주하는 성공 이야기 등, 요즘 소녀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살린 작품을 기다립니다. 독자 심사위원 제도를 도입하여 여자 어린이들이 직접 작품을 읽고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예·본심

김선희(작가)
최상희(작가)


심사 경위

제6회 NO. 1 마시멜로 픽션의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9월 30일까지 총 29편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작가 김선희 님과 최상희 님을 전문가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였습니다. 예심과 1차 본심을 거쳐 총 네 작품을 선정하였고, 101명의 ‘걸스 심사위원단’이 직접 읽고 심사할 작품을 가리기 위해 2차 본심 회의를 가졌으나, 최종 심사작을 뽑지는 못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상작을 내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NO. 1 마시멜로 픽션 공모전은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내년 제7회 NO. 1 마시멜로 픽션에도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6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심사평 _ 전문가 심사위원단

1차 본심작 4편

  • 「어사 아랑」
  • 「 책 속에 부크가 있다!」
  • 「 검은 달의 시간」
  • 「 우주 끝에서 만난 아이」

올해로 NO. 1 마시멜로 픽션이 6회째를 맞이했다. 작년에 당선작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당선작이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투고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작년을 제외하고 매년 “아, 이거다.”라는 확신이 드는 작품을 발견했는데 올해에는 유감스럽게도 모든 원고를 다 읽고 난 뒤에도 그런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쯤에서 NO. 1 마시멜로 픽션 상의 취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NO. 1 마시멜로 픽션은 출발할 때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걸스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사춘기 소녀들이 읽는 걸스 스토리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소녀들이 주독자층인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재미’를 만들어 내는 형식은 로맨스, SF, 판타지, 호러, 역사 등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캐릭터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 외계인, 유령 등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캐릭터가 이야기를 장악하는 힘이다.
1회 수상작의 주인공 미카엘라는 첫 편 이후 여러 편의 후속작으로 시리즈를 이끌었다. 「헝거 게임」 속 주인공인 캣니스 에버딘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포터도 여러 권의 시리즈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올해 읽은 응모작들은 역사물, SF물, 판타지물 등 다양한 시공간 속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그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할 주인공의 실체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잘 차려 놓은 잔칫집에 주인이 빠져 있는 느낌이랄까?
본심에서 이야기를 해 볼 4편의 작품을 골랐다.

『어사 아랑』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아랑이 펼치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는 역사물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조선 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과거 시험을 보고 왕의 총애를 받아 어사가 되어 탐관오리들을 응징한다는 줄거리로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랑과 장덕의 관계이다. 힘이 웬만한 장사보다 센 장덕은 어랑에게는 호위무사쯤 된다. 그 둘이 펼치는 병맛(?)의 농담은 이 작품에 깨알 같은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은 아랑이라는 소녀를 통해 우리가 잘 아는 옛이야기를 한번 비틀어 작가만의 색깔로 재창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비틀기를 해도 우리에게 익숙한 원형은 변하지 않았다. 아랑 자리에 어사 박문수를 갖다 놔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작품 전체가 너무 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책 속에 부크가 있다!』는 책에 살면서 책 내용을 먹고 사는 부크와 등장인물들이 나쁘게 변한 작가를 찾아내 결국 그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작품은 지나치게 착하다. 책에서 좋은 내용을 먹고 사는 존재의 설정은 그동안 저학년 동화에서 많이 등장했던 소재인 데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역시 일반 추리물에서 많이 등장했던 평이한 형식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
주인공은 부크와 출판사 직원들이 일을 해결하는 과정을 따라다니는 것에 급급해할 뿐 아무 활약도 펼치지 못한다. 주인공이 이야기를 장악하지 못하니 이 작품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결국 왜? 라는 의문부호가 작품을 다 읽을 때까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검은달의 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지수를 찾아 기억의 세계로 들어간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다. 다른 세계에는 도깨비가 살고, 귀신도 살고, 기억에서 사라진 아이들도 살고 있다. 그곳에서는 시간과 공간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서 성당까지 걸어가는 동안 계절이 바뀐다든가 사람들의 옷차림도 바뀐다는 설정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활약이 미미하다. 기억의 세계에서 조력자인 미루가 오히려 더 많은 역할을 한다. 주인공은 미루가 이끄는 대로 여기저기 끌려다닐 뿐이다. 왜 그토록 애타게 지수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약했기 때문에 정작 지수를 찾는 장면이 등장해도 별 감흥이 없다.
요즘 추세인지 투고작에 귀신과 도깨비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서 과연 도깨비와 귀신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작가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우주 끝에서 만난 아이』는 투고작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었다. 일단 오래 고민하고 공들여 쓴 흔적이 엿보였다. 지구와 똑같은 우주의 어느 별에 사는 주인공이 지구에서 온 아이들을 구출해 낸다는 영웅서사를 SF형식에 녹여낸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작품을 계속 읽어 갈수록 맥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정신감응으로 모든 난관을 너무나 쉽게 헤쳐 나간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정신감응으로 군사들을 최면으로 잠재우고 생전 처음 듣는 지구인들의 언어를 알아듣고 정신감응으로 지구인들과 소통한다. 또래의 집단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해 최고 위치에까지 올라갔고 나중에는 많은 지구 어린이들을 구출해서 지구로 돌려보낸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활약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활약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작가가 주인공 대신 손가락 하나로 주인공의 어려움을 척척 해결해 주는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러니 영웅서사에서 맛볼 수 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과 스릴을 느낄 수가 없다.

NO. 1 마시멜로 픽션은 그동안 많은 고정 독자들을 확보할 만큼 사랑을 받아 왔다. 당선작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마시멜로 픽션다운 개성과 새로움이 장착된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유감스럽지만 올해에도 최종심 진출작을 내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에는 더욱 재미있고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NO. 1 마시멜로 픽션 독자의 한 사람으로 고대해 본다.

김선희(작가)

 

이번 NO. 1 마시멜로 픽션 공모전에서 아쉽게도 최종 본심작은 뽑지 못했다. 본심에서 거론된 작품은 『어사 아랑』, 『책 속에 부크가 있다!』, 『검은 달의 시간』, 『우주 끝에서 만난 아이』, 모두 네 편이었다.

『어사 아랑』은 문장이 매끄럽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무심한 듯 따뜻하고 정의로우며 지혜로운 어사 아랑과 그의 심복인 우직하고 유머러스한 천하장사 장덕의 케미가 매우 좋아 호감이 갔다. 여성의 활동이 제한되어있는 시대에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강인한 소녀는 NO. 1 마시멜로 픽션에 부합되는 캐릭터로 느껴졌다. 하지만 서술 어미를 전래동화 구연하듯 쓴 점,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장화홍련전」, 「여우 누이」 등을 바로 연상시키는 점 등이 흥미를 반감시켰다. 설화나 전래동화 등 익숙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할 때는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매력적인 전복이 있어야만 한다. 작가만의 세계관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보여 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문학은 진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동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책 속에 부크가 있다!』는 갑자기 성격이 돌변하는 아이들이 속출하는 사건을 밝히는 추리물이다. 친구 없이 책만 읽어 오타쿠로 불리는 주인공이 사건 해결사이며 우연히 만난 책 속에 사는 벌레인 부크가 이를 돕는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사건 해결의 주체여야 할 주인공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건이 주로 부크와 어른에 의해 해결된다는 점 또한 아쉬웠다. 책방을 없앤 원한 때문에 부크가 인간들을 세뇌한다는 설정 또한 다소 설득력이 부족했다. 이야기의 힘은 공감을 얻는 데서 시작한다. 작가가 구성한 이야기를 위해 등장인물들을 기계적으로 배치하거나 움직인다면 그 이야기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작가가 창조해 낸 인물은 숨 쉬고 살아 있는 존재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생동감 가득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다.

『검은 달의 시간』은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는데 그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오직 주인공만이 친구의 부재를 인지하고 찾아 나선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한다. 사라진 친구를 찾는다는 건 매우 절박한 상황이고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필시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리라 예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아 공감하기 어려웠다. 난데없이 야광주가 등장하고 삽살개와 서천객, 도깨비 등등의 신묘한 존재들이 주인공을 돕는 등, 이야기의 전개가 우연에 의지하는 편이라 개연성이 부족하고 사건 해결의 방법도 설득력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존재가 희미하기만 하다. 이야기를 다 수습하지 못하고 서둘러 화해로 끝내 버린 결말도 아쉽다.

『우주 끝에서 만난 아이』는 우주를 무대로 한 SF물로, 독특한 설정이 단숨에 주목을 끌었다.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삼는 제국주의와 정신감응 같은 설정은 소설 『나인폭스 갬빗』을, 주인공이 나이 어린 군인이며 부대원들 간의 경쟁과 우주 전투를 그린 장면은 『엔더의 게임』을 연상시켰다. 근사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펼쳐지길 기대했는데 피니월드인인 주인공 라세 대위와 신체를 제공할 목적으로 사육되는 시드린인 진우와의 만남이 중점이 되면서 대화로만 줄곧 지속되며 이야기가 단조로워진 점이 몹시 아쉬웠다. 어머니낭에서 태어난 피니월드인은 매우 비정한 성격으로, 모체에서 태어난 시드린인들은 애정이 넘치는 이상적인 성격으로 그려지는 점은 다소 도식적이고 어린이인 진우가 마치 달관한 어른처럼 묘사되는 것도 어색했다. 초반의 촘촘한 설정과 속도감이 점점 긴장감이 떨어지며 시드린이 실은 지구라고 하는 반전도 별로 큰 충격을 주지 못하고 만다.

재미있는 이야기, 잘 쓰인 이야기, 좋은 이야기란 뭘까? 어린 독자였던 나의 기억을 더듬자니 동화의 주인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콩쥐와 팥쥐, 장화와 홍련, 라푼젤, 빨강 머리 앤, 하이디, 앨리스, 도로시, 삐삐 롱스타킹……. 내용은 어렴풋해도 주인공은 또렷이 기억한다. 이 인상적인 주인공들의 이름은 그대로 동화의 제목인 경우가 많았다. 착한 주인공은 결국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란 엔딩에 이르게 될 것을 짐작하면서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인물이 있었고(매우 미워했다)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결연히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진진했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했고 주인공과 한편인 것도 같아 열렬히 응원했다. 이해 불가능한 엉뚱한 주인공은 그래서 푹 빠져들었다. 나와는 전혀 다르고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을 벌이는 주인공들, 앤과 삐삐에 얼마나 열광했던가(심지어 내가 고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반, 아니 99퍼센트는 매력적인 캐릭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온다고 반드시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좋은 이야기에는 대부분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온다.
이번 응모작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부재하다는 것이었다. 이야기와 설정은 있는데 주인공이 없다. 있긴 있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심지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이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떻게 고난을 헤쳐 나가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궁금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매력적인 주인공이 필요하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푹 빠져들어야 한다.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야 한다. 열렬한 응원 혹은 비난을 할 수 있는 흡인력을 지닌 주인공이어야 한다. 강렬한 서사는 바로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지만 특히 NO. 1 마시멜로 픽션은 그런 이야기를, 그런 주인공을 원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 주인공을 따라 울고 웃는 이야기, 응원하고 싶은 친구가 등장하고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 아마도 우리의 독자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해리 포터의 친구 헤르미온느가 아니라 헤르미온느가 주인공인 이야기, 유리 구두 따위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씩씩한 공주, 올림픽의 주역이었던 김연경과 안산처럼 강인하고 근사한 인물과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힙하고 핫한 언니들 같은 매력적인 인물이 펄펄 날아오르고 팔딱팔딱 뛰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도깨비나 뭐 그런 신묘한 존재의 도움 따위 필요 없이, 조금은 두렵고 어설퍼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나와 비슷하고 어쩐지 응원하고 싶은 평범한 아이들(아니, 그런 아이들은 이미 평범치 않다)이 나오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와 주인공을 이 공모전을 통해 만나고 싶다.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무탈하길, 그리고 건필하길 응원한다.

최상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