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 마시멜로 픽션

mashmallo-logo-2 비룡소에서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걸스 스토리’를 공모합니다. 두근두근 사랑 이야기, 시공간을 초월한 환상적인 이야기, 긴장감 넘치는 추리 이야기, 꿈을 향해 질주하는 성공 이야기 등, 요즘 소녀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살린 작품을 기다립니다. 독자 심사위원 제도를 도입하여 여자 어린이들이 직접 작품을 읽고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예·본심

김선희(작가)
최상희(작가)


심사 경위

소녀들만을 위한 스토리 공모전 NO. 1 마시멜로 픽션의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9월 30일 응모를 마감한 제7회 NO. 1 마시멜로 픽션에는 총 34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전문가 심사위원으로 작가 김선희 님과 최상희 님을 위촉하여, 예심과 1차 본심을 거쳐 총 세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101명의 ‘걸스 심사위원단’이 직접 읽고 심사할 작품을 가리기 위해 지난 11월 1일 비룡소 본사에서 2차 본심 회의를 가졌으나, 최종 심사작을 뽑지는 못했습니다.
3년째 수상작을 내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NO. 1 마시멜로 픽션 공모전은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내년 제8회 NO. 1 마시멜로 픽션에도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7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심사평 _ 전문가 심사위원단

1차 본심작 3편

  • 「댕기 머리 소녀 금파랑」
  • 「 백호 소녀 은가비」
  • 「 똥장군 탐정 향기」

제7회 NO.1 마시멜로 픽션 응모 원고를 읽으면서 (다소 추상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슬프고, 막막하고, 외롭고, 불안한, 뭔가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꽤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매년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올해는 더 심했다. 습작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바늘로 동굴을 파 내려가는 심정이랄까. 어두운 들판을 혼자서 하염없이 걷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막연하고 외롭고 한 치 앞의 미래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왜 자꾸 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숙명 같은 거니까.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뭐라도 써야 내가 살아 있는 걸 느끼니까, 쓰지 않을까?
이번에 응모하신 분들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한 작품이라도 더 소중하게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2년 연속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꼭 나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투고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다른 세계’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확실히 문학 작품에서도 세계관이 무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투고작들의 다른 세계를 다루는 방식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너무나 쉬운 방법으로 다른 세계로 간다든가, 다른 세계에서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한다든가, 마치 작가가 각본을 미리 짜 놓고 주인공을 이리저리 모험을 시키는 듯한 진부한 전개 등은 다른 세계로의 여행 준비가 돼 있는 여행객들에게 굳이 여행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한다.
문장이나 구성, 내용이 흠잡을 데 없다고 해서 그 작품이 당선작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응모 작가들이 염두에 뒀으면 한다. 그런 작품들은 대부분 단점이 딱히 눈에 띄지 않지만, 그렇다고 훅 잡아끄는 매력도 부족했다. 결국 올해에도 독특하거나 신선하거나 허를 찌르는 ‘한 방’이 없어 아쉬웠다.
올해는 세 편을 1차 본심에 올렸다.

『댕기 머리 소녀 금파랑』은 문장이나 표현이 다소 서툴렀지만 내용은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여자들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고니섬에서 살던 평범한 소녀 금파랑이 난파당한 외지인을 도와주고 그 외지인을 따라 육지에 가서 겪게 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성실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너무 이야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숨 돌릴 틈이 없다. 잠시 완만한 평지에서 쉬어 가고 싶은 순간에도 작가는 계속 벼랑이나 높은 곳을 향해 기어오른다. 그래서 잘 따라가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숨이 차서 포기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언덕을 올라갔으면 잠시 평지에서 쉬어 가는 시간을 주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다. 적당한 완급의 조절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들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아직 그런 역량에는 못 미치는 작품이었다.

『백호 소녀 은가비』 는 백호 전사 해랑과 백호 부족의 비밀을 안고 태어난 은가비가 백호 부족을 지키기 위해 흑룡을 봉인하는 임무를 띠고 모험을 떠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킨다. 주변 풍경이나 인물을 다루는 솜씨가 꽤 능수능란하다. 서양과 동양의 영웅 서사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킨 점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잘 써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아쉬웠다. 그동안 우리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접했던 여러 나라의 신화와 민담, 판타지, 만화, 컴퓨터 게임, 심지어는 무협지와 애니메이션까지, 너무나 익숙한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주인공이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처음 가 보는 장소가 아니라 이미 와 봤던 곳처럼 익숙했고 괴물이나 난관을 만나 싸울 때마다 ‘어차피 이 싸움에서 이겨’라는 예언 아닌 예언이 마음에서 터져 나왔다. 마치 스포일러를 미리 알고 보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똥장군 탐정 향기』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우리에게 낯익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였지만 옛날이야기와는 다른 해학과 현대적인 재미가 있었다. 할아버지를 도와 똥을 푸는 일을 하는 소녀 향기가 탐정이 되어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내용으로 모두 세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세 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결국 마지막 결론을 향해 차곡차곡 빌드업된다. 인간의 권력과 똥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향기는 똥을 통해 썩은 권력을 멋지게 찾아낸다.
지금 책으로 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작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마시멜로 픽션과는 맞지 않아 최종심에 올리지 못했다. 마시멜로 픽션 독자들이 똥, 탐정, 괴물 고양이, 귀신 강철 등의 키워드에 과연 열광할까, 하는 문제로 고민해 보니 결론이 쉽게 나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책으로 만나고 싶은 작품이었다.

아쉽지만 올해에도 걸스 심사위원들께 드릴 최종 심사작을 뽑지 못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분들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해가 지날수록 글쓰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계는 무심코 발을 들여놓았다가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늪 같은 곳이다. 빠져나가고 싶어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 그래서 살기 위해 쓴다. 어제도, 오늘도, 아마도 내일도 쓸 것이다. 지금도 어느 장소에서 습작을 쓰고 있을 미래의 작가님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김선희(작가)

 

두 해 동안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간절한 마음과 기대로 응모작을 읽었으나 아쉽게도 올해 역시 걸스 심사위원들께 드릴 최종 심사작은 뽑지 못했다. 1차 본심에서 거론된 작품은 『똥장군 탐정 향기』, 『댕기 머리 소녀 금파랑』, 『백호 소녀 은가비』, 모두 세 작품이었다.

『똥장군 탐정 향기』는 박지원의 소설 『예덕선생전』에 나오는 분뇨 치는 예덕 선생, 엄행수에게 손녀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으로 시작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은 향기는 똥에는 신분도 귀천도 없다는 철학을 가진 당찬 소녀로, 마을에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기지로 해결한다. 똥 치는 소녀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똥을 단서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이 신선했지만 사건의 해결이 우연에 기대는 편이라 긴장감이 떨어졌다. 또한 전통적인 옛날이야기 형식은 익숙하고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시멜로 픽션의 독자에게도 매력적일지는 의문이었다.

『댕기 머리 소녀 금파랑』은 바느질보다는 사냥과 배 타는 걸 좋아하는 씩씩한 소녀 금파랑의 파란만장 모험담이다. 전통적인 관습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살던 섬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떠나 마법사와 영물의 도움으로 역경을 딛고 맞서 싸워 어린 소녀에서 전사로 변화하는 성장담은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다소 전형적이고 기시감이 느껴졌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 탓에 전개가 산만하고 문장이 거칠다는 점도 아쉬웠다.

『백호 소녀 은가비』는 흑룡을 봉인하는 임무를 수행해온 백호 족의 소녀 은가비의 모험이 펼쳐지는 판타지물이다. 친구 해랑을 도와 신비로운 공간을 지나며 적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흑룡을 봉인하는 과정은 마치 판타지 게임에서 미션을 하나하나 클리어하듯 정교하게 짜여 있고 전체적으로 매끄러우며 안정적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잘 짜인 이야기는 판타지 서사의 모범 답안 같고 안정적인 전개는 반전 없이 예상되는 결말로 마무리된 점이 아쉬웠다. 깊거나 혹은 넓게 확장되었다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1차 본심에서 거론된 세 작품을 비롯해 올해 응모작들은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주인공 소녀의 역할과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아진 점도 고무적이었다. 이 고군분투하는(여러 의미로) 주인공 소녀들과 사랑에 빠졌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망설여진다. 주인공 소녀들은 너무 멀리 있거나 몹시도 무심하여 야속하게도 사랑에 빠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우리가 어떤 대상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무척 다양할 것이다. 익숙함 혹은 새로움, 설렘 혹은 편안함, 연민이나 공감, 한눈에 반하거나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 심지어 증오 끝에 오는 사랑도 있다. 왠지 모르지만 눈이 가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으로 어쩌면 사랑은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 기꺼이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소녀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유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마시멜로 픽션의 독자는 대략 열한 살부터 열세 살 언저리의 소녀들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은 땅과 하늘만큼의 차이여서, 우리의 소녀들은 유년의 것들과는 작별하고 이제 막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만의 세계가 생기고 공고해지며 비밀이 아주 많아진다는 의미다. 자신만의 비밀을 고수하고 싶은 한편 비밀을 나눠 연대하고 싶기도 하다. 비밀을 나누는 것이 소녀들에게는 어쩌면 사랑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소녀들에게는 가족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각종 SNS로 친구의 범위가 확장되기도 한다. 유튜브에 관심을 두며 언젠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될 꿈을 품기도 한다. 인터넷 게임과 웹툰에 익숙하고 코딩에 능숙하며 메타버스의 세계가 자연스럽다. 어쩌면 넷플릭스에 자신만의 카테고리가 있어 거기에는 애니메이션과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가 나오는 영화, 기이한 이야기와 좀비가 등장하는 시리즈물, 바이러스와 이상 기후, 혹은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디스토피아의 세계와, 머나먼 우주를 향해 떠나는 매혹적인 여행과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엉뚱한 모험담이 담긴 SF영화,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는 첫 키스, 첫 손 잡기, 첫 어깨에 손 올리기 등이 나오는 로코물로 채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소녀들의 세계는 매우 넓고 다채로우며 흥미진진하다.
우리의 소녀들은 만만치 않다. 옛날이야기나 도깨비와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가 더 이상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도깨비와 요괴가 소녀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왠지 모르지만 눈이 가고 마음이 움직이는 뭔가를 지녀야 한다. 그 뭔가에 눈과 귀와 마음을 기울이는 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소녀들이 목말라하는 이야기들 – 현실에 기반을 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현실에서 살짝 벗어난 매혹적인 판타지, 혹은 드넓은 우주와 미래의 경이로운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의 소녀들과 닮거나 소녀들이 닮고 싶거나 동경하거나 공감하거나 응원하고 싶은 소녀들이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소녀와 소녀는 서로의 세계와 비밀을 나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가 반드시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좋은 이야기는 독자들이 사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꺼이 사랑에 빠지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의 소녀들은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다.

최상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