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킹

bir_awards_logo_i 비룡소가 어린이들을 위한 본격 엔터테이닝 작품을 시작합니다. 장르 구애 없이 모험, 판타지, SF, 호러, 프린세스 스토리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공모합니다. 국내 최초로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심사 제도를 통해 ‘우리만의 재미난 이야기 세상’을 열어갈 참신한 원고를 기다립니다.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예·본심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천효정(동화작가)


심사 경위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새로운 형식의 공모 ‘스토리킹’의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2월 12일 응모 마감한 결과, 추리, SF, 호러, 판타지, 코믹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총 15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어른 심사위원단으로는 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천효정(동화작가)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예심 결과, 1차 본심작으로 총 4편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심사위원단이 직접 읽고 심사할 작품을 가리기 위해 지난 1월 12일 비룡소 본사에서 2차 본심 회의를 가졌으나, 최종 심사작을 뽑지 못했습니다.
11회 수상작을 내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스토리킹은 계속해서 어린이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내년 12회 스토리킹에도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11회 스토리킹 심사평

1차 본심작 4편

  • 「신에게 행복을 가르쳐 줄 수만 있다면」
  • 「초능력 탐정」
  • 「늑대귀신」
  • 「애기무녀 기요랑」

비룡소 스토리킹은 다양한 장르문학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어린이 독자가 흥미를 갖고 책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해 왔다. 이번에 투고된 작품도 판타지, SF, 호러 등으로 다양했으며 옛이야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들도 여러 편 눈에 띄었다. 다른 공모전에 투고했던 작품을 개작 없이 투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공모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가벼운 결정이 아닌가 싶다.

예년에 비해 투고 작품의 숫자가 줄었는데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린이책 출판에서 과거보다 장르적 소재나 양식을 수용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스토리킹이 만들어 왔던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방향을 시도하는 창작자가 반드시 자신의 작품을 스토리킹으로만 응모를 하지는 않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도 어린이 장르문학의 발전을 향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문학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지만 문학적인 것 너머의 더 개방된 어린이 서사들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는 더 깊은 고민을 갖게 되었다. 요즘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야기’만 한 것이 없고 그 수많은 매체를 통해 공급되고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들은 이야기로부터 재미의 원천을 공급받고 있다. ‘재미있다’는 것은 추종의 대상이라기보다 이야기의 기본 같은 것이다. 그 안에서도 더 빛나는 재미와 즐거움에 골몰해 보고 그러한 작품을 발견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이다.

투고된 작품 가운데 「늑대귀신」은 익숙한 변신 서사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낮과 밤의 시간대를 나누어 한 인물이 개와 사람의 삶을 오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쌍둥이 어린이가 모험의 주체로 등장한다. 어린이 인물들의 명랑함이 살아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서사의 전개 방향을 다채롭게 펼쳐보려는 작가의 의욕이 오히려 재미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점이 아쉬웠다. 시공간을 비롯한 수많은 설정에도 빈틈이 적지 않게 보였다. 작가가 설계한 이야기의 지도가 독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애기무녀 기요랑」은 인물들의 움직임이 눈앞에 그려지는 역동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대사의 소모가 많고 사건의 연결에서 설득력이 약한 대목들이 있었다. 이 작품에서 ‘기요랑은 애기무녀’라는 설정이 이야기적인 즐거움을 위해 확실히 기능하려면 지금보다는 더 전면적인, 현실세계와 분리된 판타지로 방향을 잡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실의 생활 서사와 전학생 기요랑의 모험을 뒤섞은 현재의 구조는 어린이와 신내림에 대한 사회면의 기사와 뒤섞여서 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 상징들이 작품에 배치되고 있는데 혼종적인 시도에도 계열과 맥락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여 서사를 정리해 나가면 좋겠다.

「초능력 탐정」에도 전학생이 등장한다. 어린이들에게 ‘전학’이라는 사건은 정체된 일상의 지루함을 흔드는 흥미로운 사건 임에는 틀림없으나 도입으로 너무 흔한 설정은 아닌가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탐정물의 긴장감은 ‘우리 곁에 탐정이 있다’는 것보다 그 탐정이 무엇을 알아내고 해결하는가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인물의 초능력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 탐정의 능력과 실질적 성과보다 탐정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다루는 부분의 비중이 크다. 대화가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그 대화의 내용이 문답식 설명인 대목이 많은 것도 아쉬웠다.

이번 공모전에 투고된 작품들 가운데에는 최근 출판가에서 인기 있는 화소들을 중복 배치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일상생활 공간 중 하나를 환상적 장소로 설정해 두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가슴 찡한 일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회용 종이수건처럼 잠시 쓰이고 마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불행과 불운이 상업적 흥행의 요소로 쓰이는 시대에 살면서 이러한 위로의 서사조차 귀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무엇이 재미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멈추어서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뼈를 깎는 마음으로 안타깝지만 이번에는 수상 후보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고군분투하고 이렇게 귀한 작품들을 투고해 주신 작가 여러분께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아마도 우리 앞에 곧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타날 것이고, 그것이 당신의 작품이기를 기대하며 다음 공모전을 기다려 본다.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스토리킹은 어린이를 위한 본격 엔터테이닝을 전면에 내세운 공모전이다. 이 공모전이 고려하는 것은 오로지 스토리텔링 그 자체의 재미다. 이 대범하고 다소 불온하기까지 했던 도전은 어린이문학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 스토리킹이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앞에서, 스토리킹이 추구해 온 ‘재미’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어린이들이 향유하는 서사물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가장 흥미진진한 서사는 모두 종이책 안에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어린이에게는 훨씬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 우리는 서사를 전달하는 주요 매체가 문자에서 영상으로 전환되는 거대한 흐름을 정면에서 목도하고 있다.
스토리킹 응모작에도 변화의 조짐이 역력하다. 웹소설 형태의 작품이 대폭 늘어났고, 이런저런 소재들이 마구 뒤섞인 퓨전 판타지가 주를 이루었다. 웹툰이나 드라마를 대사 중심으로 활자화한 것처럼, 인물은 움직이고 말하지만 배경과 디테일은 날아가 버린 작품도 적지 않았다. 어린이문학 역시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가 온 것은 자명하다. 다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영상물과 똑같이 쓰려고만 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미치지 못할 것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애기무녀 기요랑」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의 선명성이다. 오묘, 백아, 앗싸리, 두멩이 같은 보조 캐릭터에까지 꼼꼼하게 개성이 실려 있고, 이들의 움직임이 거의 즉각적으로 시각화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빛나는 캐릭터가 있는 반면 플롯은 단조롭고, 부분적으로는 중요한 인과가 누락되어 있기도 하다. 저승사자는 왜 대참사를 예고하여 인간사에 개입하는가? 두억시니 가족은 왜 난데없이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너무 많은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작품에 사용된 용어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무녀, 무당, 마녀, 샤먼은 의미도 기원도 각기 상이한 용어들이다. 전혀 다른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용어를 조각조각 끌어오는 일은 재미에도 기여하지 않을뿐더러, 괜한 부작용만 감수하게 만드는 일이다.

「신에게 행복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신들의 학교라는 흥미로운 설정과 ‘깨알 재미’라 부를 만한 디테일이 있었다. 신들의 수강 과목, 인간에 대해 기원전 3천 년 기준으로 조언하는 교수, 신들의 잡지와 일일 계시록 등 유머 있는 세부 설정이 돋보인다. 솔라지엄에서의 사건이 생동감 있고 신선한 것에 반해 인간계의 사건은 밋밋하고 맥이 빠져서 전개에 비해 오히려 절정이 쳐지는 느낌이다. 작품 전반의 경쾌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함으로 인해 소환되는 묵직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신의 의무라는 것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그친다면 신의 섭리라기엔 너무 편협하다. 최소한 인본주의에서라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그리스로마 신화가 아니라 동화이기 때문이다.

수정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두 작품 모두 좋은 이야기로 재탄생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먼저 읽게 될 100명의 심사위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수상작을 가려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은 심사위원이지만, 동시에 매 순간 의미 있고 충족된 독서 경험을 할 권리가 있는 어린이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오랜 논의 끝에 올해에는 본심에 작품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11회를 맞이하는 동안 스토리킹이 수상작을 내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작품 심사를 고대하고 계셨을 어린이 심사위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올린다.

천효정(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