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웅거러와의 만남

토미 웅거러와의 만남

토미
웅거러는 프랑스와 독일 접경지대인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그림동화 작가로 국내에도『제랄다와 거인』,『달 사람』과 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동화 작가로 교육 복지 등과 관련한 활동가로도 유명한 웅거러는 이번 인터뷰에서 어린이 책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어린이 책 작가가 되려고 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까지 덧붙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끝에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테러, 보복 전쟁, 생화학전 등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이 시점에서 ‘평화는 어떻게 얻어질 수 있을까’ 라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같이 한 번쯤 생각하게끔 합니다.

다음은 지난 10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현장에서 가진 토미 웅거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비룡소: 먼저 당신의 일흔 번째 생일을 미리(웅거러는 11월
28일에 70세 생일을 맞는다) 축하드립니다.

웅거러: 감사합니다. 그것 때문에 행사들이 아주 많습니다. 인터뷰, 전시회 등등. 내가 태어난 스트라스부르(Strasburg)에서는
지금 세 달 동안이나 생일잔치(겸 행사들)를 하고 있습니다.

비룡소: 당신의 작품은 놀라운 발상으로 가득합니다. 작품의
소재는 어디에서 얻습니까?

웅거러: 세상의 모든 곳에서 얻습니다. 작가는 많이 읽고 보고 또 무엇이든 진지하게 배워야 합니다. 세상에 흥미롭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난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게 내 문제예요. 아이디어가 너무 많지요. 난 지금도 동시에 다섯 권의 어린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룡소: 지금 준비중인 작품은 어떤 것인지 물어 보아도
될까요?

웅거러: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나는 지금 European Council의 대사로 활동하며 아동 복지와
교육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작품의소재를 얻게 되기도 하지요.

비룡소: 당신 작품에는 못생기고 흉한 인물(『제랄다와 거인』이나『플릭스』
등에서)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웅거러: 세상이 못생겼잖아요. 그리고 매일매일 점점 더 못생겨지고 있고요. (웃음)

비룡소: (함께 웃음) 다른 어린이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그런(기괴하고 못생긴) 캐릭터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습니까?

웅거러: 나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이렇게 말해 주고 싶을 뿐입니다. <언제나 너 자신이어라. 못나고 잘나고 간에 넌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라. 다른 사람처럼 될 필요는 없다.> 내 슬로건은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다 다르다>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난 그렇게 나를 만들어왔습니다.

비룡소: 토미 웅거러가 말하는 토미 웅거러는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바가 있나요?

웅거러: 특별히 내세울 건 없습니다. 토미 웅거러는 그냥 토미 웅거러입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이나 혹은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일에 자기 재능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상당히 현실 참여적인 사람입니다. 내가 그린 정치적 포스터들에 그런 성향이 분명히 나타나지요.

비룡소: 당신 작품들 가운데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습니까?
웅거러: 아뇨, 지금까지 140권 이상의 책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한 작품을 끝내면 그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정말로 몇 년 간 다시 들춰보지 않은 작품들도 많고요. 이런 전시회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괴로운 일은 이것들과(한
손으로는 두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기 책들을 쭉 전시해 놓은 곳을 가리키며 웃음) 다시 만나야 한다는 거죠. 이건 마치……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난 후 씻겨 내려간 배설물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예요.

비룡소: 당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작가들이나 책들이 있습니까?

웅거러: 어린이 책 작가들 가운데 말하자면…… 어린 시절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작가는 루드비히 리히터(Ludwig
Richter)였습니다. 그 다음엔 『막스와 모리츠(Max und Moritz)』의 빌헬름 부쉬(Wilhelm Busch)가 있고 『말썽
많은 페터』도 나에게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들 셋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고전입니다. 내 작품들에 그들의 영향이 분명히 드러나지요.

비룡소: 어린이 책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웅거러: 내가 젊은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직접 이야기를 쓰고 직접 그림을 그리라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을 위해 글을 씁니다. 글을 쓴 사람과 그림을 그린 사람이 따로따로인 책들도 많지만.
그런 식의 작업은 내가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오래도록 살아남아 고전이 된 모든 책은 그림과 글을 모두 한 작가가 그리고 쓴
것들입니다. 어린이 책 작가가 되고 싶다면 둘 모두를 배워야 합니다.

비룡소: 한국에는 이미 웅거러 매니아라고 스스로 칭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시지요.

웅거러: 우리 모두는 매일매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된다면 늘 평화로울 수 있을 거예요. 또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만이 자기 스스로를 존경할 수 있습니다.
이게 좀더 어려운 일이지만…….

비룡소: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웅거러: 천만에요, 서울로 돌아가시는 여행이 즐겁기를 바랍니다.

★ 비룡소에서 나온 토미 웅거러 작품 보기
꼬마
구름 파랑이
』,『제랄다와
거인
』,『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