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토크쇼]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

중앙일보

1986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과학그림책의 고전 『신기한 스쿨버스』(원제 The Magic School Bus, 비룡소)시리즈가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용인 키즈시리즈 10권까지 번역.완간됐다.

지난 99년 10월 처음 소개돼 국내에서만 1백만 부 가까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운 이 시리즈는 "교육책도
재미있게 만들면 잘 팔린다"는 사실을 보여준 가장 미국적인 어린이 책이다.

어린이 지식책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이 시리즈의 작가 조애너 콜(57)과 일러스트레이터 브루스 디건(56)을
미국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에 있는 디건의 자택에서 만났다.

이들은 10여년째 이웃 사촌으로 지내고 있는 사이다. 디건은 우선 자신들의 새로운 공동작품 『프리즐 선생님의
모험』시리즈 스케치들로 가득 찬 스튜디오부터 안내했다.

"인문학도 다뤄달라"는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시작한 신기한 스쿨버스 인문학편같은 책이다.
중국편을 쓰기 위해 중국어까지 배웠다는 콜은 한국어와 한국의 교육제도 등에 대해서도 질문을 퍼부으며 호기심 많은 어린이 과학책 작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회=마침 미국에 오기 직전에 『미국의 아이들은 무얼 읽고 자라나:미국 어린이문학 100년사』(마조리 앨런
지음, 숙명여자대학교 출판부)란 책이 번역.출간돼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신기한 스쿨버스』도 "내용과 삽화의 조화를 통해 배우는
것을 즐겁게 해준 만화책 형식의 새로운 교육서"라며 중요하게 다뤄져 있었다. 새삼 내가 그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접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조애너 콜=고맙다. 난 한국에서 인터뷰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흥분했다.(웃음)사실 한국 사람들은 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를테면 엉클어진 빨간 머리에 괴상망칙한 옷차림의 주인공 프리즐 선생님 말이다. 미국에선 매년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프리즐 선생님 선발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인기있는 캐릭터지만 한국에선 너무 권위 없는 선생님상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사회=전혀 그렇지 않다.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학생들을 인도하는 모습에 대해 한국의 부모나 선생님들도 긍정적으로
본다. 또 이 책에서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을 등장시켜 자연스럽게 문화적 평등성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브루스 디건=책을 유심히 보면 아이들끼리는 물론 프리즐 선생님도 상대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투의 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까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사회=어린이책에 대한 그런 철학이 일치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그렇게 단짝이 된 것 같다. 하긴 일부러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한 작업실을 쓰도록 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들었다.

▶디건=내 경우 다른 책을 만들 때는 대개 완성된 원고를 받고 작업을 시작하는 데다 작가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싸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웃음). 그런데 조애너와는 전체 효과를 위해 이야기를 쳐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대화상자와 그림의 순서는 어떻게
할지, 어떤 유머를 섞으면 좋을지 등 거의 초반 작업부터 세세한 얘기를 주고 받는다.

▶콜=나도 특별한 시각적 이미지가 있으면 직접 그려서 보여준다. 이 시리즈 덕분에 학교들로부터 초대받아 함께
전국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던 것도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사회=두 사람은 크게 성공했지만 미국의 일반적인 어린이책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경제적 형편은 어떤가.
한국에선 아직 전업으로 삼기 어렵다.

▶콜=내 첫 책인 『바퀴벌레』 이후 1백여 편이나 쓴 것도 실은 돈 때문이었다. 학교 도서관 사서, 출판사
편집자 등을 하다가 전업작가로 나선 뒤 한 10년 간은 정말 어려웠다. 디즈니사가 저자 이름도 밝히지 않고 내는 상업용 책에 글을 쓴 적도
많았다. 요즘도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들 대부분 부업으로 먹고 산다.

▶사회=디건씨가 그린 『토드선장과 우주탐험』(시공사)이나 『강아지가 태어났어요』(비룡소)를 포함한 콜여사의
작품 대부분은 과학과 관련있는 책들이다. 요즘 작업 중인 책은 전혀 다른 분야던데.

▶콜=둘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더 잘 알지만 책을 낼 땐 오랫동안 자료조사를 하고 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일일이
감수를 받는다. 중국에 관한 이번 책의 경우 6개월 이상 자료를 수집하고 1백여명의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번 여름엔 일주일간 중국도 다녀왔다.
기껏 중국어를 배워서 써먹으려 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 들어 속상했다(웃음).

▶사회=『신기한 스쿨버스』시리즈의 경우 무엇으로든 변하는 버스를 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4차원적 내용 덕분에
TV용 애니메이션과 CD롬으로도 만들어지는 등 21세기 어린이들이 좋아할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든 책들이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어린이들이 책을 점점 멀리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콜=과학적으로 통계를 내보면 사실이 아닐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책을 사서 본 아이들은 부잣집 등 일부
계층에 한정됐다. 지금은 모든 아이들이 책 읽을 기회를 갖고 있고 부모들도 자녀와 그들의 독서에 관심을 더 많이 쏟고 있다.

▶디건=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글을 써보고 그림을 그려보게 하면 좋다. 영화 해리 포터의 배우들
그림을 이용한 색칠하기 책 같은 건 별로 도움이 안된다.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상상한 인물 이미지를 그려보고 색칠까지 해보면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

- 김정수 기자 /200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