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이나 태어나고 백만 번이나 죽은 멋진 고양이가 있었다.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사랑했고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백만 한 번째의 생에서 주인 없는 도둑고양이로 태어나 자기만을 마음껏 사랑하며 살게 된 고양이. 그런데 자기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흰 고양이를 만난 후로는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그와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을 알게 된 것이다. 흰 고양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고양이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몇날 며칠을 통곡하다가 백만 한 번째로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 길고 길었던 삶을 영원한 안식으로서 종료한 것이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던 고양이가 흰 고양이를 만나면서 겪는 변화는 매우 크다. 더 이상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라고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이제는 오히려 흰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을 주는 기쁨과 행복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한 번도 울어 보지 않았던 고양이를 흰 고양이의 죽음 앞에서 몇 날이고 울도록 변화시켰다. 또 급기야는 고양이가 흰 고양이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도록, 백만 번이나 거듭되던 삶과 죽음의 고리를 끊고 했다. 그토록 사랑의 힘은 컸다!

자기밖에 볼 줄 모르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마음속에 소중한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성장의 중요한 과정이다. 백만 번 산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다른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삶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랑할 때의 기쁨이 받을 때보다 더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고양이가 깨달은 사랑의 힘을 알게 될 때 아이들은 성장의 문턱을 또 하나 넘게 될 것이다.

아동 도서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소재인 윤회가 죽음에 대한 의미를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도구가 되고 있으며, 수채화 기법으로 투명하게 그려진 그림 또한 소재의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