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룡소
발행일: 2007년 2월 25일
ISBN: 978-89-491-2103-1
패키지: 변형판 · 204쪽
가격: 7,500원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43
분야 읽기책
수상/추천: 카네기 상
1982년 카네기 상 수상작
2006년 안데르센 상 수상, 카네기상 2회 수상 작가 마거릿 마이의 대표작
가족 중에 ‘마법사’는 누구?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고 화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되는 바니의 가족 이야기
2006년 안데르센 상 수상자이자, 영국 카네기 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또 고국 뉴질랜드로부터는 어린이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 훈장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동화작가 마거릿 마이의 대표작 『바니의 유령』(Haunting)」이 출간되었다. 마거릿 마이는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안데르센 상 심사위원회에서 “언어의 마술사이자 유머와 인생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마이가 쓴 작품들 가운데는 판타지와 모험을 다룬 것들이 많은데, 그 이야기 소재들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사는 평범한 이 세계에 속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마이는 판타지의 이야기 방식을 빌려, 현실에 존재하는 평범한 아이들과 가정의 이야기를 아주 절묘한 심리묘사로 현실주의 동화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그려낸다. 그녀의 대표작 『바니의 유령』역시 작가 특유의 그러한 문학적 장점을 보여 주는 수작이다. 이 동화는 가족 안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자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어느 가족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화해를 마법사라는 환상적인 소재로 끌어들여 풀어낸다.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의 정체는 누구
이 작품은 여덟 살 주인공 소년 바니가 어느 날 유령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바니는 아빠와 곧 아기를 낳을 새엄마, 작가는 꿈꾸는 타비사 누나, 그리고 내성적이지만 언제나 조용한 트로이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 평범한 여덟 살짜리 소년 바니에게 어느 날 갑자기 유령이 나타난다. 바니는 끊임없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소리와 목소리,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보게 되면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 임신 중인 새엄마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아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니의 입을 틀어막는다. 바니는 새 엄마가 주는 따스함과 안정감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 즉 바니에게 있어 가족은 소중하지만 불안감의 근원이기도 하다. 바니는 새엄마를 사랑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자기는 버려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한다. 결국 둘째 누나인 타비사가 바니의 고민을 눈치 채게 되고, 그 유령의 정체에 대해 아빠와 새엄마에게 얘기를 한다.
바니의 곁을 맴도는 유령의 정체는 바로 바니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 친엄마 도브의 작은 할아버지인 코울 할아버지이었다. 코울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던 형인 바너비 할아버지가 죽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와 비슷하게 마법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바니를 가족한테서 데려가려고 나타난 것이다. “마법사에게는 가족이 없다”고 하면서.
하지만 바니의 아빠와 새엄마는 바니를 절대로 우리 가족에게서 가져갈 수 없다고 얘기한다. 결국 코울 할아버지를 버렸던 증조할머니가 바니의 가족에게 찾아와 그 두 모자는 상봉하게 되고 이 와중에 이 집안의 진짜 마법사 즉 마술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바니가 아니라 바로 소심하기 그지없었던 첫째 트로이로 밝혀진다. 그동안 트로이는 마법사라는 자신의 개성과 특이한 본성을 숨기고 억누르며 살아왔던 것. 그간 반목과 갈등에 휩싸였던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한 장면에 등장해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불신을 툭 터놓고 얘기하면서 목소리들이 격앙된다.
이제 코울 할아버지는 바니 대신 자신과 같은 마법사의 혈통을 지닌 트로이와 함께 삶의 공감대를 가지게 되고, 바니와 나머지 가족은 하나로 화해하며 보통의 일상을 영위해 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마법사’로 상징되는 우리 가족 안의 ‘특별한 너’
이 모든 사건의 핵심에는 스콜라 집안에서 대대로 나온다는 ‘마법사’가 있다. 즉 마법사였지만 스스로 저지른 나쁜 짓에 놀라 마법사로서의 자신을 죽여 버린 증조할머니와 자신이 가진 마법을 소중히 여기며 지키려고 싸운 코울 할아버지, 자신의 힘을 숨기며 살아온 트로이. 이렇게 마법사들은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서 여러 가지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힘을 묻어 버린다는 것도, 그것 때문에 가족이나 일상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도 모두 고통스럽고 결핍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작가 마거릿 마이는 가족 안에서 혼자만 특출한 개성을 지닌 구성원을 바로 ‘마법사’라는 캐릭터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니의 유령』에서처럼 가족 중에 마법사가 태어날 일은 현실에서는 드물겠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개성을 가진 가족 구성원은 어디에나 있다. 모두가 활발한 성격인데 혼자만 내성적인 아이, 독특한 재능을 지녔지만 몰개성한 가족에게 무시를 당하는 아이 등, 그러한 아이들을 “도대체 쟤는 누구를 닮아 저런 거야?”라고 짝눈으로 못마땅해하기 전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그 개성을 존중해 주고 품어 주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 작품은 전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