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의 자동차

오규원 | 그림 김세온

출간일 1995년 1월 10일 | ISBN 978-89-491-4000-1 (89-491-4000-4)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53쪽 | 연령 10~15세 | 가격 5,000원

분야 그림동화

책소개

나는 오규원의 동시를 읽으면서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

그의 동시가 보여 주는 아름다움은 나의 기쁨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가치가 점점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은 나의 슬픔이다. 뜸부기 코에 맺힌 빗방울이나 물새가 새끼를 데리고 잘 다니는 좁은 길이 왜 소중한 것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 이남호(문학평론가)

편집자 리뷰

동심으로 볼 수 있는 시의 세계
지은이 오규원은 말한다.

?저는 동시를 동심을 노래하는 것으로도, 동심으로 노래하는 것으로도 보지 않습니다. 저는 동시를 <동심으로 볼 수 있는 시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이 차이가 제 작품의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습니다. <동심을 노래하는 것>은 시의 세계가 <동심>으로 한정될 염려가 있고, <동심으로 노래하는 것>은 시의 세계가 <노래>라는 말에 간섭을 받을 염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포괄적이고 보다 시적인 시각으로 동시의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동시>에게 훨씬 큰 세계를 마련해 주는 일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 말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동시란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어린이마음(동심)을 회복시키는 힘을 지닌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규원의 동시집 ?나무 속의 자동차?에 실린 <그 힘>의 실체는 무엇일까.

인간 본래의 오감(五感) 되찾기

모든 인간은 똑같이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을 지니고 태어난다. 보라는 눈, 들으라는 귀, 맛보라는 혀, 냄새 맡으라는 코, 만져보고 느끼라는 손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구실에 따라 인간은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七情)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육체와 정신이 성장함에 따라, 천부적(天賦的)으로 지니고 있던 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비틀림을 경험하게 된다. 정말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정말 들어야 할 것은 듣지 못하고, 정말 느껴야 할 것은 느끼지 못한 채, 끝내는 썩어 없어지고 말 재물과 권력과 명예에 오감을 몰두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오감의 비틀림은 어린이마음의 상실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간 본래의 오감을 되찾는 작업은 어린이마음을 회복시키는 결정적 실마리가 된다. ?나무 속의 자동차?에 실린 시편들은 우리가 정말 보고, 듣고, 느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동화적 상상력으로 빚은 <작아지기>의 마술

모든 사람들이 좀더 커지고 좀더 높아지려는 세상에서 <작아>지고 <낮아>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키가 작고 눈높이가 낮은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본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작아지기>를 시도해야만 한다. 「나무 속의 자동차」에서 보여주고 있는 오규원의 <작아지기>는 정말 놀라운 솜씨다. 그는 한껏 작아져서, <비에 젖은 뜸부기의 코>와 <빗방울 맺힌 방아깨비의 입>을 보기도 하고, <뿌리 끝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가지와 잎으로 물을 배달하는 ‘나무 속의 작은 식수 공급차’>,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작은 식수 공급차를 기다리며, 가지와 잎들이 들고 있는 물통>의 크기까지를 떠올린다.

어린이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작아지기> 연습을 해야 한다. 「나무 속의 자동차」는 <작아지기> 연습을 위한 훌륭한 교과서다.

숨은 질서, 함께 사는 세상

「나무 속의 자동차」가 보여주는 세상은 그 속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세계이다. 하나는 다른 하나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서로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유기체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른 봄날?에서는 나비가 복숭아꽃 몽우리를 낳는가 하면, ?하나의 꿈을 위해?에서는 만물이 책읽는 사람의 행위에 동참하고, ?5월 31일과 6월 1일 사이?에서는 봄과 여름이 함께 의논하여 여름을 설계한다. 만물이 내밀하게 협력하고 사랑하며 이루어가는 이 세계야말로 어린이마음으로 바라본 자연 그대로의 세계일 것이다.

어두울수록 빛이 귀하고, 가물수록 단비가 그립듯이, 「나무 속의 자동차」가 우리 시대에 던져주는 깨달음은 소중한 것이다.???

지친 가슴에 위로를, 짓눌린 정신에 해방을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지난 한해. 우리 모두의 가슴이 얼마나 지치고, 우리 모두의 정신은 또 얼마나 짓눌렸던가. 성수대교 붕괴와 함께 무너져내리고, 아현동 가스 폭발과 함께 날아가 버리고, 세금도둑들에게 빼앗겨 버린 우리들의 꿈을 어디에서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상처입은 현대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위로>와 <해방>을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나아가도록 해주는 일일 것이다. 어린이마음으로 일구어 낸 오규원의 동시집 「나무 속의 자동차」는 읽는이로 하여금 <위로>와 <해방>의 실마리를 발견케 할 뿐만 아니라, 읽은이 자신이 어린이마음을 회복하여 다른 상처입은 영혼을 다독거려 줄 수 있는 힘을 되찾게 할 것이다.?

1995년 새해를 맞이하는 첫머리에 「나무 속의 자동차」를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소망스러운 일이다.

작가 소개

오규원

1941년 경남 삼랑진 출생. · 196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수상. · 시집 <분명한 사건> <순례> <사랑의 기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 <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다> <마음의 감옥>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 소리> · 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교수

김세온 그림

김세온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였고 『이사 가는 날』로 제3회 황금도깨비상(1994) 대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으며, 작품들로는 『함께 살아요』, 『연아 연아 올라라』, 『도련님』, 『백설공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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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200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