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을 찾은 낯선 손님을 마주하는 하룻밤의 이야기

빈 집에 온 손님

황선미 | 그림 김종도

출간일 2016년 1월 14일 | ISBN 978-89-491-4026-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84x235 · 32쪽 | 연령 6세 이상 | 가격 11,000원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분야 읽기책

책소개

마음을 껴안는 따듯한 시선, 세계적인 작가 황선미가 들려주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빈 집을 찾아온 특별한 손님 이야기

 

 

쿵, 쿵, 쿵.

금방울의 커다래진 눈을 보고 놀란 은방울이

작은방울을 끌어안았습니다.

금방울은 숨죽인 채 문고리를 걸었습니다.

소리 나지 않게 살그머니.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동화의 힘’을 보여 주며 우리나라에서 오래도록 뜨거운 사랑을 받는 동화작가이자, 영국, 폴란드를 비롯한 해외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작가로서 의미 있고 놀라운 기록들을 보여 주고 있는 황선미 작가의 저학년 그림동화 『빈 집에 온 손님』이 비룡소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풍경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섬세한 묘사와 더불어 따듯하고 정겨운 색감의 화풍을 선보이는 김종도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 댁에 가시며 여우 남매의 맏이 금방울에게 동생들을 잘 돌보라고 일러둔다. 그런데 갑자기 폭풍이 몰려올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빈 집 앞에서 놀던 동생들이 없어진 걸 안 금방울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간다. 걱정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벌꺽 열자, 동생들은 난롯가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그제야 금방울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밖에서 낯선 사람이 똑똑똑 문을 두드린다.

『빈 집에 온 손님』은 무엇보다 간결하고 짤막한 서사가 지니는 진한 여운과 그 속에 은유적으로 담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스로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고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는 물론 잠들기 전 아이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기에도 따스한 여운이 남아 좋을 책이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담백하게 마음에 가 닿는 황선미 작가의 문장을 폭풍우 쏟아지는 밤 여우 남매의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밀도 높은 김종도 작가의 그림과 함께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이 작품이 지닌 매력과 따스한 힘이 느껴질 것이다.

편집자 리뷰

빈 집을 찾은 낯선 손님을 마주하는 하룻밤의 이야기

 

아이들끼리만 남겨진 집, 여우 남매의 진한 책임감과 우애

“동생들을 잘 돌봐라. 감기 들지 않게 담요도 덮어 주고. 낯선 손님에게는 함부로 문을 열어 줘도 안 돼요.”

부모님이 집을 비우자 금방울은 맏이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빈 집 앞에서 놀던 동생들을 찾아 헤매고, 집에 돌아온 동생들을 발견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여 웃는다. 그러다 누군가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가장 막내인 작은방울이 엄마인 줄 알고 문을 열러 쫓아가자 자신이 먼저 누군지 확인해야 한다며 동생을 막아선다. 문을 두드리는 ‘낯선 덩치’를 문틈으로 확인한 금방울은 동생을 끌어안고 숨죽인 채 문고리를 걸어 잠근다. 비 오는 밤 문을 두드리는 손님을 대하는 금방울, 은방울, 작은방울 삼남매의 모습에선 형제간 관계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부모님의 당부를 잊지 않으면서 동생들을 잘 챙기려는 금방울, 가운데에서 더 어린 동생을 챙기지만 겁이 앞서는 은방울, 그리고 아직 어린 천방지축 작은방울까지, 황선미 작가는 짧은 대화와 간결한 서술로 아이들끼리만 남겨진 집 안 작은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이끌어낸다.

 

낯선 사람과 두려운 상황에 맞서는 따듯한 마음과 용기

문을 두드리던 덩치는 사라졌지만 작은방울이 졸려 칭얼대기 시작한다. 작은방울은 꼭 담요가 있어야 잠을 자는데 그걸 낮에 놀던 빈 집에 두고 온 것이다. 금방울은 담요를 가지러 빈 집을 찾아가지만 빈 집에서 그 낯선 덩치와 다시 마주치고는 무서워 달아난다. 그러나 작은방울이 울음을 그치지 않고, 금방울은 춥고 무서워 이가 달달 떨릴 지경이지만 캄캄한 밤과 비를 뚫고 빈 집에 담요를 가지러 간다.

 

금방울은 망설였습니다.

‘그래, 작은방울은 졸릴 뿐이야. 아픈 건 아니니까!’

 

금방울은 두려움에 주춤거리지만 작은방울의 담요를 덮고 있는 낯선 덩치가 신음 소리를 내며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담요를 가져가지 않기로 한다. 대신 마른 장작과 따듯한 차를 가져다 빈 집 안에 밀어 넣는다. 이렇게 집을 세 번 오가는 동안 금방울은 그저 두려웠던 마음에서 두려움을 이긴 책임감, 그리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따듯한 마음으로의 변화를 겪는다. 더불어, 두 집을 오가며 고조되는 금방울의 감정 묘사가 긴장감을 더해 낯선 덩치의 정체가 드러나기까지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준다.

 

어딘가에 있을 듯한 여우네의 풍경, 또 다른 상상을 돋우는 그림

먹구름이 몰려오는 들판에 작은 여우 한 마리가 서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 그림은 이야기가 이어짐에 따라 인물을 클로즈업하기도 하고 풍경만 오로지 보여 주기도 하며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이끌어 나간다. 노란빛으로 따스하게 표현된 여우의 집과 비 내리는 어두운 밤 남빛으로 표현된 바깥 풍경이 대비를 이루어, ‘덩치’와 마주한 금방울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세심한 터치로 밀도가 꽉 찬 그림에서는 감탄이 절로 난다. 마치 어딘가에 있을 듯한 들판과 여우가 사는 언덕 집의 모습, 들풀에 부는 바람의 느낌, 나뭇잎에 맺히며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까슬까슬한 털을 지닌 여우 남매의 사랑스러운 모습 들이 한 컷 한 컷 완성도 높게 정성들여 표현되어 있다.

작가 소개

황선미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5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후 마음 깊이 울리는 진솔한 문체로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든 세대의 동심을 어루만지는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1999년 『나쁜 어린이표』에 이어 2000년에 출간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였고 해외 28개국에 판권이 수출되며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펭귄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영국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폴란드 그라니차 선정 2012년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다시금 발돋움했다. 2012년 한국 대표로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에 올랐고, 2014년 런던 도서전 ‘오늘의 작가’,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주목할 저자’로 선정되었다. 작품으로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소천아동문학상 수상)』, 『과수원을 점령하라(세종아동문학상 수상)』, 『도대체 넌 뭐가 될 거니?』,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푸른 개 장발』 등이 있다.

김종도 그림

전북 정읍의 작은 농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성장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그동안 『날아라, 짤뚝이』, 『맛있는 쌀밥 묵자』, 『내 이름은 나답게』, 『둥그렁 뎅 둥그렁 뎅』, 『화요일의 두꺼비』 등에 그림을 그렸고, 동화책 『내 색시는 누구일까』를 쓰고 그렸다. 꾸준한 개인 창작을 통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전시에 참여했으며, 여러 예술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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