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문의 기적(일공일삼076/강정연 글/김정은 그림)-비룡소

분홍 문의 기적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67 | 글 강정연 | 그림 김정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4월 29일 | 정가 15,000원

수상/추천 창원아동문학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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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아니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않더라도 우리 식구 모두 건강하고 오순도순 잘 살면 그게 행복일 것이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누구하나 좌절하지 않고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잔소리에 회초리를 드는 못된 엄마가 된다 할지라도 그날 저녁 따뜻한 밤에 된장찌개 한그릇이거나 아이 머리 쓰다듬고 볼에 해주는 뽀뽀 한번이면 용서가 되는 그런게 행복일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엄마가 사라진다면, 아빠가 사라진다면, 가족 중 그 누구라도 죽음을 맞아서 이 세상에 없다면 그 것은 어떠한 공포와 슬픔을 가져다 줄까?

상상도 되지 않고 상상도 하기 싫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몇년전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 아이들이 그렇게 바다속으로 떠나간 날 남겨진 그 부모들과 가족들, 작년 새롭게 전염되고 있던 메르스로 목숨을 잃고 장례도 치러보지 못한 가족들, 지진이나 쓰나미 등으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각종 질병이나 전염병 뿐만 아니라 사고와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 곁에는 그를 그리워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허탈한 마음, 세상이 무너진 듯한 기분, 하루하루가 내가 알던 하루하루가 아닌 그런 날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 알은체를 해서는 안되는 그런 아픔일 것이다.

<분홍문의 기적>에서는 그런 아픔을 가진 가족이 나온다.

어느 일상과도 같은 아침, 된장찌개를 끓이던 엄마는 두부를 사러 잠시 슈퍼에 다니러 갔고 그때 사고를 당하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와 아내를 잃게 된 아빠와 아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하다가 차츰 분노하게 된다. 그래서 아빠는 모자가게를 돌보지 않고 아들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서로에게도 화를 내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지 않고 점점 망가져가는 두사람은 차안에서 먹던 감씨가 목에 걸리기 전 “여보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라는 소원을 빈다. 그 후 까치가 감씨를 물고와 심었더니 그 열매에서 요정같은 날개를 가진 작은 엄마가 나온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72시간,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독려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더라도 이제는 갑작스레 떠나 보내는 것이 아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기에 그들 가족은 이제 더이상 화를 내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되찾는다. 엄마가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에서 자신들을 지켜볼 것이라고 믿으면서…

예전에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비오는 계절에 돌아온다고 먼저 떠난 엄마와 남겨진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하지만 <분홍문의 기적>에서 엄마는 요정처럼 작지만 씩씩한 모습으로 아들과 남편을 걱정하며 슬픔을 참아낸다. 그리고 남편과 아들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집안에 엄마의 흔적을 없애고 엄마의 취향인 꽃무늬들을 바꾸고 엄마가 좋아했던 모자가게를 아빠가 좋아하는 신발 가게로 바꾸기를 권하며 분홍문을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바꾸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들은 학교생활, 아빠는 가게 일을 다시 잘 해나가도록 잔소리하며 집안에서 대청소, 요리등을 하면서 아빠와 아들 둘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독인다.

딱 3일의 시간이지만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다시 아끼고 보듬어 주고 서로 헤어질 순간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