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우리가 만난 가족 “그날밤 인형의 집에서”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14 | 김향이 | 그림 김보라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5월 1일 | 정가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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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생소한 그 말이 뭔가 싶었는데 아빠나 엄마가 한국인이 아닌 가족을 그렇게 불렀다는 걸 알았다. 왜 그 말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사회가 많이 바뀌다보니 아이들끼리 잘 어울리라고 편견을 갖지 말라고 하는 말인듯 싶었는데 왠지 그 말자체도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만나 이룬 가정..

 

‘꿈꾸는 인형의 집’으로 인형의 사연을 소개하고 사랑과 용기를 보여준 김향이 작가님이 이번엔 서로 다른 인형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꿈꾸는 인형의 집이 탄생했다.

(리뷰: 사랑과 사연 “꿈꾸는 인형의 집”)

 

‘인형은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인형을 좋아하고 모으는 취미를 가진 ’인형의 집’의 인형 할머니는 어린시절 미군이 주고 간 큐피인형과 처음 인연을 맺는데, 어린 남동생이 씹어놓아서 버리게 되자 엄청나게 슬퍼하고 이를 본 어머니가 헝겊인형을 만들어주어 ‘순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역시나 동생이 요강에 빠뜨려서 망가진다. 슬퍼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종이인형을 만들어주어 종이로 옷을 만들어가며 놀았다. 직접 헝겊인형도 만들고 어머니 한복 치마를 잘라 인형 옷을 만들다 어머니에게 혼이 나기도 하고 동화책 속의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어 상상놀이를 즐겼다. (인형 할머니가 작가님이라는 건 읽으면서 알 수 있다.)

 

인형 만드는 재미에 빠진 할머니는 외국에서 사오거나 버려진 인형을 손질하여 인형들이 집안에 가득하다. 인형을 만들고 수선하는 작업실이 있고 온갖 사연을 가진 인형들의 이야기가 있다. 나무로 만든 소꼽놀이용 인형의 집인 돌스 하우스에는 다양한 가구와 전화기 등의 소품들도 갖춰져있다. 실물의 1/12 크기로 아이들이 직접 놀 수 있게 꾸며져있다. (돌스 하우스는 소녀들에게 바느질과 식사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할머니는 집단장을 끝내고 상자 네 개에서 인형들을 꺼내 집안에 넣어준다. 검은색 연미복 입은 신사 인형, 아기를 업은 엄마 인형, 사내 아이 그리고 돌스 하우스용 여자 아이.

“자, 이제 한 가족이 되었으니 정답게 지내렴”

불이 꺼진 돌스 하우스에서 인형들이 조용히 움직인다.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어지고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인형들. 특히 여자 아이 인형은 자신만이 돌스 하우스 인형이라며 사내 아이를 대놓고 무시한다.

 

 

사내 아이 엔디를 시작으로 인디언 인형, 연미복 신사 인형 그리고 여자아이 잉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쟁을 피해 숲으로 들어간 노부부의 외로움을 달래던 엔디, 인디언 어머니 ‘씨 뿌리고 거두는 이’가 아기 ‘꽃 피우고 가꾸는 이’를 업은 모습으로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머니 대지의 가르침을 전할 날이 올 거라 믿는 인디언 인형, 보석을 숨기기 위한 위장용 인형으로 선택되어졌지만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비밀을 간직한 신랑 인형, 돌스 하우스 인형으로 가족을 이루었지만 호기심이 망설임을 이겨 새로운 세상으로 나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인형 할머니와 만난 잉에까지.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들은 과연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진 한장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서로의 아픔을 듣고 서로의 용기를 느끼고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역시 사람은 특히 가족은 서로 소통해야함을 다시 느꼈다. 어제 일이 있어 늦게 들어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못했더니 아침에 밥을 먹는데 큰아이가 몇마디 하고 작은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한다. 물론 지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지만 난 머리가 아파도 다 들어주었다. 그게 가족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게 재잘거리는 작은아이가 고마웠다.

 

인형 할머니의 작업실에서는 ‘휘슬러의 어머니’ 인형이 ‘타샤 튜더’ 인형으로 변신한 모습과 베아트릭스 포터 인형을 보여주는데 단지 인형만이 아니라 그 인형과 그 분들의 책들이 함께 작품으로 만들어져 타샤 튜더의 공간, 베아트릭스 포터의 공간으로 멋지게 꾸며져있다.

작가는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믿고 부지런히 일해서 꿈을 이룬 분이다. ‘동화나라 인형의 집’을 짓고 꽃을 가꾸고 인형을 만들고 글을 쓰며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인형 할머니로 살아가실 분. 김향이 작가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