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법칙, 정글의 법칙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3월 18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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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은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어린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나 역시도 ’모글리’가 나오는, ‘타잔’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비룡소에서 나온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 39권. 정글북을 읽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은 어린이용으로 축약되고 편집된 내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동화들이 실제로는 그렇게 꿈과 희망을 주고 아기자기한 짧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커서 다시 읽어보면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원작을 읽기가 쉽지 않은데, 비룡소 덕에 원작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정글북은 ‘모글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3개의 이야기 외에도 하얀 물개와 몽구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인생의 법칙, 진리가 있듯이 동물들에게도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칙에는 모두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정글의 법칙이 내세우는 모든 준수 사항에는 그것에 어울리는 합당한 근거가 있었다. 그런 정글의 법칙이 금지하고 있는 사항 하나는, 어떤 짐승도 자기 새끼들한테 사냥하는 법을 가르칠 때는 제외하곤 인간을 죽여서는 안 되며, 인간을 죽이는 경우라도 그것은 자기가 속한 무리나 종족의 사냥터를 벗어난 지역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금지 사항을 내세운 현실적인 이유는 인간을 죽인다는 건 조만간에 코끼리를 탄 총을 든 백인들이 징과 불화살과 횃불을 든 갈색 피부의 사람들 수백명을 데리고 나타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글의 모든 동물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실 동물들이 이런 법칙을 세운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인간이 모든 생명체 가운데 가장 힘이 약하고 제 몸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존재인데 그런 인간의 몸에 손대는 짓은 비열하다.<p18~19>

슬픔이 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p111>

벌을 받으면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p112>

소는 사냥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법칙은 동물들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인간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낸 진짜 지혜일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 이 책의 작가인 러디어드 키플링이 동물들을 정말 열심히 관찰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키플링이 어렸을 때부터 읽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 동물들의 이야기, 로마 건국신화등 다양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머릿속에 작품의 윤곽이 그려지며 펜이 저절로 굴러가서’ 나온 작품이 정글북이라는 말이 있는데, 과연 사람이 쓰기는 정말 많은 관찰과 관심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정글의 법칙에는 여러가지 윤리적 가치가 들어있는데 ‘약자에 대한 배려, 어른에 대한 존중, 절제, 강인함, 생존을 위한 인내, 자만심에 대한 경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형제애와 동료애, 협동정신의 필요성’과 같은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있어서 이 작품이 어린이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많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어린이 용으로 만들어진 작품과는 다르게 300쪽에 달하는 이 작품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설명들 덕도 큰 것 같다.

 

배신과 무법이 판을 치는 정글에서 질서와 안정을 이루려면 그런 법칙의 준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어쩌면 키플링이 식민지 인도에서의 경험과 전쟁경험, 그리고 세계 각지의 여행을 통해 터득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정치적 오해도 있었다. 정글의 질서를 잡아주는 모글리는 영구의 인도지배를 정당화하는 장치이고, 종족을 새로운 정착지로 이끄는 하얀 물개의 리더십과 영웅적 행위는 백인의 식민지 ㅈ;배의 지도력을 상징하는 것이고, 마지막에 나오는 [여왕폐하의 신하들]에서는 노골적으로 여왕과 위계질서에 복종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보는 시각이 그런 것이다. <p342>

 

이런 설명이 아니었다면 따로 검색하지 않는한 작가와 관련지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해놓은 장치가 있어서 작품을 더 풍부하게 해석해보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글북이 시대의 분위기를 뛰어넘어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보편적 가치인 ‘규율’을 담고 있다는 것도, 극단적 이기주의에 병들고 반목과 무질서가 만연한 세상에 절제와 겸손과 자기희생이라는 자기 규율과 사회의 질서와 안정과 평화를 위한 사회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퍼뜨렸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엘리엇 L. 길버트라는 학자가 정글북을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소설로 해석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이 되었다.

 

가방 브랜드 키플링은 ‘정글북’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영감을 받은 걸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정글북’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