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으로 읽는 빛나는 고전, 걸리버 여행기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5월 23일 | 정가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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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 거인처럼 바다 속으로 걸어가 배를 끄는 위력을 TV에서 보며 눈이 둥그래졌던 기억. 걸리버 여행기는 남다른 모험이 부럽기도 한 슈퍼 히어로로 남아있었다.  긴 시간이 흘러 그것이 걸리버 여행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걸리버 여행기 완역으로 읽기’는 또 하나의 위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출간된 비룡소 클래식의 40번째 작품은 바로 ‘걸리버 여행기’다. 어린시절 완성하지 못한 동경이자 즐거움으로 남아있던 작품을 무삭제 완역판으로 만날 수 있어 무엇보다 기뻤다. 탄탄한 양장본의 표지 그림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첫 번째로 연상되는 몇 몇 장면들 가운데 하나라서 반가움을 더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인상적인 삽화를 담당했던 아서 래컴의 세밀하고 감정이 풍부한 그림을 감상하며 상상의 세계는 훨씬 견고해진다.

본문은 총 4부로 구성한다.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소인국 이야기인 ‘릴리펏 여행기’, 대인국으로 들어서 겪은 이야기인 ‘브롭딩낵 여행기’, ‘라퓨타, 발니바비, 러그내그,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 마지막 4부는 ‘휘늠 나라 여행기’로 조너선 스위프트의 천재적인 상상력에 내내 감탄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많은 분량이지만 각 장의 서두에 주요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서 읽으며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걸리버 여행기’가 ‘풍자문학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책의 여러 곳에서 거듭 찾아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두 가지 큰 불행에 시달리고 있다네.(중략) 두 당파가 일흔 달이 넘도록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 두게나. 당 이름은 신발의 높은 굽과 낮은 굽에서 따온 것으로, 두 정당은 굽 높이로 서로를 구분한다네.(78장) / 자신의 뜻을 굽히고 달걀을 갸름한 쪽으로 깨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여러 시대에 걸쳐 어림잡아 1만 1천 명에 이른다네. 이 논쟁을 다룬 방대한 분량의 책들도 수백 권이나 나왔지.(80쪽) 흥미롭고도 우스운 상황은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라퓨타 여행에서 알게 된 톡톡이의 자세한 설명에도 감탄했다. 이 톡톡이들은 주인이 산책을 나갈 때도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이따금 눈을 살짝 쳐 준다. 안 그러면 주인은 늘 생각에 빠져 있어서 낭떠러지가 나오는 족족 떨어지고 기둥이 나오는 족족 머리를 부딪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259쪽) 톡톡이를 하인으로 두어야 할 정도의 극단적인 삶의 모습. 어떤 면에서는 이런 왜곡되는 위험이 늘 도사린다.

언제나 안정된 테두리 안에 머물기 보다는 모험을 사랑하고 직접 실천했던 걸리버의 놀라운 여행 덕분에 독자로서 풍성한 삶의 가능성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놀라운가? 인간의 세계는 더 놀랍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또한 다방면의 정보들을 총동원해서 적절하게 아우르는 솜씨에서 그의 지식의 방대함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후반의 옮긴이의 말에서 또다른 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한 숨은 이야기들, 어려운 시대적 배경 등을 자세히 살필 수 있어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작가 연보와 글쓴이, 그린이에 대해 다시 한번 읽어보며 알파고 시대에도 여전히 고전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니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