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기이한 모험담 속에 담겨 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뜨거운 고찰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5월 23일 | 정가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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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1726)는 영미권 풍자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스위프트가 번득이는 재치와 날카로운 아이러니로 풍자하는 대상은 근본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스위프트는 총 4부에 걸친 걸리버의 기나긴 여행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인간을 손바닥만 하게 줄여 보기도 하고, 교회 첨탑만큼 키워 보기도 하고, 인간에게서 상식을 없애 보기도 하고, 아예 이성을 없애 버리기도 하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작품이 탄생한 맥락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또한 스위프트가 살던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문 489p)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소인국과 거인국을 넘나드는 기이한 여행을 담은 모험 소설이라는 것일 겝니다. 어린 시절에 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걸리버의 신 나는 모험을 얼마나 재미있게 봤던지 지금도 그 당시의 장면들이 생생하지요. 이렇듯 어린시절 모험 소설로 우리에게 강인한 인상을 준 작품이기에 우리는 저자가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이야기하려했던 작품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지요. 사실 이 작품은 1726년 처음 발표될 당시 작가가 감옥에 갇힐 것을 각오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굉장한 화제작이었다고 하네요. 출판 당시부터 삭제와 왜곡이 반복되었고, 금서로 취급되는 등 온갖 수난을 겪었다고 하니 얼마나 위험했던 풍자문학이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에 간 걸리버의 모험을 담은 소설로 알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은 세계 문학 사상 가장 잘못 알려진 작품으로도 꼽힌다고 하네요.

<<걸리버 여행기>>는 키가 1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사람들이 사는 소인국에 가게 된 제1부 릴리펏 여행기, 키가 20미터에 가까운 큰 사람들이 사는 거인국에 가게 된 제2부 브롭딩낵 여행기, 하늘을 나는 섬나라와 죽은 이들을 불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섬 등 제3부 라뷰타, 발니바비, 러그내그, 글럽더드립, 일본 여행기와 ‘휘님’이라는 말 종족이 ‘야후’라 불리는 인간 종족을 다스리는 말들이 주인인 나라인 제4부 휘늠 나라 여행기 등 총 4부에 걸친 18세기 영국 의사였던 걸리버의 16년 7개월이라는 기나긴 여행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비룡소 클래식 마흔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무삭제 완역본’으로 걸리버의 긴 여행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를 잘 살려내고 있어요.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작품의 재미가 반감되는 건 아닌 듯 싶네요. 이야기 자체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테니 말이에요. 더군다나 [옮긴이의 말]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숨은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몇 가지만 들어 보겠습니다. 때로는 야심 많은 군주가 다스릴 땅이나 백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부패한 대신들이 자신들의 악랄한 통치에 불만을 품은 백성들을 억누르거나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주군을 부추겨 전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의견 차이 때문에 몇 백만이나 되는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중략) 때로는 두 군주가 본인들은 아무 권리도 없는 제삼자의 영토를 서로 빼앗으려고 싸우기도 합니다. 때로는 상대방이 싸움을 걸까 봐 먼저 싸움을 걸기도 하고요. 전쟁은 적이 너무 강해도 일어나고, 적이 너무 약해도 일어납니다 .때로는 우리 나라에 있는 것이 이웃 나라에 없거나 우리 나라에 없는 것이 이웃 나라에 있기도 한데, 그러면 이웃 나라가 우리 것을 차지하거나 자기 것을 우리한테 줄 때까지 서로 싸우게 됩니다. 어떤 나라의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돌림병으로 죽거나 내부의 당파 싸움에 휘말려 있다면, 그것은 그 나라를 아주 정당하게 침략할 수 있는 명분이 됩니다.” (본문 401,402,403p)

너무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줄거리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싶네요. 다만 걸리버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그린 여행기 속에서 걸리버가 놀라운 세상을 경험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문학 작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삭제 완역본’이라는 점에서 <비룡소 클래식>을 추천하고 싶어요.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은 것은 기이한 모험이 주는 흥미로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어른들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걸리버 여행기>>는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받을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을 어른이 되어 읽으면서 작품이 가진 오롯한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이미지출처: ‘걸리버 여행기’ 본문,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