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인간, 어떤 존재인가.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5월 23일 | 정가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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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를 어린 시절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디선가 간단한 편집본을 읽었는지, 그저 남들이 잠깐씩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내용을 알고 있는지. 어쨌든 제대로 된 책은 읽은 적이 없다. 2010년인가 잭 블랙이 주연으로 나왔던 “걸리버 여행기”를 그래서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보다 더 많은 이야기여서(아마도 거인국 이야기 부분), 아마도 제대로 이 이야기를 본다는 느낌이었나 보다.

 

비룡소 클래식 <걸리버 여행기>의 두께를 보고 이제야 제대로 된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본을 읽게 되는구나~ 하는 마음에 들떴다. 오랫만에 보는 내용이라 몇 년 전 보았던 그 영화를 찾아보니 평점이 5.71점이라 깜짝 놀랐다. 나는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왜 이렇게 평점이 낮은 건지. 그 이유는 이 책을 모두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500여쪽에 달하는 책이라 청소년을 포함한 아이들은 조금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무삭제본을 읽는 이유는, 단지 줄거리만 알았다고 해서 그 책을 모두 읽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의 생각,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 무엇을 보여주려는지를 이해하려면 절대로 편집본을 읽어서는 안 된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하려고 했던 이야기 그 어느 것도 영화엔 드러나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알던 <걸리버 여행기>는 거인국과 소인국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그래서 사실 목차를 보고 소인국의 이야기인 “릴리펏 여행기”와 거인국의 이야기인 “브롭딩낵 여행기” 외에 “라퓨타, 발니바비, 러그내그,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와 “휘늠 나라 여행기”까지 있어도 주된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일 거라고, 아마도 그래서 편집본이나 영화에서도 그 두 이야기만 소개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고 1부와 2부를 넘어 3부, 4부까지 진행되면서야 이 한 권 속 어느 이야기도 소홀할 수 없다는 것을, 절대로 이 책은 이야기를 덜어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부분에 소개글을 통해, “걸리버 선장이 사촌 심슨에게 보내는 편지” 부분을 통해 조너선 스위프트가 불만을 토로할 만한 것이다.

 

“자신을 뜻을 굽히고 달걀을 갸름한 쪽으로 깨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여러 시대에 걸쳐 어림잡아 1만 1천 명에 이른다네.”…80p

“잉글랜드에 돌아오고 나서도 그때의 나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출신, 인품, 재치, 상식, 어느 것 하나 별 볼 일 없는 주제에 잘난 체하며 왕국의 가장 훌륭한 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드는 조무래기 깡패들 말이다.”…200p

 

<걸리버 여행기>는 명백한 풍자소설이다. 걸리버가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여행은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나라에 대한 모든 면을 일일이 기술하고 있고 그 나라들의 독특한 특성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변하는 것을 보며 걸리버는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어떤 나라가 좋은, 훌륭한 나라인지 탐색하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아니, 즐겁게 읽어야 한다. 하지만 좀 더 책에 몰입하고 깊이 있게 읽어야 한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어째서 이런 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는지 그 시대를 알아보며 함께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