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일공일삼 시리즈 『분홍문의 기적』by 강정연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67 | 강정연 | 그림 김정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4월 29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창원아동문학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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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문’에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두 남자가 산다. (p.11)

 

 

 

아파트 현관문을 분홍색으로 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 난 한번도 그런 집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생각해 보면 그런집이 없다고 단정지을수도 없을 것이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 두 남자가 사는 이 집이 꼭 행복한 사람들이 살것 같은 분홍문이라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만도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분홍색을 좋아하고 박진성씨와 박향기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김지나 씨는 진성씨와 향기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남편 박진성씨와 아들 박향기에게 김지나 씨는 자신이 모든걸 다 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었다.  두부를 사기위해 슈퍼로 간 그 날, 교통사고가 일어나기전까지는 말이다.  박진정씨와 박향기에게 아내와 엄마가 사라져 버린날 이후, 이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행복한 우리집’의 두 남자는 ‘안 행복한 우리집’의 두 남자로 바뀌어 버렸다.  아내도 엄마도 없는 삶이 뭐가 그리 행복하겠는가?

 

“감 씨가 목에 걸리면 까치가 찾아온다는 말, 들어 봤나?” (p.63)

 

치매걸린 할머니가 하셨던 말을 병원에서 다시 듣게 될지는 몰랐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몽 이비인후과’의 ‘몽’ 선생님. 여간 의심스럽지 않는데, 정말 까치가 씨를 물고 왔다. 그리고 엄지 공주 같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김지나씨와의 마법같은 72시간이 시작된다. 세번의 저녁, 세 번의 아침, 세 번의 점심이 이렇게 행복하고 소중했었던가? 엄지공주의 모습이고, 아무도 볼수 없어도 진성씨와 향기에게만 보이는 지나씨의 모습만으로 진성씨와 향기는 행복하다. 아내가, 엄마가 보고 있으니 잘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사랑하는 이가 나를 보고 있으면 변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진 뒤 모든것을 놓아버렸던 두사람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엄마와 함께 하는 72시간의 시간.  더 많은걸 하고 싶어도 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을 안자고 버티고 싶은데 그럴수 없는것이 사람이다.  놓치기 싫은 시간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이젠 행복하지 않았던 두 남자는 알고 있다.  엄마가 천사가 되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있다면 잘하고 싶은게 사람이다.  그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진성씨와 향기에게 주어진 마법같은 시간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 먹먹해 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분홍문을 두드리는 순간 찾아올 것이다.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믿을 수 없다고, 거짓말 같은 이야기라고 정말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거다.  사실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적어도 한 번쯤은 믿기지 않는 일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여기, ‘그래도 행복한 우리집’의 초록 문 사람들처럼 말이다.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