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파란 여름』by 케이트 디카밀로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7월 15일 | 정가 13,000원

간결한 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짧은 문장들이 이어져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이 짧은 호흡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너무나 편하게 글이 읽혀진다.  비룡소에서 신작으로 나온 『이상하게 파란 여름』은 이상하리만큼 잘 읽혀지는 책이다.  워낙에 유명해서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번쯤은 읽었거나 들어봤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인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작은 올 4월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뉴욕 타임스에서도 “짧고 강렬한 장과 분명하고 다정한 문체로 풀어낸 압도적인 책”이라고 평을 했다는 걸 보면, 읽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거의 비슷한것 같다.  사실 압도적인 책이라고 이야기하긴 뭐하지만, 압도적인이라는 단어의 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그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출간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기염을 토했을 것은 확실하다.  나라도 궁금했을테니 말이다.  197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익숙한 내용들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근래들어 그 당시의 공연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 <보니 앤 클라이드>나 <태양을 향해 쏴라>등이 리메이크되고, 뮤지컬로 많이 나와서 인지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물론 이 소설속에 이야기들이 그런류의 이야기들은 아니다.  케이트 디카밀로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적 편견과 삶에 팍팍함에 힘들어하고 저항하거나 순응하는 인물들이 아닌, 사랑스런 소녀들이 자라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리틀 미스 플로리다 센트럴 타이어 1975′대회에 나가기 위해 모인 세 소녀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대회에 왜 배턴 트월링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베턴 트윌링이라는 봉을 던지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오래전 배턴 트월링 챔피언이었던 선생님 집 마당에 모여 있다.  레이미, 루이지애나, 베벌리.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아이들은 배턴이라는 봉을 높이 휘릭릭 던져 받는 ‘배턴 트윌링’을 배우기 위해 모여있다고는 하는데, 레이미 외에는 그리 절실해 보이지도 않는다.  툭하며 겁나고 기절해 버리는 루이지애나나 모든 걸 망쳐 놓겠다고 주머니칼을 들고 다니는 베럴리때문에 꼭 ‘배턴 트윌링’을 배워서 대회에 나가야만 하는 레이미에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왜 배턴 트윌링을 배우고, 우스운 이름에 ‘리틀 미스 플로리다 센트럴 타이어 1975′대회에 나가려 하는지를 들어본다면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게 말이되니 하고 핀잔 한번 줄텐데, 굉장히 진지하다.  바람나 집 나간 아빠가 신문에 나온 사진을 보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레이미, 보육원에 가지 않고 동물센터에 맡겨진 고양이를 되찾기 위해 나가려는 루이지애나와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강압적인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쓰는 베벌리까지 아이들의 사연은 한명한명 들어보면 딱하다 생각이 들지만, 이걸로 해결이 될까 싶다.  물론 아이들 각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거대하기만 하다.

 

이어질것 같지 않은 수업이 이어지고, 세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깊어지고 혼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친구의 존재는 이런게 아닌가 싶다.  분명 어른의 눈으로는 너희들끼리 뭘 할수 있냐고 말하겠지만, 아이들이기에 서로 소통할수 있는 부분이 있다.  1975년 센트럴 타이어 대회에 나가는 아이들에게는 말이다.  어떤 한가지의 동일한 목표가 있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목표들이 있는 아이들은 이상하게 파란 이 여름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시간을 파란 여름으로 채워놓으면서 말 할 수 없이 풍요로운 시간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레이미가 루이지애나를 구하고 베벌리와 함께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타워에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