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만나다『이문열. 신영우 만화 수호지 1』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0년 5월 20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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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책으로 만났던 수호지의 108명의 영웅은 어린 시각으로는 완벽한 영웅이었다.  의적 홍길동과 설중매가 유행을 하던 시기였었는지 어린이 프로에서 만났었던 수호지의 영웅들도 의적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기에 이 기억이 정확한지도 모르겠지만, 108명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었나 생각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양산박이라는 도적들이 모이는 산체에 주인격인 송강을 둘러싸고 호걸이라 부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기만 했었다.  흥미로 다가왔었던 이야기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잔인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이야기로 느껴졌던 이유도 호걸이라는 이름으로 뭉퉁그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신들의 이야기로 두리뭉실 이야기하는 그리스의 신들의 이야기들 처럼 말이다.

 

 

 

『이문열·신영우 만화 수호지』는 10권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108명의 호걸들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받아들일수 있을 것 같다. 송나라를 중심으로 한 국제 관계, 당시 사회 체제 및 서민들의 생활상, 더  나아가 창과 봉 등 무기 문화까지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1권에서는 고향을 등지고 정처 없이 떠돌아야만 했던 구문룡 사진, 꽃 스님 노지심, 표자두 임충의 사연이 소개된다. 의리를 지키고자, 정의를 구현하고자, 가족을 지키고자 애썼던 그들에게 돌아온 건 범죄자라는 낙인뿐 이었고, 항변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인연을 끊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엾은 주인공들의 등장이다.

 

아직 1권에서는 양산박도 양산박의 두령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지만, 수호지를 이끌어갈 강력한 인물들인 사진, 노지심, 임충이 나왔으니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말도 안된다 할 수 도 있는 사건들이 주요 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면서 수호지의 인물들은 서로 연결이 되기 시작한다.  사진의 스승 왕진이 고태위에게 쫓겨 다니는 이유만 봐도 얼마나 억울한가?  노지심이 스님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말도 안되 는것 같지만, 이 시대는 21세기가 아닌 송나라다.  오대십국의 혼란한 중국을 통일하고 세워진 강력한 송 태조의 나라가 아닌, 북송 말기 휘종이 다스리던 송이 수호지의 배경이다.

 

군사와 외교에는 별로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송나라였지만, 사상과 문학을 숭상하던 풍토와 그것을 뒷받침해줄 산업이 발달한 덕에 송은 그 어느 시대보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었던 시기다.  당나라보다 교통, 경제, 인쇄술, 예술 등이 훨씬 발달한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쇄술의 발달은 노지심의 현상수배전단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노지심이 되기전 노달이 정도를 때려죽이고 관군을 피해 도망가서 대주의 안문현이라는 곳에 도착한 건 보름쯤 지나서 였는데, 그곳 성안에 벌써 노달의 초상화까지 그려진 수배 전단이 나붙어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900여 년 전 자동차도 전화기도 없던 그 시대에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중국 역사와 문화를 아이들이 쉽고 자세하게 배울 수 있도록 책 뒷부분에 학습 페이지 ‘아는 만큼 재미있는 수호지’가 실려있고, ‘수호지 호걸 열전’에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수록하여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 얇은 만화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알 수 있게 되어 다음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어 지게 만든다.  오래전 읽었던 수호지를 다시 만나는 재미가 솔솔하다.  부모입장에서는 추억을 돋게 만들고, 아이들에겐 만화라는 재미와 함께 송나라 시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역사는 돌고 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옛 세상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육체적인 편함만으로 말 할 수 없는것이 세상이다.  내 나라가 아니지만, 과거를 통해 지금의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 만큼 이문이 남는 장사는 없을 것이다.  그저 몇시간 앉아서 책을 읽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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