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다시 돌아온다』악마의 딴지에 당당히 맞서라.

시리즈 블루픽션 68 | 박하령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3월 14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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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된다. 매년 이루어지는 학교 일정으로, 두 아이의 선생님을 순차적으로 만나 아이에 대한 학습과 생활태도, 교우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매번 갈 때마다 긴장되고 불편한 마음인 것을 보면, 영영 고쳐지지 않을 게 분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마다 풍기는 이미지도 다르고 말투와 교육관도 다르다. 정식으로 선생님을 만나는  1학기, 2학기 두번의 상담으로 두 차례뿐인데도 상담후에 집으로 돌아오면 온 몸에 기가 빠진 듯 지쳐 한 동안 손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매년 새 선생님을 만나고 적응하고, 익숙하다 싶어지면 또 다시 새학년, 새선생님을 만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새로운 시간들을 받아들인다.  단 한번도 선택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친한 친구와 떨어져서 속상하고, 앙숙으로 제발 떨어졌으면 하는 친구와 또 한 반이 되어 짜증나고, 그 감정의 노동을 우리 아이들은 매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그와 같은 힘겨운 일상들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단정짓고 이겨내는 것이 그들의 의무인것처럼 대하였으며, 누구나 다 하는 일 쯤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악마의 편지’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시작되는 박하령 작가님의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어른의 힘에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가는 청소년의 모습과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존재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그들의 삶에 끼어든 ’악마’. 악마의 등장은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켜줄 것인가?

 

게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악마의 편지를 우연하게 손에 넣게 된 정하돈.

친구들의 왕따로 결국 학교를 떠나 홈스쿨링을 선택한 하돈의 소꿉친구 은비.

전교 1등, 모범생. 걷는 것부터 가방 정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범생인 진유.

악마의 편지로 하돈과 그의 친구들의 삶에 딴지를 걸게 된 악마 아낙스.

 

하돈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 자리가 채워지면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가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빠의 재혼을 찬성했지만, 미혼이었던 새엄마의 적응을 위한 방편으로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된다. 엄마의 자리는 여전히 부재중이다. 공부도 친구도 좋아하고 잘하는 것도 모두 다 그저그런, 게임을 위해서라면 야자 한 번 빠지고 누나의 눈을 속이는 것쯤은 감내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안다 싶은 소년이다.

하돈의 손에 악마의 편지가 도착하고, 모범생이었던 진유의 결석과 가출이 겹치면서 잔잔했던 하돈의 일상에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악마의 존재를 누구도 믿어주지 않지만, 악마 아낙스를 만나고, 악마의 주문이 머리 속에 저장되면서 하돈은 ‘악마’의 존재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악은 우리의 결정에 항상 부정적인 방향을 정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나쁜 마음을 먹게끔 유혹하는 무리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들의 고정관념이었던 것이다.

 

- 고정관념상 그럴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기억해. 악마들은 절대 악을 뿌리고 다니거나 구체적인 해를 입히지는 않아. 악마는 중간에서 있는 존재일 뿐, 중요한 건 다 너희들의 선택이지. 우리가 하는 게 있다면 발을 거는 정도랄까? 그 발에 걸려 넘어지고 안 넘어지고는 다 너희들의 선택이거나 살아온 이력 때문이라고.”  [161쪽]

​이렇듯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악마’는 우리에게 항상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다만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졌을 뿐이다. 우리는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보고 난 후에 ‘내가 그 때 귀신에 잠깐 홀렸었나봐.’하며 나의 선택이 나의 의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힘이었다고 핑계같지 핑계를 대며 자신과의 대면을 피하는데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악마의 주문을 알고, 악마의 존재를 알게 된 하돈과 은비 그리고 진유는, 진유의 가출과 부모님의 강압적인 교육방식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악마의 힘을 선택한다. 악마가 진유를 전교 1등 만들어준다면, 하돈은 악마 아낙스의 게임 레벨을 상승시켜 주겠다는 조건으로 서로 윈윈의 계약을 맺는다. 하돈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진유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며 아주 쉽고 재미난 조건이라고 바로 승낙한다.

진유는 악마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시험준비를 하면 되었지만, 하돈은 점점 레벨 상승을 위한 게임을 하면서 지쳐가며, 재미있고 자신있었던 게임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부모님의 절대적인 강압으로 모범생 길을 걸어야만 했던 진유와

사실을 사실대로 끝까지 파헤쳐야만 직성이 풀려 친구와 선생님으로부터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은비

​자신을 믿지 못한 채, 우정과 게임으로 자신을 숨기려만 하는 하돈

그들에게 ‘악마의 딴지’를 걸어 그들에게 삶의 지름길이란 결코 빠른 길이 아닌 나의 능력을 묻어버리는 일이며, 내 인생을 스스로 자해하는 일임을 가르쳐 주는 악마 아낙스.

아낙스는 하돈에게 말한다.

​- 지름길이란 게 결국 빠르게 간 만큼 클 수 있었던 나의 능력을 묻어 버리는 일이거든.

내 인생을 사는건데 나 스스로 자해하는 일을 왜 하겠어? [60쪽]

- 인생은 마라톤 같은 건데 … 뛰는데 누가 차로 태워준다고 냉큼 탈 수는 없는 거잖아?

과정을 즐기는 게 인생 아냐? [61쪽]

 

 

나의 삶은 나의 것이듯, 아이들의 삶 또한 아이들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좀 더 알고 있으며, 그 길을 걸어봤다는 이유로 지름길이란 이유를 들어 그 길을 걷는 방법만을 가르치려고 한다. 물론 그 지름길이라는 것이 꽃길이라는 보장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부모의 말대로 살아간다면 아주 많이 힘들지 않게는 살아갈 수는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들은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실패하는 과정에서 얻어내는 것이 어른들이 깔아주는 지름길보다 더 좋은 지도를 가질 수 있는데 그걸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너희들을 위한다’는 포장 속에 가려진 어른들의 이기심인 것이다.

 

우리들 앞에 크고 작은 장애물이 시시각각 펼쳐질 것이며, 우리들의 발길에 채일 것이다. 이는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는 ‘악마의 딴지’라고 말한다. 악마가 살짝 내민 발길에 채이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며, 그 발길을 모른 척 넘어가주는 것도, 온 힘을 다해 밟아주는 것도 우리의 몫일 것이다. 이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악마의 딴지’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그것이 악마가 우리에게 바라는 유일한 조건인 것일테니까.

 

악마의 주문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하돈에게 은비는 말한다.

- 그래, 네 갈 길 가. 그렇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올걸? 네가 그 동안 게임에 쓰느라 날린 그 많은 시간들, 그것들은 반드시 너의 미래에 안 좋은 결과가 되어 나타날 거야. 인생은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는 거니까. 네가 맨날 피해 다니는 문제들도 다 언젠간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단 소리야.” [197쪽]

 

악마 아낙스도 말한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고.

 

우리의 인생이란 시간 속에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모르지만, 꼭 한 번 모습을 드러낼 ‘악마의 딴지’는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조건을 걸며 나의 선택을 기다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선택은 나의 것이며, 선택에 대한 결과 또한 나의 것이다. 다만 우리는 나에게 걸어오는 딴지에 당당히 맞서며,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두 주먹  불끈 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