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문의 기적]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67 | 강정연 | 그림 김정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4월 29일 | 정가 15,000원
수상/추천 창원아동문학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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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좀 화가 났다.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분홍 문 안쪽에 사는 사람들은 그 색깔 만큼이나 하늘하늘, 사랑스럽고 친절하고 자상하고 아름답단다. 이 모든 것을 만든 것은 이 집의 중심인 엄마이다. 아빠와 아들은 이런 엄마에게 기대어 손 하나 꼼짝하지 않는다.

 

“김지나 씨는 완벽한 아내이자 완벽한 엄마였다.”…30p

 

집도 잘 꾸미고 남편과 아들이 어린아이처럼 굴어도 다 받아주고 모든 것을 찾아주고 의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부엌에서 가족이 먹을 음식을 위해 분주할 때에도 남편은 TV 앞 소파에 누워서, 아들은 자기 방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엄마가 완벽한 아내이고 엄마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완전히 꽝인 엄마이다. 때론 아이보다 더 늦게 일어나 아빠와 아이 둘이 아침을 먹고 등교, 출근하고 우리집 그 누구보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집을 꾸미기는 커녕 정리만 해도 다행인데다 뭐 좀 찾아달라 하면 왜 제자리에 안두냐고 잔소리부터 하기 일쑤이니.

 

내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각 집안의 상황에 따라 누구든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데, 아직도 사회는 가정을 예쁘게 가꾸는 엄마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그런 완벽한 엄마 김지나 씨가 그 일요일 아침,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책이 조금 이해되었다. 작가는 엄마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이 가정에 결핍의 요소를 더함으로 남은 가족 구성원들의 삶을 그리고 싶었나 보다…하고 말이다. 실제로 김지나 씨가 죽고 난 후의 박진정 씨와 박향기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아내와 엄마에게 너무나 의존한 채 스스로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분홍문 집에 기적이 일어난다. 단 72시간, 김지나 씨가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뒤에 돌아가야 하고 그렇기에 이들 가족에겐 이 72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저세상에서 생각해 보니 내가 두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더라고. “…93p

 

가족은 유기체다.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누구 한 사람의 수고로 유지되지도 않는다. 서로의 위치에서 힘든 만큼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서로가 이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론 너무 가까워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겠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힘들었던 이들이 단 72시간이지만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고 앞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다짐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