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대한 상식을 판타지로 ‘아토믹스’

시리즈 스토리킹 | 서진 | 그림 유준재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7월 14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스토리킹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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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스 2. 마음을 읽는 소녀 (보기) 판매가 9,000 (정가 10,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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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아이만의 생각이 생긴다는 것. 엄마가 주는대로 먹고, 엄마가 주는대로 입던 아이는 이제 자신의 취향으로 먹고 입는다. 책을 고르는 취향도 마찬가지이다. 골라준 책을 그대로 받아 읽던 아이는 이제 없다. 자신이 흥미가 있지 않으면 읽으려 하지 않고 억지로 읽는 책은 관심도가 확 떨어진 게 눈에 보인다. 수학과 과학 쪽에 흥미가 더 많던 아이는 책도 이 쪽 분야의 내용이 담긴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뭔가 답이 정해져있지 않거나 각자의 마음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 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한동안 읽은 책 목록에 소설이 한참 빠져있어 긴 호흡으로 읽고 자신의 생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소설을 손에 다시 들리게 하려면 어떨까 하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아토믹스>는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직접 선택한 제 4회 스토리킹 수상작으로 현재까지 1, 2권이 나와있다. 1권은 ‘지구를 지키는 소년’ 2권은 ‘마음을 읽는 소녀’로 구성되어 있는데, 2권만 읽더라도 앞의 이야기를 충분히 유추할 수는 있지만 가능하면 1권부터 먼저 읽고 2권을 읽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기 좋다.

1권 ’지구를 지키는 소년’은 오태평 군의 이야기라면 2권 ‘마음을 읽는 소녀’는 강혜미 양의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나온 것처럼 친구인 두 아이가 아토믹스 활동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배경이 되어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원전, 피폭, 방사능 오염 등과 관련된 내용이 주인공인 아이들의 눈으로 펼쳐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으면 이해하기 좋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간다고 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의 배경이다. 사실에 기반하여 이야기가 시작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바로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어 괴수를 물리치는 판타지가 펼쳐지기 때문에 스토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이야기 책이므로 그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단락마다 이야기의 배경을 묘사하고 흥미를 자극하기 위한 삽화가 들어가 있다. 삽화의 경우에도 적당한 사실적 묘사와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여 책의 이야기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원전과 관련된 부분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관점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정치적 견해와 관련지어져 상당히 민감한 토픽이 된 상태이므로 이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아이들이 하게 하는 것이 다소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지구를 위협하는 것이 어떤 것이며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피해를 볼 수 있는지 핵심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실제로 아이들이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는 히어로가 되어 지구를 지킨다는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꿈꾸어 온 상상을 직접 구현하는 것이라 가공된 프레임에 갇혀서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아이들은 주제를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어린이 심사위원들의 이와 같은 극찬을 보면서 이제 아이의 눈으로 고른 책들을 더 믿기로 했다. 엄마가 아이가 자란다는 것을 체감하는 건 아이의 눈이 점점 보배가 되어간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