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네요

시리즈 블루픽션 68 | 박하령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3월 14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유난히 마음에 남는 구절이 많았던 책…

그 구절들을 정리해보았다.

“아니……난 자발적으로 터득할 거야. 내 페이스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내 힘으로 터득해서 갈 거야. 그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니까.”

“왜? 편한 지름길을 놔두고?”

“왜냐니? 생각해 봐. 지름길이란 게 결국 빠른게 간 만큼 클수 있었던 나의 능력을 묻어버리는 일이거든? 내 인생을 사는 건데 나 스스로 자해하는 일을 왜 하겠어?”  -P60-

하지만 새삼 모범생이란 말 자체에 회의가 생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모범생이란 말인가? 본인이 원치 않는 거라면 그냥 모범 샘플에 불과 한게 아닐까?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데 단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샘플이 되어야 한다면 얼마나 부질없이 느껴질까.  -P82-

“악마는 따로 있는 게 아니야. 뉴스를 봐 봐. 사람들도 얼마든지 악마가 되기도 하고 때론 천사가 되기도 하잖아. 그러니 너무 날 낯설어할 필요 없어. 네 안의 누구라고 여겨도 된다구.“  -P93-

“누구나 인생에서 스스로 겪어야 하는 하드타임이 있는 거라고. 그걸 누가 대신해 주려고 하는거 자체가 오버야.”  -P109-

물론 새엄마한테는 죄송하지만, 죄송하다고 해서 모든 걸 상대한테 맞출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엄마들이나 선생님들이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바로 따를 수는 없다는 걸 이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다 알아 줬으면 싶다 우리는 우리의 스케줄대로,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그때 안하게 되는 거다. 왜냐하면 우리도 우리 스스로의 머리로 몸을 움직이는 살아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강아지들도 주인이 부른다고 다 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새엄마에게 이야기한 대로 ‘믿어 주신 만큼 더 빨리’에는 부응하게 될 거란 확신은 든다. 왜냐, 새엄마가 나를 쥐 잡듯이 잡지 않았기 때문에 난 조금은 여유를 갖고 나를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날 궁지로 몰았다면 아마 도망치는 데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았으리라. 그 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P146-

공부보다 쉬운 일이라서. 공부는 해도 금세 성적이 안 오르는데 게임은 바로바로 즉흥적으로 점수도 올라가고.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인데……네가 뜬금없이 진유에게 우정 운운하면서 게임을 하는 것도 공부가 하기 싫은 것에 대한 일종의 도피 행동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책에서 봤는데 사람들이 해야 할 자신의 의무를 피하고 싶을 때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서 도피할 이유를 찾는대. 학교에서 보면 일부 오지랖 넓은 애들이 자기 일 팽개치고 남 돕겠다고 나서서 막 설치는 거, 그것도 같은 거야.  -P173-

“네가 그동안 게임에 쓰느라 날린 그 많은 시간들, 그것들은 반드시 너의 미래에 안 좋은 결과가 되어 나타날 거야. 인생은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는 거니까. 네가 맨날 피해 다니는 문제들도 다 언젠간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단 소리야.”

뭐지, 이건? 아낙스가 전에 말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피한다고 없어지진 않는다’였던가? 혹시 이건 여자애들이 상습적으로 쓰는 말인가? 아무튼 진짜 귀찮다. 얼른 이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모르쇠로 나가야지. 난 은비, 이 얘랑은 이제 급이 다르니까.

“뭔 소리? 잘난 척을 하려면 좀 알아먹게 하든지……그만하자.”

하지만 그만하잔다고 그만할 은비가 아니다.

“생뚱맞은 현재가 나타나는 법은 없거든. 과거를 업고 현재가 나다난다는 소리야. 지금의 네가 너의 미래를 만든다는 거지.”  -P197-

하필이면 왜 내가 발에 걸려야 하느냐는 분한 마음, 어디서부터가 그들의 딴지였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내 목울대를 조이는 기분이 들었다.

“섭섭해?”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아무튼……”

“멀리 안 가. 우린 너희들 안에 살고 있어. 살면서 넘어질 때마다 우릴 떠올려 봐.”

“넘어질 때마다?”

“안 넘어질 수는 없거든.”

“그렇겠지. 두 다리로 서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다시 돌아올 거야.”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구?”

“어.”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은비가 그랬지? 그때 왜 아난스의 입가에 미소가 잠시 머물다 간건지 아제야 알 것 같았다.

“야! 아낙스.”

머릿속이 하애져서 아낙스를 부르긴 했어도 무슨 말을 더 이어야 할지 몰랐다.

“아 참, 그리고 은비하고 진유라고 안 좋아진 건 너무 걱정하지 마. 서로 다투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었잖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던가? 그런 거지 뭐. 단지 왜 넘어졌는지만 알아낸다면 넘어지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P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