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일까 꿈일까? – 플로팅 아일랜드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50 | 김려령 | 그림 이주미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8월 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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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은 알았지만 여름 휴가는 텔레비전 속에만 있었다. 수영복? 수영장? 그냥 남의 모습이었다. 사는 게 바쁜 것도 있었고 서울에서만 20여년을 지내면서 서울을 벗어난 적은 어머니의 친정인 예산에 다녀온 기억만 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름 휴가라는 시간을 가져도 딱히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모른 채 지냈다가 친구와 2박3일 자유여행으로 설악산을 다녀온 후 여권을 만들고 우연히 미국 서부일주를 다녀온 후, 태국, 인도네시아, 사이판 등 주로 휴양지로 따듯한 남쪽나라로 많이 다녔다. 2년 전엔 처음으로 가족 해외여행으로 사이판을 다녀왔고, 아이들은 마나가와 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물고기도 많이 봤다. 물, 태양, 음식, 제일 중요한 휴식을 취하며 잘 놀았다.

 

‘완득이’로 유명해진 작가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가시고백’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천둥 치던날’ 청소년 작품과 ‘너를 봤어’ ‘트렁크’ 일반작품을 오가던 그녀가 이색적인 그림이 있는 동화책을 내었다.

 

6박 7일의 휴가를 계획한 가족이 있다. 아빠 회사 신입사원의 고향인 부유도. 섬이 작아서 휙 지나가면 못 보고 여기저기 둥둥 떠다녀서 보였다 안보였다 해서 부유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숙소는 해결되었으니 라면만 챙기라고 했단다. 옷가방은 기본이고 아이스박스에 고기와 소시지를 넣고, 라면 가방까지 엄청난 수의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여객선을 타고, 작은 여객선을 타고, 마지막으로 오토바이 소리를 내는 작은 배를 타고 드디어 부유도라는 섬에 도착했다.

 

그들이 내린 선착장에 바다가 없었다면 바닷가스럽지 않은 그런 풍경이었다. 휴대전화가 안되고, 마을 옆으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고 서구적인 외모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너무나 황량한 모습. 집 벽 의자에 앉아 앞 언덕만 바라보는 할아버지께 촌장님을 찾자 비탈길을 넘어 가라고 하신다. 비탈길을 넘어서자 지금까지와는 반대의 모습에 가족 모두 놀란다. 그들이 내린 곳이 황량한 섬의 흙길이었다면 반대쪽은 나무 계단에 공원과 샘물이 있는 깨끗한 도시처럼 보였다. 나무 계단 양 옆 잔디 위에 하얀 꽃으로 새긴 Floating Island.

 

그들은 섬의 동쪽인 하리마을을 통해 부유도로 들어왔고, 너무 작지만 ‘호텔’이라는 곳에서 6박7일을 지내기로 한다. 숙박비가 걱정이었는데 외지인에겐 공짜란다. 정말 특이한 섬이네. 아빠 회사 직원은 먹을 게 없으니 라면만 잔뜩 가지고 가라고 했는데 호텔에서 지낼 줄이야. 호텔 주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백 살도 더 넘어보이고 움직임도 느리다. 짐을 풀고 호텔에서 요리를 할 수 없어 비탈길을 넘어 하리마을로 가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강주보다 한 살 어린 11살 초이와 7살 초아라는 이름을 가진 남매를 만나고 같이 먹으며 친해진다.

 

다음날 새벽, 엄마와 산책길에서 지게 가득 무거워 보이는 쓰레기를 진 초이를 본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힘든 일을 할까? 호텔의 아침 조식으로 베이컨과 빵을 잔뜩 먹고, 강주는 초이를 만나러 가고 부모님은 트램을 타고 섬을 돌아보기로 한다. 돌아온 부모님은 섬을 나가는 배가 없고 나갈 때는 사원에서 허가를 받으라는 말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초이가 하리마을에 대해서 말을 해주는데 이것도 좀 이상하다. 가족 중 누구라도 여길 떠나면 자기네처럼 배신자로 찍혀 섬 밖으로 쫓겨난다고 말한다. 물고기도 못 잡고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섬의 허드렛일을 마며 약간의 보수를 받는단다. 강주 가족에게 길을 일러준 망부석 할아버지는 십이 년 만에 동쪽 길이 열렸고, 아주 귀한 손님들이 오셨다고 말씀하셨단다. 초이는 우리 섬은 둥둥 떠다니는 섬이라 아무도 우리 섬을 못 찾는다고 비밀이라고 말한다.

 

호텔에서 만난 촌장은 동쪽은 조용하고 서쪽은 시설이 좋다면서, 하리마을 사람들은 신경쓰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한다. 강주는 심부름을 시킬 만만한 동생인 초이와 마을을 구경하겠다고 하자 촌장은 황금 명함을 준다.

 

 

‘이 소년을 정중하게 대해 주시오. 촌장백’

촌장의 황금 명함으로 초이를 데려와 초아와 함께 트램을 타고 섬을 구경하고, 철물점에서 냄비와 화로를 빌려 라면도 끓여먹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정육점 아저씨의 어이없는 행동에 초이와 초아는 하리마을로 강주는 호텔로 돌아간다. 사람들의 노골적인 시선이 내내 마음에 걸리고, 서울에는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 가족들도 고향에서는 배신자가 되었나 싶고 답답하다. 그런데 낚시갔던 엄마가 다쳐서 돌아온다.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부모님은 섬인데 배도 없고, 배가 필요하면 사원으로만 가라고 해서 이상하다며 나갈 방법을 찾자며 배낭을 미리 챙겨놓는다.

 

새벽, 초이와 할아버지가 방문해서 하리마을 큰 어른의 말씀을 전해준다.

세상을 떠다니며 신이 이끄는 섬인 부유도는 신께서 방문객의 입을 빌려 말씀을 전한다며 강주 가족의 행적을 보고, 오늘 새벽에 섬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단다.

신의 말씀이 하늘의 마음이고 그것이 곧 민심이기 때문입니다.

 

색다른 이주미 작가님의 그림으로 다른 세계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인생에서 가장 긴 3박4일이었다는 강주, 섬을 안과 밖으로 나누어 사람들을 대놓고 차별하는 것도, 외부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편하지 않았다. 이제 하리마을 사람들과 망부석 할아버지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아빠 회사의 신입사원은 돌아온 강주 가족에게 뭐라고 말을 할까? 궁금해진다.

 

작가의 말.

 

아이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봐 주십시오. (중략) 저는 아이들이 버티는 세상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리뷰: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김려령) 누구나 마음 속에 감춘 ‘가시 고백’이 있다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천둥 치던 날 사랑과 폭력, 두 얼굴을 가진 ‘너를 봤어’ 그런 세계’트렁크’)

김려령 작가님 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