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정성가득한 그림책, 선!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46 | 글, 그림 이수지
연령 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11월 3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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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덮개 종이인 덧싸개가 별도로 있는데 안쪽 표지와 덧싸개의 표지가 살짝 다르답니다.
그런데, 이 앞뒤로 새하얀 덧싸개부터 정말 예술이랍니다.
이 장면에서부터 두 개의 세계가 보이는데요.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나면 더 작가의 고민과 정성이 느껴진답니다.

처음엔 표지와 본문에서  투명한 얇은 종이인 트레이싱지를 시도하셨다고 해요.
(작가님의 로망이기도 하셔서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으셨다는)
하지만, 실제로 인쇄하여 테스트해 보니 아랫면에 비치는 선과 트레이싱지에 인쇄된 선이 겹쳐
살짝 산만하고, 어지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답니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도 잘 드러나지 않고요.
그래서 과감히 빼고,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코팅 기법을 활용하여 지금의 표지가 되었답니다.

더 놀라운 건, 여러 번의 공정 과정을 거쳤는데요
표지의 오른쪽 부분은 얼음판의 표면과 같이 매끄러운 코팅 기법을 사용했고,
왼쪽 부분은 실제 스케치북과 같은 살짝 질감이 있는 종이인데,
그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한 번 더 표지를 눌러 표현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목과 함께 흘러가는 선은 은박 처리를 했고요.

이렇게 정성스러운 표지를 지나면 새하얀 면지에는 연필과 지우개가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한 아이가 보였었는데 갑자기 웬 연필과 지우개일까요?
그리고, 헌사도 어린 화가들에게..라고 쓰여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선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라고 소개하듯이
바로 이 그림책은 소녀의 스케이트 날과 화가의 연필 끝이 함께 만들어 낸 이야기랍니다.

계속해서 장면을 넘어가면 아주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얼음 위에서
한 아이가 기다란 선을 남기며 스케이트를 타고 부드럽게 화면을 가로질러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아주 자유롭게, 다양한 선들을 남기며 스케이트를 탑니다.
장면들을 넘어가면 정지된 화면이 아닌 움직이는 화면을 보는 듯하지요.
스케이트 날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고요.
빙글빙글 돌더니, 점프를 위한 준비 동작을 거쳐 힘껏 날아오릅니다.
하지만.. 저런! 꽈당~ 엉덩방아를 찧고 마네요.
실제 경기에서는 김연아 선수처럼 바로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다음 연기를 이어가겠지만
이 책에서는 전혀 새로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구겨진 종이와 주변의 지우개 가루들..

하지만, 다시 펼쳐진 종이에서는 덩그러니 앉아 있는 아이에게로 다른 한 아이가 미끄러져 들어옵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아이들이 화면 안으로, 얼음판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화가의 그림도 계속됩니다.

혼자서 시작되었던 아이의 스케이팅은 잠시 실패와 좌절을 겪지만 손잡아 주는 아이와 함께
많은 아이들이 등장하며 화면 가득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과 생기가 가득한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앞면지와는 다른 뒷면지는 굉장한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납니다.

어렸을 적, 집 근처 큰 논이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장이 되고,
논이었던 곳이라, 베어낸 벼 줄기가 군데군데 남아 있어 매끄럽진 않았던 그곳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작가님에겐 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시골에서 자랐기에 이 광경은 무척 공감이 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썰매는 나무판자를 직접 짜서 만들고 썰매를 젓는 나무막대 2개의 끝에는 못을 박아 만든 걸 타고 놀았었죠.) 그리고, 작가님 역시 이 책의 한 장면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구길 때도 있고,
빈 종이를 마주하며 좌절할 때도 있는 창작자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 저러한 모든 과정들을 지나며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예술가로 발돋움합니다.
이 책 속 넘어졌던 아이처럼요.
그래서 이 책은 어린 화가들에게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고,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을 가득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