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모모를 찾아서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11월 14일 | 정가 15,000원

1973년에 발표 된 ‘모모’는 내용이 다소 철학적이다. 이 글은 생각 할 거리를 던져줌으로 글을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되뇌이게 하는 힘이 있다. 부끄러운 고백이건데, 모모가 나온지 사십여년이 되었음에도 이번에 모모를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모모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요즘 나에게는 모모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주절주절 쓰잘데 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만, 관계에서 긴장을 놓지않는게 습관이 되어 버려서인지 얘기가 잘 나오질 않는다. 속을 드러내면 이전과 다른 눈으로 나를 볼까봐 두렵기도 하고, 설사 상대에게 얘기를 한다해도 왠지 공허할 것 같아 얘기를 멈추게 된다.

라디오를 켜 놓고 혼자 중얼거리는게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거 보다 오히려 편하다. 뱉은 말을 수습 할 걱정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진정으로 모모같이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모모는 타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정으로 공감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 우리가 착각하는것 중에 하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조언이나 해결책을 알려줘야만 상대가 만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으로고 상대는 위안을 얻을 수 있고, 대화 중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어떠한 해결을 하지 못할지라도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문제가 선명해지기도 한다.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과 비슷한 이유로 나 역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저축이 되지 않는것을 알고 있지만, 한번 올라 탄 쳇바퀴는 점점 속도가 빨라질 뿐 내릴 틈을 허락지 않는다. 구름 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실체가 모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오늘도 하루를 보냈다, 시간을 모으지 못하면서도 뒤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마을 사람들처럼, 욕심에 눈이 멀면 자신이 변해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다. 시간을 훔치며 생명을 연장하는 ‘회색 신사들’ 의 존재를 눈치챈 모모는 글을 읽던 내게도 시간 도둑을 알려 주었다.

모모처럼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줄 수 있을지 자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나의 쓰잘데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시간도 낭비가 아닐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모모가 되기 위해 또 다른 모모를 찾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