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한 모모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11월 14일 | 정가 15,000원

내가 모모를 처음 만났을 때는 2005년 여름이었다.

그때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서 보고 있었는데 드라마의 주인공인 삼순이가 자주 이야기한 책이었다.

그 당시 나는 두 돌이 채 안된 아들과 배속에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던 아가를 품고 있을 때였다.

내가 좋아하는 삼순이가 좋아하는 책은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어 봤던 책 모모는 모모라는 작은 아이의 특별한 이야기였다.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모.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요즘 모모가 더 특별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꼬마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것을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였다.

그게 무슨 특별한 재주람. 남의 말을 듣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도 많으리라.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린 것이다.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줄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더욱이 모모만큼 남의 말을 잘 들어 줄 줄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 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모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그렇게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p22~P23

너무 힘들고 피곤하기만 하던 그때, 내 시간을 소비하면서 잘 들어주는 모모가 대단하다는걸 몰랐다.

그냥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사서 실컷 잠을 잤으면….하는 생각으로 읽었었던 같다.

그때 두 돌도 안됐던 녀석은 지금 열다섯이 되었고, 성별도 모르던 아가는 열세살의 사랑스러운 딸이 되었다.

지금은 안다. 잘 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들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모모처럼 내 이야기를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축복이라는 것도.

나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축복이 되고 싶다.

아….회색 신사들에게 뺏긴 시간을 되찾아 아이들을 기다려 주는 것에 쓰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재촉하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기다리며 잘 들어주는….그런 엄마…아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