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 30. 공포의 탑』과거와 만나는 순간, 현실을 잊게 된다

시리즈 구스범스 30 | R.L. 스타인 | 옮김 이원경 | 그림 이애림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8년 1월 29일 | 정가 9,000원

‘공포’란 감각은 우리의 뇌를 마비시킬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온 몸이 긴장되어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목이 바짝바짝 마르기도 하며, 눈은 절로 감겨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을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공포’가 주는 오싹함을 그리워한다. 예능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하물며 VR로 귀신체험까지 흥행하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장르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열심히 봤다면, 그건 어릴 적 이불로 온 몸을 칭칭감고 봤던 ‘전설의 고향’이 다였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또 다시 찾아온 공포의 오싹함과 어떻게 끝이 날까 안절부절 하며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게 나를 잡는 공포가 찾아왔다.

바로 비룡소의 고릴라 박스 『구스범스 30. 공포의 탑』이다.

구스범스 시리즈를 첫째 소녀와 함께 한 권씩 읽어가고 있는 중인데, 첫째 소녀가 먼저 읽고 나면 오싹함 몇 점! 하며 나에게 미리 난이도를 알려준다. 이번 주에 함께 읽은 『구스범스 30. 공포의 탑』은 오싹함이 85점!이란다. 다른 시리즈보다 왜 더 높냐고 물어보니, 처음부터 무서운 배경이 나와서 겁먹지만, 별로 안 무서워 좀 시시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서서히 몰려오는 공포가 있다고 심장이 급작스레 두근거린다고 한다. 소녀의 느낌이 무슨 의미일까 하는 맘으로 책장을 펼쳤다.

가족과 함께 런던을 찾은 수와 에디. 부모님의 회의 참석으로 남매는 ’공포의 탑’으로 관광을 오게 된다. 겁이 많은 에디는 시작부터 겁을 잔뜩 먹고는, 누나의 곁을 지켜나가며 관광을 시작한다. 관광 안내자 스탁스의 안내의 탑을 관광하면서 탑의 과거 시간을 알게 된다. 공간마다 자리하고 있는 고문기구들이 나타나고, 어두컴컴한 탑 속의 내부를 돌면서 수와 에디의 공포는 조금씩 커져가고, 수가 아끼는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에디와 잠깐 티격태격하는 사이 스탁스 아저씨와 다른 관광객을 놓치고 만다.

 

너무나 낯선 이와의 만남.

수와 에디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낯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탁스 아저씨와 다른 관광객들을 찾기 위해 길을 되짚어가지만 결코 왔던 길이 나타나지 않는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아는 길은 어디로 가든 나오지 않고, 수와 에디의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만다.

 

챙이 넓은 모자 속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는 검은 그림자의 낯선 이는 수와 에디 뒤를 바짝 쫓으며, 그들이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의 힘은 점점 강해지듯 남매의 공포 또한 자라기 시작한다.

‘공포의 탑’ 관광을 시작하면서 안내자 스탁스 아저씨가 장난이라고 말한 것이 결코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관광객 중 누군가는 북쪽 탑 가장 높은 곳,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예언이자 앞으로 수와 에디에게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복선이 깔리고 있다.

 

수와 에디는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위험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애써보지만, 그 때마다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낯선 이와의 재회.

수와 에디는 탑을 지키는 관리인의 도움으로 겨우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지만, 또 다른 두려움이 그들을 기다린다. 부모님의 흔적도 모습도 기억나지 않을 뿐 아니라, 어제의 시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지금의 시간 속에서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다는 나약함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앞에 섰지만, 수와 에디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기억을 잃는 것은 너무 무서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다. 왜냐하면 내 마음속에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가 생기면 달아날 수 없다. 숨을 수도 없다.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109쪽

​검은 그림자는 사형집행관으로 수와 에디를 끝까지 쫓아온다. 왜 어린 남매를 쫓아와 잡아가려고 하는지가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수와 에디가 탑 속에 갇히면서 밝혀지는 그들의 과거의 검은 그림자의 역할, 그리고 왜 자신들이 그리 애쓰고 도망쳐도 잡힐 수 밖에 없는지, 누구도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는지, 서서히 그 내막이 밝혀진다.

 

평범한 남매 수와 에디의 첫번째 관광지는 ‘공포의 탑’으로 정해진다. 마치 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관광지라고 하기엔 음침하고 어두컴컴하고 오싹함을 발산하는 ‘공포의 탑’은 수와 에디를  또 다른 운명의 시간 속에 가두게 된다.

남매의 과거는 무엇이었을까? 왜 탑 속에 갇혀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인물로 남게 되었을까?

낯선 이는 왜 남매를 탑 속에 가두려고 하는 것일까?

남매는 탑 속에 갇힌 채 죽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검은 그림자는 왜 또 다시 남매를 찾고 있는 것일까?

『구스범스 30. 공포의 탑』은, 수와 에디가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서 역사의 한 장면이 되어 현실의 시간을 잃게 되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쳐도 과거의 시간에 발이 묶여버린 남매의 처절한 탈출과 과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새로운 발상으로 만들어져 읽으면 읽을수록 무서워졌다. 수와 에디가 어떻게 될까? 어떻게 검은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게 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나서 책장을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공포’가 주는 오싹함과 스토리의 탄탄한 전개가 눈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나의 첫째 소녀가 오싹함 85점!의 의미를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구스범스 30. 공포의 탑』 은,

오싹함 최고! 긴장감 최고! 결말 궁금증 유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