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답답하다 못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궁금했다.
이 책은 미로 같다.
처음 호기심으로 읽어내려가다 중간 골목골목 막힌 길에 우왕좌왕 갈길을 찾다 드디어 찾은 출구를 보고 난 뒤에 밀려오는 감동처럼.
단막의 이야긴 연결된 큰 그림같다. 주인공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외부 환경은 판타지가 가미되어 더 절박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판타지를 빼고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외면하고 싶은 현재 사실의 문제가 있고, 주인공들은 그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려 노력하기도 하고 회피하는 듯 잠깐 딴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외면한 자신의 내면과 환경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
잘못은 지워져서도 안되고 잊혀져서도 안된다고.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매일 쉬지 않고 돌덩이를 만진다는 노인의 말이 큰 파도가 밀려오듯, 내 마음을 울린다.
다 읽고 난 뒤,
수록단편의 소개를 읽어보니 이해가 쉽게 와 닿았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판타지 세계에 현실을 투영해 그 속에 갇히기도 하고 그 속에서 치열하고 고민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심상평중에서 언급했듯 한 세대의 감수성을 느끼기고 싶다면 이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
수록단편
[밤의 캠프]
무더운 여름날의 캠핒아, 두 소년 앞에 야광 물고기가 나타난다.
[여우 도깨비불]
오깨비불을 찾으면 집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골목잡이]
미로 같은 빈민촌 안, 나는 길을 만들어 달리는 골목잡이다.
[지구아이]
버려진 지구에서 복제인간을 판매하는 중개상 이야기.
[귀신의 집]
귀신들만이 날뛰는 세상에서 나를 지킬 사람은 누구인가?
[거인의 발자국]
거인의 발자국을 추적하던 소년이 마주한 공포.
[울지 않을 용기]
산 곳곳에 숨겨진 나무 인형을 찾아가는 소년과 소녀 이야기
[돌개바람이 휘몰아치고]
도망치듯 섬으로 간 소년과 그곳에서 돌을 쓰다듬는 노인의 만남.
지구라는 무대위 각자의 두려움과 맞서는 아이들에 관한 소설집
청소년 소설 상을 심사할 때마다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다. 이렇게 사회가 격변하고 있으니 그 변화를 체득한 세대가 자기 세대의 새로운 감수성을 드려내는 작품이 있지 않을까? 그런 감수성이 청소년 주인공을 통해 드러난다면 아주 날카롭게 빛나리라. 이 작가는 한 세대의 감수성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나갈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심사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