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 블루픽션 31 | 김혜연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8년 7월 3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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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도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고 했다. 즐거워 보이는 빵이 있고 우울해 보이는 빵이 있다고 했다. 태환은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 겉은데, 윤지는 신중하고 진지했다. 그러곤 한참 만에 “오늘은 얘를 먹어줘야겠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우울해보이는 애를 달래 줘야지.”하며 비슷한 것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들었다. 그렇게 고른 우울한 빵을 뜯어 먹으며 집까지 걸어갔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새들에게도 한 조각씩 떼어 주면서. 오늘은 얘를 먹어줘야겠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우울해보이는 애를 달래줘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이 엄청난 인물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장편소설을 읽어내려갔다. 210쪽밖에 안되는데 18개 장으로 나뉘어있어서 짧은 흐름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책.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빠르게 넘길 수가 없었다. 나의 딸, 나의 형제, 나의 친구, 나의 애인, 나의 이웃을 잃게 한 일이 한가지 사건은 아니다. 모두들 예측하듯 아까 우울해보이는 빵을 달래주던 태양처럼 밝은 소녀 윤지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태양에게로 간다.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또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빵집 알바생 하경이는 군대에서 형제를 잃는다. 비교적 크게 다루어지지는 않지만 군대에 간 오빠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자살을 했다는 결과….. 이들이 모이게 된 곳이 ‘빵’집. 다양한 빵들과 함께 다양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러개의 장에서 정말 여러명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p196. 세 단계만 건너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 있다. 이 작은 동네에선 세단계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솔직히 이 소재를 다룬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무언가 무거움이 있었다. 미안함보다 무거운 어떤 무언가. 그런데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까짓게 뭘 안다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서 쓰겠다는 건가,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거짓말을 쓰는 거라고, 원래 이야기 만드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모티프를 얻어서 거짓을 지어내는 거니까 감정이입 하지 말자며 다시 꾸역꿍ㄱ 썼다. 이걸 끝내야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다른 많은 작가들의 컴퓨터 안에도 그날에 대한, 그렇게 어이없게 바다에 갇힌 어린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 조각들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건 그저 슬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이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그들에게 갓 구운 향극\ㅅ한 빵을 먹이고 싶었다. 그들 모두 함께라면 슬픔이 조금은 덜어질 수도, 힘을 좀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이 어줍짢은 이야기가 누군가의 상처를 더 깊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다.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이야기를 쓰게되는 작가님의 착한 마음이 보이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