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빵집] 무엇으로 위로가 될까.

시리즈 블루픽션 31 | 김혜연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8년 7월 3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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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내게 아주 특별한 해였다. 무려 11년 만에 태어난 늦둥이 덕분이다. 막 아이 낳고 산후조리하며 몸은 힘들어도 아이들 얼굴 보며 무척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도 안 되고 너무 답답했다. 하루 이틀 시간은 흐르는데,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희망이 하나씩 사라지고 이젠 그저 몸이라도 돌아오길 바라던 그때… 우리 전 국민은 아마도 가장 우울하고 슬픈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우연한 빵집>은 바로 그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남쪽 바다에서 사고가 난 뒤”(…23p)라는 문구 만으로도 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소설은 한 작은 동네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빵집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별다르지 않을 것 같은 이 빵집의 특징은 간판이 없다는 것. 그저 작게 “빵”이라고만 씌어있다. 그리고 이 이름없는 빵집에 상처 입은, 누군가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이기호는 빵집을 운영한다. 원래 꿈은 작가였지만 몇 년을 허비하고 아버지를 잃고 나서야 아버지가 남긴 가게를 물려받아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빵을 만들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자리와 빵을 만드는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만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능력 안에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최선을 다하는, 조금은 소심하고 조금은 순박한 주인이다. 그런 빵집에 키가 훌쩍 크고 느릿느릿한 하경이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남쪽 바다에서 친구를 잃은 태환과 진아, 연인을 잃은 소연과 딸을 잃은 은주가 모여든다.

 

어떻게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 빵집에 우연히 모여든 걸까. 그런데 사실 하경을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같은 사건으로 친구를, 딸을, 연인을 잃은 사람들이다. 한 동네에서 일어난 일. 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다른 책에선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이런 우연성이 이 소설에선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빵집”의 빵 냄새가, 폭신하고 쫄깃하고 보드라운 빵 맛이, 그들의 행복했던 추억을 되살리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모두 힘을 합해야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지”…158p

 

 

이제 우리 큰 딸은, 나라와 어른들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다. 딸의 가방에는 광화문에 나갔다가 받아 온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 두 딸을 키우는 나는, 다양한 이 위험성에 노출된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보단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 함께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정당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