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H – 신소영 글 · 음미하다 그림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8년 11월 29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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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H_ 지독한 학교 행성 생활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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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심해. ‘심’은 마음을 가리키고 ‘해’는 바다를 가리킨다. 그래서 마음이 바다와 같다는 뜻이다. 예쁜 이름이다. 나는 이씨 성이었는데 어느 날 성이 바뀌었다. 엄마가 운명적인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운명은 뭔가를 크게 바꾸어 놓는다. 엄마는 얼굴이 환해졌고 나는 한씨 성을 가지게 되었다.  (p.7)

 

내 직업은 초등학생이다. 그게 무슨 직업이냐고?

나는 학교라는 직장에 다닌다. 그게 무슨 직장이냐고?

우리 엄마와 새 아빠는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한다. 나도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한다. 학교로! 저녁이면 엄마와 새아빠는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퇴근을 한 것이다. 나도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퇴근을 한 것이다. 나도 지쳐서 집으로 퇴근을 한다. 집에 와선 똑같이 뻗는다. 그리고 똑같이 말한다. ”아이고 죽겠네.“ (p.17)

 

꽃송이에게 힘이 있을까? 아주 하찮은 물건에도 숨을 불어넣는 힘! 그 힘이 있어서 꽃송이가 현수의 운동화를 살렸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낡지 않도록 빛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H 대단한 사전」에 그 물건을 올릴 것이다. ‘꽃송이가 살린 신발 1호.’ (p.51)

 

주인공인 소녀의 이름은 이심해. 마음 심, 바다 해, 마음이 바다와 같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예쁜 이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운명적인 남자가 나타나면서 소녀의 성이 바뀌었다. 바로 한씨! 그리하여 그녀가 가지게 된 이름은 한심해! 그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 그녀의 유별난 행동 때문인지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소녀H. 하지만 거기에 가만히 놀아날 소녀가 아니다. “그래! 나는 한심해. 내 이름은 정말 운명적이다.” 소녀는 자신을 ‘한심해’와 ‘희망’의 영문 첫 글자인 H로 불러 달라 외치지만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녀를 외면한다. 어느 날 H는 아주 중대한 발견을 한다. H를 핀잔하며 한숨을 내쉰 담임 선생님의 한숨을 우연히 비닐봉지에 담았는데, 그 한숨이 꽃송이로 변한 것이다. 그 꽃송이를 보는 순간 H의 마음은 환하게 반짝였다. 누군가 꽃송이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꽃송이로 친구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기로 말이다. 그때부터 H는 어른들의 한숨을 더 열심히 모으기 시작했다.

저자는 정말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엄마와 아빠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자신도 매일 아침 학교라는 직장에 다닌다며 초등학생에게도 월급을 지급하라고 피켓 시위를 하질 않나, 한숨을 채집한다고 어른들의 턱 밑에 대고 비닐봉지를 벌리고, 외계인과 교신한다며 발 냄새 나는 양말을 귀에 끼우는 등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기발한 상상력을 만들어내는건지 기가 막혀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정말 별나고 엉뚱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어디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으니까. 자꾸만 빠져든다. 엉뚱한 말과 행동에는 웃음이 빵빵빵, 소외된 친구들에게 다가서는 H의 진심 어린 마음에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이들에게 웃음과 감동, 이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안겨다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