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독 개꾸쟁

시리즈 이 동화가 재밌다 4 | 글, 그림 정용환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9년 6월 4일 | 정가 12,000원
노란 색 배경에 개구진 표정으로 물총을 들고 있는 강아지 캐릭터의 모습. ‘슈퍼 독 개꾸쟁’의 표지이다. 캐릭터의 얼굴만 봐도 딱 장난끼가 가득하다. 캐릭터 뒤로 커다란 제목 ‘개꾸쟁’ 이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실은 ‘슈퍼 독 개꾸쟁’ 1권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상태라서 읽기 전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시리즈물은 보통 이야기 초반부에 캐릭터의 성격이나 이전 사건들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 독 개꾸쟁’은 내 걱정과 달리 1권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앞 이야기를 부담스럽게 설명해놓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1권의 상황들을 녹여냈다. 덕분에 캐릭터의 성격과 앞 이야기들을 나도 모르게 쏙쏙 받아들이고 있었다.
‘슈퍼 독 개꾸쟁’의 배경은 태국으로 짐작되었다. 타일 왕국의 쿤삼 왕자의 왕위 계승식에 초대받은 슈퍼 독 삼총사가 비행기를 타고 타일왕국으로 떠났다. 타일 왕국에 도착한 삼총사와 삼촌은 가이드 쌀라똥과 함께 타일 왕국 곳곳을 소개 받는다. 뾰족한 탑들과 야자수, 수상버스와 악어만큼 큰 도마뱀, 먹거리가 많은 여행자 거리, 코끼리체험, 신비한 불상까지. 자연스럽게 태국이 연상되었다. 어른이 보았을 때는 태국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연상되지만 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옆에서 실제로 이 타일 왕국과 비슷한 나라가 있다고 귀뜸해주며 이야기를 읽게 하면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 있어 할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주 자세하고 비슷하게 그려진 삽화들이 책 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사진이나 영상과 비교해 보기도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만화와 줄글이 함께 있다는 점이다. 요새 아이들은 줄글을 선호하지 않고, 잘 읽지도 못한다. 실제로 우리 반 아이들만 봐도 만화로 된 책들을 더 선호하고 훨씬 자주 읽는다. 아이들에게 줄글로 된 책들의 장점과 필요성을 자주 알려주지만 만화로 된 책들에서 줄글로 된 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아이들에게는 힘들 수 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때 이 책이 참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만화로 된 책장 사이사이 줄글이 포함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학습만화 형식과 줄글 형식의 책 중간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책의 구성이 참 좋았다.
스토리 역시 장말 흥미 진진했다. 왕위 계승식을 위해 준비하는 왕자와, 숨겨진 쌍둥이 왕자를 절묘하게 나라의 신화와 엮어놓았다. 나쁜 마음을 먹은 악당은 결국 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희열을 느낄만큼 코끼리와 꾸쟁이들의 액션씬도 멋졌다. 가상의 왕국에서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즐거운 스토리를 잘 엮어낸 작가의 센스가 도드라지는 부분이었다.
‘슈퍼 독 개꾸쟁’ 2권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1권도 궁금해졌다. 3권이 나와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독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선정한 ‘이 동화가 재밌다’에 대상에 선정된 책이라고 한다. 역시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스토리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 하다. 어른이 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