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읽어 주세요!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9년 8월 14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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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에밀리 그래빗 작가님의 책 ‘또 읽어 주세요!’를 받았을 땐 굉장히 기대되었다. 워낙 전에 읽은 작가의 책들이 좋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이번 책들은 내용 자체보다는 책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점들이 많았다. 이 책을 받고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몇 번을 돌려 읽었는지 모른다. ‘또 읽어 주세요!’ 의 책은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아기 용이 책을 자꾸 읽어달라고 조르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간단하고 평범한 내용이 매력적인건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라면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일거다. 우리 집 아들도 잠에 들고 싶지 않으면 꼭 책을 들고와서 책 볼까? 한다. 책 보자! 하면서 한 권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잠이 와서 죽겠는데도 말이다! 처음 엄마 용이 책을 읽어줄 때는 책의 내용도 빠짐 없이 아주 잘 읽어 주었다. 잠을 자 본적 없는 빨간 아기 용 세드릭의 이야기였다. 세드릭은 종종 아름다운 공주를 납치해 와 파이나 빵, 토스트로 만들어 먹기도 했단다. 실제로 아기 용이 들고 온 빨간 책 안에는 세드릭과 아름다운 공주, 수줍고 겁많은 괴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기 용은 이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엄마 용이 잠이 와서 이야기의 내용을 슬쩍 슬쩍 바꿔가며 아이에게 자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도 아기 용은 개의치 않고 또! 또! 읽어주세요! 하며 졸라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니 책 내용이 바뀌는게 뭐가 중요하겠나 싶다. 그저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자체와, 잠에 들기 싫은 마음이 큰 것이지. 엄마는 아기 용의 부탁에 못이겨 책을 또 읽어주다가 결국은 잠에 들고 말았다. 엄마를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에 아기 용은 책속의 세드릭처럼 화가 나서 초록색이던 온 몸이 붉게 변해버렸다. 그리고는 화가 나 입으로 불을 뿜었다. 그래서 결국 책에는… 구멍이 났다! 진짜 구멍이 났다. 책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책의 앞면만 봤지, 뒷면은 보지 못한 채 책을 열었는데 실제로 둥그렇게 뚫린 구멍이 있다니. 신기해서 책을 요리 조리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점을 찾게 되었다. 책 뒷 표지에서는 아기 용이 들고 있던 책 속의 주인공 세드릭과 공주, 겁많은 괴물들이 구멍을 바라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뒷표지를 시작으로 이때부터 책 이쪽 저쪽 숨은 그림들을 다 찾아보기 시작했다. 책의 하드커버 안쪽으로 붙어있는 속지들을 보니 여기도 또 재미있는 요소들이 잔뜩이었다. 앞 표지에 붙은 속지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놀이하고, 간식먹고, 양치하고, 목욕하는 아기용의 모습이었다. 한장을 넘겨 책 안쪽 표지에는 책 읽어 달라며 빨간 책을 들고 온 아기 용의 모습도 나왔다. 이야기의 내용을 담은 본격적인 글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이 책의 이야기는 그림들로 시작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뒷 표지에 붙은 속지에는 아기용이 가지고 온 책 속 주인공들이 책에 생긴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옆으로 보여지는 작가 소개 란에는 ‘화제시 대피 요령’ 이라는 팻말을 들은 ‘에밀리 그래빗’ 작가님의 사진이 있다. 팻말을 든 작가님의 사진 덕분에 책 속의 이야기가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주었다. 또 아기용이 읽어달라고 하는 책들은 어떤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에 따라 책 속 세드릭과 공주, 괴물들의 모습도 시시각각 바뀐다. 아기용이 책을 마구잡이로 흔들면 그 안의 글자와 그림들 (세드릭, 공주, 괴물, 성 등)도 모두 흔들리며 뒤섞인다. 책 속의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가 아닌 정말 실제로 책 속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것만 같이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구멍이 났을 때, 이 주인공들은 모두 구멍을 통해 책 밖으로 빠져 나온 것일까?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으로 책을 만드셨을까! 심지어 이 책의 가장 큰 비밀은 책 자체였다. 종이로 된 겉 표지를 벗겨내자 빨간 책 커버가 보였다. 세상에! 내가 보고 있는 이 책은 아기용이 구멍을 내 버린 그 빨간 책이었다. 내가 들고 있는 책이 바로 아기 용이 들고 있는 ‘빨간 책’ 이라니! 세상에나. 에밀리 그래빗 작가님은 아기용 이야기를 단지 책 속의 이야기로만 남는게 아닌,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 주셨다. 아이가 좀 더 크다면 내가 찾아낸 그림 하나하나를 짚어보며 함께 읽었겠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책에 난 구멍만으로도 이야기를 재밌어 했다. 또! 또! 라고 말하는 반복되는 부분에 집중했고, 아기 용이 화가 나 만들어버린 구멍을 신기해하며 눈을 대어 보기도 하고 즐겁게 놀았다. 그 뒤 다음날 밤에도 또 읽을까? 하면서 스스로 ‘또 읽어 주세요!’ 책을 들고 왔다. 확실히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요소가 많은 책이다. 아이에게 연두색 종이 커버를 벗겨내 보여주며 빨간 책의 비밀을 말해준다면, 아이는 또 얼마나 신기해 할까? 책의 구멍으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정말 빠져나오는 건 아닐까? 이런 상상 만을도 책 자체가 너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