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9년 12월 24일 | 정가 25,000원
수상/추천 볼로냐 라가치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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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일반 소설책과 달리 책 판형이 굉장히 다양하다. 보통 국판이나 신국판 사이즈의 소설책들은 책장에 꽂으면 두께의 차이가 있을뿐 거진 비슷한 높이로 가지런히 정리되는데 반해 그림책은 천차만별이다. 그런 그림책들 사이에서도 유독 독특한 책모양과 크기를 가진 책들이 있는데 이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역시 그러한 책 중 하나가 될 듯 하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굉장히 큰 크기에 깜짝 놀랐다. 분량도 그림책 치고 꽤 많은 편이다. 그림책이지만 실은 한권의 작품 도록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다양한 자수와 아플리케 등 직물 공예들이 그림과 만나 한 장, 한 장을 멋지게 채웠다. 그림책이 아닌 미술관 전시 액자로 이 작품을 만난다고 생각하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이 책에 사용된 수많은 직물들은 작가님이 오랜 시간동안 수집한 것들이라고 한다. 수놓여진 꽃 하나, 화려하지만 제각각의 모양을 갖춘 아름다운 레이스들, 다양한 질감과 무늬, 색의 들의 천들은 저마다의 의미와 시간을 담고 있다.

콜라주 기법이 활용된 이 책은 실제로 맨들맨들하고 빳빡한 질감의 종이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한땀 한땀 수놓인 실의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림책은 종이 위에 미술도구를 활용하여 평면으로만 그려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체 자신만의 매력을 강하게 어필하는 모습이 참 좋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비룡소에서 출간된 ‘안녕, 나의 등대’ 책이 떠올랐다. 등대지기의 삶과 오랜 등대의 역사를 깊이있게 표현해 낸 한권의 역사책같던 ‘안녕, 나의 등대’.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역시 면방직으로 유명한 우츠의 방직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연시켜 놓은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책 속에 오랜 시간과, 한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다 보면 작가님의 할머니 ‘훌다’ 의 여러 사진과, 다양한 방직 공장 근무 여성들의 일상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와 인물의 잉생이니만큼 더 몰입감이 높고 흥미롭다. 마치 생전 가보지 못한 폴란드의 방직 도시 ‘우츠’가 마치 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재미있게, 가벼운 마음으로 휙휙 넘기며 보는 책으로 다가가긴 어렵다. 하지만 어린이가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오히려 아이가 보기에 더 흥미롭고 상상할 수 있는 요소가 많고, 아이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소재도 풍부하다. 기존의 그림책과 다르기에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욱 보여주고 싶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것을 한 권의 책 속에 담아낸다는 것.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