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필통 안에서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1년 3월 1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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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어보기도 전에 웃음이 난다. 표지 그림을 보면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연필들이, 아참 지우개도 있다, 문구류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표지를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뒤표지를 보자. 학교 공부는 점점 어려워지고, 쓸 얘기도 없는데 일기는 매일 써야 하고, 게다가 우리 주인 담이는 글씨가 어찌나 삐뚤빼뚤한지! “연필들도 힘들다고요!”

그러게, 그렇겠구나, 연필들도 참 힘들겠구나! 이제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본다. 요즘 아이들 힘들겠다는 생각은 해보았어도, 연필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으니, 이 책 『깊은 밤 필통 안에서』를 읽으며, 더욱 흥미롭게 작가의 상상속 세계로 훅 들어가본다.

첫 장면은 연필들이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신음하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교로 달려가는 담이의 책가방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연필들은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치며 난리가 난 것이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일기 좀 안 쓰고 살 수 없을까?”

“맞아, 맨날 똑같은데 뭘 쓰라는 거야.”

“맞아, 안 써지면 담이가 우릴 막 잘근잘근 씹고!”

“동시도 너무 어려워. 뭘 자꾸 빗대어 쓰라는 건지 모르겠어.”

“수학도. 받아 올림 있는 곱셈 너무 어려워”

“우리말만 잘하면 되지, 영어는 왜 배워?”

“그림이라도 쉽든가.” (12쪽)

연필들의 대화를 듣다보니 학교다닐 적에 보던 투덜이들이 떠오른다. 이래도 툴툴 저래도 툴툴, 뭐 재미있는 일은 없는 건지 일상이 무료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그 친구들 말고, 연필들도 그렇게 힘들었다고 생각하니 이들이 딱해보인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러던 어느 날’처럼 무언가 변화를 주는 사건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딸깍’ 소리로 모든 연필들의 시선이 주목된다. 그렇게 딸기 연필은 필통 밖으로 나갔다가 그 다음날 친구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담이가 친구에게 빌려주어 그 친구의 집까지 다녀온 것이다. 딸기연필은 담이의 친구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모험담처럼 신나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이가 갑자기 ‘서우에게’라는 글자를 여러 차례 쓰고 있었다. 연필들은 수군대고 난리가 났다. “우리도 이렇게 글씨를 잘 쓸 수 있었던 거야?”라며 신기해했다. 서우에게 별 이야기가 담기지는 않은 편지를 썼는데 무지개 연필이 막 설렜던 이야기도 해준다.

이 책의 묘미는 연필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림도 플러스 알파 효과를 누린다. “뭔데 뭔데?”하며 호기심 어린 친구들이 모여서 수다떠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연필을 즐겨 쓰던 어느 날, 제가 처음 쥐었던 연필은 어떤 연필이었고 처음으로 쓴 글자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어요. 그 연필도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쓰면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졌고요. 그러자 신나는 일을 일기에 적을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지우고 다시 쓸 때, 매끈하게 깎일 때의 연필들은 어떤 마음일지 마구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답니다. (85쪽, 작가의 말 중에서)

연필들의 수다를 보다 보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엄청 궁금해진다. 게다가 그림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 끌어올릴 것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필통 속 연필들의 사생활이 엄청 궁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