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행복한 고양이 아저씨 :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행, 그리고 행복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1년 4월 23일 | 정가 14,000원

비룡소 그림동화 289

행복한 고양이 아저씨

아이린 래섬, 카림 샴시-바샤 글

시미즈 유코 그림

2021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이 이국적인 풍경의 그림책을, 배송받아 저 혼자 읽고

아이랑 같이 잠자리 도서로 읽고,

머릿속에 맴돌아 몇번쯤 다시 읽었어요.

제목부터 ‘행복한 고양이 아저씨’라니,

전쟁 폐허를 살아가는 그에게

행복이란 수식어는 뭔가 역설적이지 않은가 싶었어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지만요.

이것은 시리아 내전 이야기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전쟁의 비참함이 아니라

평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거에요,

.. 라고 말해주고 싶은 듯이

하얀 비둘기 떼가 면지의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어요.

시리아 알레포의 아름다움을 아는 한국의 어린이가 몇이나 될까요.

전쟁의 여파도 있지만 코로나로 해외여행 자체를 갈 수 없는 요즘, 우리가 주로 접하는 매체들은

북미나 유럽의 주요 관광지들은 보여주어도

이 지역대해서만큼은 전쟁으로 인한 폐허, 전염병 창궐, 상실과 상처, 아동 착취, 난민 등을 주로 다루죠.

저기는 원래 저런 곳이야- 라고

나와 너를 가르고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오히려 공감할 수 없는데.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풍경은 조금 달라도 여기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 하고

아이들이 느꼈으면 좋겠고

이곳 사람들과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이 책이

그래서 더 소중했고

앞으로도 이런 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고양이와 전쟁,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 알라 아저씨의 편지 중에서

 

아이는 그림에서 알라 아저씨 손에 든 것, 자루 속의 향신료들을 무척 궁금해했어요.

알려주고 싶었지만.. 엄마도 몰라서… ㅠㅠ

예전 실크로드 여행의 잔향만 아스라이 추억될 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 곁을 떠났는지 몰라요.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래서 아저씨도 고양이들처럼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요. (중략)

일이 끝나자마자 아저씨는 가진 돈을 털어 고기를 샀어요.

처음에 저는 문득, 전쟁통에 사람들도 먹을 게 부족할 텐데

고기를 사서 고양이에게 먹이다니.. 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양이가 좋아서 한때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흑역사)

생명이나 가치의 경중을 따져가며 ‘사람’의 가치를

‘동물’보다 앞에 놓았던거지요.

정작 그 ‘사람’들을 위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알라 아저씨는 돕고 싶은데

도울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은

사람을 고립시키고 병들게 해요.

오히려 외면하고 회피하게 만들어요.

알라 아저씨는 그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어요.

작은 생명이라고 외면하지 않고,

나의 선행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고양이를 돕는 걸로 시작된 그 작은 선행은

놀랍게도 마중물 효과가 있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고

이제 알라 아저씨는 위험에 빠진 다른 동물들을 구조하고

이웃들을 위해 우물을 팠으며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줄 수도 있게 되었어요.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있어요.

이상이 높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 (사실 저에요 ㅠㅠ)

육아를 할 때도 작은 성공의 경험을

여러번 누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이의 건강한 자존감 발달에 도움이 된다던데

(오늘도 기승전육아 이고요;;)

내 주변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다보면

내 안의 평화와 행복은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기

엄마 혼자 필받아서 서평 쓴 날 뭔가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직접 꺼내와고양이 자연관찰 책이랑 같이 읽어달라던 아이였어요.

알라 아저씨의 편지를 읽어주며 실제 이야기라고 말해주자 더욱 집중해서 보네요.

시리아 알레포가 어디인지 같이 찾아보고, 비룡소 SNS에 올라온 아저씨 사진도 같이 봤어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알레포와 알라 아저씨가 사랑한 예전의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알레포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지요…

아이가 표정에서 웃음을 되찾은건, 아저씨가 고기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나눠주려는 장면이었어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어!!라며 줄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엄청 반색했어요.

(사람들이 모두들 안전한 곳을 찾아서 떠나갔다고 앞페이지에서 엄마가 너무 무게잡았었나봐요…)

고양이 말고도 아저씨가 돌보는 동물들이 이렇게 많다고 하나하나 그림을 들여다보며 얘기나누고

아직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울까 싶었던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자기 눈높이에 맞춰서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네요 :)

마음씨 따뜻한 알라아저씨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봅니다.

이건 필수 소장각!!

강력 추천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