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의 ‘언어욕’(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3월 30일 | 정가 6,500원
수상/추천 소르시에르 상 외 2건

한 달 간의 ‘언어욕’(산림욕같이 언어의 바다에 빠져서 배우고자 하는 언어에 푹 빠져보는 것)으로 원하는 외국어를 정복 할 수 있을까? 정복은 하지 못해도 언어를 연구하는 삶으로 인도될 수는 있다. 운명적으로.

장 샤를은 10살 때부터 네덜란드어를 배웠다. 교육열이 높으신 아버지는 아이들 교육에 아주 열심히 셨다. 아버지께서는 어느 한날, 방학동안 독일에서 열리는 언어캠프에 참가해서 아이들에게 ‘언어욕’을 시켜주면 어떨까 하는 묘안을 짜내셨다.

독일아이와 사귀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독일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않을까 하는 아버지의 생각은 장에게는 조금은 버거운 기대였다. 하지만 캠프에서 만난 알고보니 영국아이인 ‘니클라우스’와 그럴듯한 네덜란드어와 특유의 순발력으로 순간 순간 제대로 대처를 했고, 한달간의 날카롭고도 짧은 시간 덕분에 외국어 신동으로 널리 알려져, 평생을 외국어에 몸바쳐 일하는 학자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책상에 올망졸망 앉은 아이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언어를 일방적으로 그것도 어거지로 주입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살아있는 수업을 한 장 샤를의 이야기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외국어란 건 살아있는 상황과 맥락에 맞춰서 온몸으로 부딪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습득해야만 하는 것인데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어쩌면 언어에 대해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아이들로 하여금 용기있는 배움의 기회와 시행착오를 허락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영어로 된 자료들이 많아서 영어를 배우고, 영어권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기에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려면 영어를 알아야 한다는 차원이 아닌, 출세와 영달의 수단으로서, 또한 대학에 조금 수이 들어가려는 수단으로써 영어를 배우고 외국어를 배운 다는 것은 참 씁쓸한 사실이다.

특히 이 책에는 독일 애들은 촌스러워서 사귀기 싫다며 투정하는 장에게 아버지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아이들은 다 마찬가지야. 백인이든, 흑인이든, 스페인 아이든, 독일 아이든 다 똑같은 아이들이란다." 이말은 문화 사대주의로 점철 되어 있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일침을 가하는 말인 듯 해서 읽으면서도 내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